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요청에 따라서… 이번 누리호는 저녁에 쏩니다
24일 오후 6시 24분 발사 예정
차세대 소형위성 2호 궤도 때문
"이번 누리호 3차 발사가 2차 발사와 가장 다른 점은, 처음으로 손님(위성)을 받아 원하는 곳까지 모셔다 드린다는 것입니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사업단장)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4일 다시 대한민국의 우주 역사를 쓴다. 지금까진 발사는 누리호 자체의 성능 검증을 위한 것이었지만, 이번엔 사업비 총 327억 원(차세대 소형위성 2호240억 원, 도요샛 87억 원)이 투입된 국내 위성이 실린다. 모두 누리호가 아니었다면 큰 돈을 주고 외국 로켓의 힘을 빌려야 했을 프로젝트다.
나로우주센터, 첫 손님 맞이한 날
꿈에 그리던 마수걸이 손님을 맞은 3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분주했다. 주탑재체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비롯해 총 8기의 위성이 위성보관동에 속속 도착했다. 한국 우주개발 역사상 처음으로 손님(위성)을 받아 '호스트' 입장에서 우주 운송 서비스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위성보관동은 클린룸(부유 입자의 농도 등을 제어하는 공간)이어서 기자 등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다. 우주 환경에 맞게 설계된 위성은 지구의 먼지 등에 예민할 수 있어 조립 전까지 엄격하게 관리된다. 방진복을 갖춰 입은 소수 연구원만이 실제 위성보관동 안에 있고, 나머지 연구인력은 바깥에서 데이터로 마지막 점검을 진행했다.
조립동에는 1·2단 조립을 마친 누리호가 3단을 기다렸다.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①위성보관동에서 위성과 3단의 최종 조립(8일부터)을 마친 뒤 ②조립동으로 이송(14일)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③3단과 누리호 1·2단을 조립하고 최종 점검(15~21일)에 들어간다. 발사는 ④이송 준비(22일)와 ⑤발사대 이송(23일)을 거쳐 ⑥24일 오후 6시 24분 예정돼 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나로우주센터 제 2발사대에선 화염유도로 센서 설치 작업을 진행하는 연구진들의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화염유도로 등 발사대 인근은 누리호 발사 시 최고 1,400도의 화염으로 뒤덮인다. 몇몇 장비들은 워낙 위험하거나 민감해 발사 직전에 최종 설치·점검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어느 하나도 허투루 할 순 없다. 강선일 발사대장은 "안전을 위해 낮은 상태로 유지됐던 연료 산화제 등 저장 압력을 끌어올리고, 발사 화염의 온도·속도·압력을 측정하는 센서를 설치하고 있다"며 "매일 같이 점검과 모의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안내했다.
오후 4시가 아닌 해질녘 발사
이번 누리호 발사는 지난해 6월 2차 발사 성공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2차 발사와 가장 큰 차이점은 발사 시각이다. 누리호는 2차 때는 오후 4시 발사됐다. 1차 때는 추가 점검을 위해 1시간 연기된 오후 5시에 발사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3차 발사 시각은 오후 6시24분이다. 왜 저녁에 쏘는 것일까?
이번 발사 미션을 이끄는 고정환 단장은 "고객사의 요청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누리호 3호기의 주탑재체는 '차세대 소형위성 2호'다. 차세대 소형위성 1호는 미국 스페이스X의 팔콘9에 실려 발사됐지만 이번에는 누리호로 발사된다. 위성에는 빛과 구름 등 기상에 상관 없이 주·야간으로 지상 5m까지 관측할 수 있는 소형영상레이더(SAR)와 우주방사선관측기가 탑재됐다. 전력은 태양전지로 공급받는데, 2년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끊임없는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다.
위성을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는 위성이 항상 태양 빛을 받을 수 있는 여명·황혼 궤도(오전·오후 6시 시간대인 지역만을 도는 지구 궤도) 안착을 요구했고, 항우연은 이에 따라 궤도 설계를 쳤다. 계획대로라면 위성은 누리호와 분리된 뒤 남반구를 통과해 북반구로 항해하는 동안에는 해 뜬 직후(오전 6시), 북반구를 통과해 남반구로 항해하는 동안에는 해 지기 직전(오후 6시)인 궤도를 돌며 1년 365일 태양전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도요샛 등 큐브 위성 7기도 탑재
누리호에는 주탑재체 외에도 큐브위성(초소형 위성) 7기가 탑재된다. 2차 발사 성공 이후 자신감이 붙은 항우연은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 기획 단계에서 이미 정해진 주탑재체 외에 별도의 큐브위성을 함께 발사할 수 있는 판단 아래, 공개모집을 진행했다. 박응식 항우연 위성연구소 기획조정실장은 "기관별, 회사별로 준비하고 있던 위성들에 대해 공모를 진행했고, 그중 가장 현실성 있고 공공의 목적을 가진 임무를 위주로 7개 위성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그중 4기는 지구 근처 플라즈마 현상(오로라) 등을 관측하는 군집위성 '도요샛'이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개발한 도요샛은 중량 10㎏, 6U(10×20×30㎝) 나노위성 4기로 이뤄졌다. 고도 500㎞ 궤도에서 각 10~100㎞가량 거리를 두고 종·횡 편대 비행한다. 당초 러시아의 소유즈 로켓을 타고 작년 상반기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국제정치에 얽혀 발사체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됐지만, 누리호 덕분에 이번에 우주로 나갈 수 있게 됐다.
이밖에 누리호에는 국내 우주 스타트업이 제작한 큐브위성 3기도 함께 탑재된다. 져스텍이 만든 큐브위성은 우주 영상 획득 및 자세제어 시스템 검증 임무를 수행하며, 루미르의 큐브위성은 한반도 연근해 적조 현상과 하천 녹조 현상 등 수질을 관측한다. 카이로스페이스의 큐브위성은 우주쓰레기 경감 기술 등을 실증한다. 신경호 카이로스페이스 대표는 "누리호 탑재는 우리 우주 스타트업들에는 갑작스럽게 찾아 굉장히 놀라운 기회였다"며 "실제 위성을 만들고 우주에 띄어서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 감사하다. 틀림없이 성공하겠다"고 말했다.
평생을 위성 개발에 바쳤던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그동안 수많은 위성 프로젝트가 진행됐지만, 항상 다른 나라 발사체의 고객으로 해외 발사장에서 진행해야 했다"며 "이젠, 시험 단계를 벗어난 누리호가 직접 우리 위성을 직접 발사한다"고 벅찬 소회를 풀었다.
한화, 체계종합기업으로 참여
3차 발사는 준비 과정에서 발사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참여했다. 누리호 고도화사업의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우연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고 누리호 3호기 제작 및 조립, 구성품 제작 기업에 대한 총괄 관리를 항우연과 함께 수행하고 있다.
이번에는 참관 수준이지만, 2027년까지 이어지는 누리호 4·5·6호기 발사에서는 누리호 제작 자체를 주도하게 되며, 발사 과정에서의 역할 역시 커지게 된다.
고흥=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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