'이탈리아의 하수구' 설움·차별·소외 '복수'해준, 나폴리 33년 만의 '우승'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
"너희들은 가난하면서 축구도 못하잖아!"
이탈리아 나폴리 시민들이 지난 33년 동안 들었던 말이다. 이런 말을 한 이들은 밀라노를 비롯한 토리노 등 이탈리아 부자 도시 출신들이었다. 남부의 나폴리는 이들의 조롱 대상이었다.
이탈리아는 북부와 남부의 경제적 격차가 큰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명품, 슈퍼카 등 이탈리아 경제를 상징하는 기업들은 모두 북부에 몰려 있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부자 도시에 축구 클럽들이 강했다. 유벤투스, AC밀란, 인터 밀란 등 이탈리아 세리에A 3대장이 모두 북부에 위치해 있다.
반면 남부, 특히 나폴리는 경제적, 사회적으로 소외됐고, 축구도 잘 하지 못했다. 이런 나폴리를 향해 북부 사람들은 '이탈리아의 하수구'라고 불렀다고 한다.
"유벤투스와 AC밀란, 인터 밀란이 우승할 때 나폴리 너희들은 무엇을 했나?"라는 북부 출신들의 질문에 나폴리 출신들은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꾸준히 상처를 받았고, 꾸준히 차별을 받았다.
실제로 세리에A 역사를 보면 유벤투스는 총 36회 우승으로 역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인터 밀란과 AC밀란이 각각 19회씩 스쿠데토를 들어 올렸다. 다른 클럽들을 압도하는 압도적 성과다.
3대장에 이어 제노아(9회), 토리노(7회), 볼로냐(7회), 프로 베르첼리(7회), AS로마(3회), 나폴리(2회), 라치오(2회), 플로렌티나(2회) 등이 이름을 올렸다.
1990년대 이후의 기록을 살펴보면 격차는 더욱 잘 보인다. 유벤투스가 15회 우승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AC밀란(8회), 인터 밀란(6회) 등 3대장이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이어 AS로마, 라치오, 삼프도리아, 나폴리 등 4팀이 각각 1회 우승을 차지한 게 전부다. 즉 1990년대는 3대장을 넘고 우승하기 더욱 힘든 세상이었다.
그런데 나폴리가, 북부의 부자 도시들을 꺾고 무려 33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나폴리 시민들과 팬들이 광분하는 이유다. 33년 동안 당해왔던 설움과 소외, 그리고 차별을 한 방에 날려줄 수 있는 우승이다. 나폴리 팬들은 33년의 한을 풀었다. 마음껏 울분을 토했다. 나폴리의 우승은 한 축구 클럽의 우승을 넘어 한 도시 사람들의 자긍심과 자존심이었다. 33년 전 디에고 마라도나가 나폴리의 신으로 등극한 것도 결을 같이 한다.
현지 언론들도 세리에A 3대장을 넘고 차지한 나폴리의 우승이 10배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역사적인 우승에 한국의 김민재도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우승이 확정되자 나폴리 팬들은 연이어 "킴! 킴! 킴!"을 외쳤다. 김민재도 이제 나폴리의 영웅이다. 나폴리의 한을 풀어준 영웅 중의 영웅이 됐다.
한 나폴리 팬은 나폴리의 우승을 이 한 마디로 정의했다. 그들의 모든 것이 담긴 한 마디였다.
"이탈리아 스포츠를 위한 복수!"
[나폴리 우승에 열광하는 팬들, 김민재.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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