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발사준비] ① 1·2단 조립 마치고 위성 손님 맞이할 채비
고정환 본부장 "앞선 발사와 준비 크게 다르지 않아…'서비스 마인드' 생겼다"
(고흥=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지난 3일 찾아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체 조립동 현장.
길이만 35m가 넘는 거대한 원통 형태의 누리호 1단과 2단이 조립을 마치고 우주에 보낼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는 24일 3차 발사를 보름여 남긴 상황에서 우주 궤도에 오를 위성 8기를 실을 누리호 3단 연결만을 남긴 것이다.
누리호가 기다리던 손님들은 이날 하나둘 속속 조립동 옆 위성 보관동으로 들어왔다. 이틀 전 도착한 차세대 소형위성 2호에 이어 나머지 위성들이 보관동 내 테이블에 하나씩 올려졌다. 이들 위성이 3단에 장착되고 3단이 1·2단과 체결을 마치면 발사를 위한 모든 조립이 완료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날 누리호 3차 발사 준비 현장을 기자단에 공개했다. 관계자들은 긴장과 열정, 흥분과 기대감이 뒤섞인 채 막판 준비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누리호 3차 발사는 우주발사체 시험 비행 성격이던 앞선 두 차례 발사와 달리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체가 제작한 실용급 위성을 탑재하는 사실상 첫 실전발사다.
이번 발사에는 주 탑재위성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개발한 차세대소형위성 2호와 부탑재위성인 한국천문연구원의 도요샛 4기, 민간기업 루미르, 져스텍, 카이로스페이스의 큐브위성 등 총 8기가 실려 우주로 향한다.
현재 나로우주센터에는 항우연 연구진과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 체계종합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해 누리호 개발 참여 업체 관계자 100여 명이 머무르며 막바지 조립과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날 찾은 조립동에는 누리호 1, 2단만 한쪽에 놓여 있었고, 주변에는 별다른 부품이나 장비들도 없이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원유진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1, 2단은 조립과 성능시험을 완료했고, 단조립에 필요한 각종 화약류, 고체 모터 등 모든 구성품 조립이 완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누리호 3단 연결부위는 검은 천으로 싸여 내부를 볼 수 없었다. 이는 누리호에 적용된 기술 보안을 위해 가린 것이라고 항우연은 설명했다.
위성 조립동에는 먼저 입고된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한편에 서 있었고, 조립동 중앙에는 큐브위성을 놓을 테이블들이 놓여 있었다. 이날 오후부터 큐브위성들이 하나둘 도착하며 테이블 위를 채워갔다.
테이블 옆엔 3단에 장착되는 7t급 엔진과 페어링(위성보호 덮개), 위성과 3단을 연결하는 판인 클램프 밴드 등이 놓여 있었다.
위성이 최종 점검을 마치면 3단 최상부에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장착하고, 양옆에 큐브위성 7기를 실은 사출장치를 탑재한 후 페어링을 씌워 3단 조립을 완료하게 된다.
장영순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발사할 위성마다 크기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부탑재 위성이 있을 경우 어댑터를 변경하게 된다"며 "(사출장치 같은) 새로운 구조물을 추가 설치해 위성을 탑재하는 방식을 쓴다"고 말했다.
위성 보관동을 나와 나로우주센터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발사대로 이동하자 비가 내리는 중에도 연구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날은 발사대 바닥 아래로 뚫린 화염 유도로에 센서를 설치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화염유도로는 누리호가 내뿜는 3천도에 달하는 화염이 빠져나가게 하는 통로로, 초당 900kg의 물을 분사해 온도를 낮춰 누리호의 탯줄 역할을 하는 '엄빌리칼 타워' 등 장비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강선일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발사체가 이륙하면서 내는 화염의 온도나 속도, 압력을 측정하기 위한 센서로, 민감하다 보니 발사를 앞두고 설치한다"며 "측정값은 제3발사대를 만들 때 기초 정보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우연은 제2발사대 옆 나로호 발사에 쓰였던 제1발사대를 들어내고, 공간을 확장해 2030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차세대발사체 전용 제3발사대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이날 기자단 브리핑은 지난해 6월 2차 발사 당시 박수와 탄성으로 가득 찼던 발사지휘센터를 배경으로 이뤄졌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차세대발사체개발사업단장 겸직)은 1· 2차 발사와 달라진 점을 묻자 "발사 준비 과정에서는 2차 발사와 3차 발사가 크게 다른 건 없다"며 "다만 이번에는 위성을 많이 싣고 임무가 정해진 궤도에 투입해야 하는 점 정도가 달라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발사체를 위해 만들어진 위성 모사체나 성능검증위성을 싣던 것과 달리 처음 손님을 받는 만큼 연구원들에게 '서비스 마인드'가 생긴 것도 달라진 점"이라고 덧붙였다.
발사 시점을 오후 4시로 정하고 실제로는 5시에 발사했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발사는 차세대소형위성 2호가 임무 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시간인 오후 6시 24분에 맞춰 발사해야만 한다.
브리핑에 참석한 위성 개발진들도 발사를 앞둔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누리호에 자체 개발 큐브위성을 싣는 카이로스페이스의 신경호 대표는 "실제 큐브위성을 만들어보고 실증할 수 있다는 건 우주 스타트업에는 출발점과 같은 기회"라며 "발사가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그동안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많은 기술적 노하우를 축적했지만, 아직 누리호 비행은 세 번째에 불과하다"며 "3차 발사가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철저히 점검하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발사는 누리호를 반복 발사해 발사 성공률을 높여가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의 첫 발사다. 총조립 절차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참여해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발사과정에도 공동 운용 역할로 참가하게 된다.
조선학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정책연구관은 "누리호 3차 발사는 실용급 위성 발사, 체계종합기업의 참여라는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는 과정"이라며 "우리나라 독자 우주 수송 수단인 누리호의 3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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