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소재·부품기업 투자와 합작법인 ‘활발’… 배터리 매출 늘수록 중국도 ‘웃음’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국내 배터리 소재·부품 기업의 투자 속도가 가속화 되고 있다. 또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최근 북미를 중심으로 자동차 업체들과 합작법인(JV) 형태로 확장에 나서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3일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 기업인 중국의 화유코발트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사는 합작사를 세워 2027년까지 포항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에 전구체와 고순도 니켈 원료 생산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이를 통해 포스코퓨처엠은 ‘니켈-전구체-양극재 밸류체인 클러스터’를 완성하고, 현재 연산 10만5000t의 양극재 양산능력을 2030년까지 61만t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전구체 내재화를 강화하기 위해 화유코발트와 손잡고 2028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전구체 공장을 건설한다.
앞서 SK온은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중국의 GEM과 전구체 생산을 위한 3자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3사도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연산 5만t 수준의 전구체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최근 국내에서 양극재와 전구체 생산시설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것은 이들 소재가 IRA 세부 지침상 배터리 ‘부품’이 아닌 핵심 광물에 준하는 ‘구성조새’로 규정되면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한국에서 생산해도 IRA에 따른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LG화학은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3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공장을 짓고, 연간 12만t 규모의 양극재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자회사이자 고객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북미 시장에 대규모로 배터리 공장을 건설·가동하는 만큼 현지에 공급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분리막 기업의 경우 IRA 세부 지침상 ‘부품’으로 규정되면서 북미에 생산라인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IRA에 따르면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북미에서 제조 및 조립된 배터리 부품비율은 올해 기준 50% 이상을 충족해야 하고, 이 비율은 내년부터 매년 10%씩 높아진다.
분리막 생산 기업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올해 안으로 북미 투자 결정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LG화학 역시 북미에 분리막 공장 신설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밖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최근에는 북미를 중심으로 자동차 업체들과 합작법인(JV) 형태로 해외 확장에 나서고 있다.
SK온은 지난 4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포드와 현대차 북미 JV 외에도 다양한 고객과의 협력 가능성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SK온은 현대차그룹과 손잡고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연간 35GWh 규모의 공장을 지을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과 SK온의 투자 총액은 6조5000억원 규모다.
삼성SDI는 앞서 지난해 세계 4위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 JV를 설립하고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인디애나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구축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이달 중순 현대차와 북미 JV 설립을 공식화하고 투자 규모 등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배터리-완성차 업체의 ‘합종연횡’은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장해야하는 이해관계가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배터리 3사의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지만, 리튬 등 핵심 소재 시장을 장악한 중국 업체들에 대한 의존도도 커지고 있다. 특히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의 경우 중국산 비중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심한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배터리 양극재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 수입액은 21억6000만달러로 2022년 1분기 보다 490.3% 급증했다.
연간 수산화리튬 수입액은 2017년 1억3000만달러로 처음 1억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2018년 2억3000만달러, 2019년 3억9000만달러, 2020년 4억4000만달러, 2021년 6억7000만달러, 2022년 36억8000만달러 등 급증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양극재 제조에 쓰이는 수산화리튬을 거의 전량 수입한다. 그중에서도 중국산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 수산화리튬의 중국산 비중은 수입액 기준 지난해 87.9%에 달했다.
2022년 한 해 국내 배터리 업계가 중국에서 수산화리튬을 들여오는 데 쓴 돈은 32억3000만달러로 한화 약 4조3000억원이다. 올해 1분기에만 중국산 수산화리튬 수입액은 18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같은 구조는 대(對)중국 무역적자를 키우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수산화리튬은 광산이나 염호에서 추출된 리튬 광물이나 화합물을 배터리 제조에 곧바로 쓰일 수 있는 수준까지 정련해 가공한 가루 형태 물질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주도하는 하이니켈 NCM 계열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극재를 만들 때 필요하다.
수산화리튬 이외에도 코발트, 흑연 등 다른 배터리 핵심 소재에서도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2018년 리튬 자원 확보를 위해 아르헨티나 염호를 인수한 바 있다. 1단계 공장이 완공되는 2024년부터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수산화리튬을 생산해 도입할 계획이다. 이후 2025년부터는 아르헨티나 염호에서 들여온 중간 물질인 탄산리튬을 국내 공장에서 가공해 연 2만000천t 규모의 수산화리튬을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4월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수산화리튬 생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중국 야화와 맺었다.
김경훈 무역협회 공급망분석팀장은 “수산화리튬의 중국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 같지 않다”며 “포스코 같은 국내 기업들이IRA 환경을 맞아 시의적절하게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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