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 탄 '닥터 차정숙', 온 세상 엄마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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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차정숙'이 세상 모든 엄마들의 마음을 담았다.
과거 엘리트 재원이었으나 가족을 바라지하느라 자신을 잃어버린 차정숙의 현실, 그리고 진정한 '나'로 사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암초들 등은 차정숙과 같은 처지의 동년배들 뿐만 아니라 청년들까지도 사로잡았다.
이와 별개로 차정숙은 조직문화에 적응하려고 노력하지만 끝내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면 마음 한편으로 차정숙을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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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실현하는 '엄마'의 이야기
엄정화의 호연에 생동감 고조
'닥터 차정숙'이 세상 모든 엄마들의 마음을 담았다. 엄마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 살고 싶었던 이의 눈물을 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뭉클하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인간 차정숙이 던지는 느낌표가 깊은 여운을 만들어내는 중이다.
JTBC '닥터 차정숙'의 흥행 열기가 매섭다. '닥터 차정숙'은 20년차 가정주부에서 1년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다. 가족이 전부였던 평범한 주부가 닥터로 각성한 스캔들이 관전 포인트다. 지난달 15일 첫 방송된 '닥터 차정숙'은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4.9%로 시작, 6회에서 13%를 돌파했다. 방송 4회 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넘기면서 자체 최고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방송 내내 동시간대 1위를 수성하면서 주말극을 꽉 잡았다. 막강한 흥행 IP로 기대작이었던 SBS '낭만닥터 김사부3'과 비교했을 때 전혀 밀리지 않는 수치다.
화제성 지수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굿데이터 코퍼레이션이 발표한 순위에서 2주 연속 엄정화 김병철이 출연자 화제성 순위 1, 2위를 차지했다. 명세빈(3위), 민우혁(6위), 박준금(10위)까지 조연들도 TOP10에 이름을 올리며 작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입증했다.
이처럼 '닥터 차정숙'이 빠른 시일 내 안방극장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공감대 형성이다. 전업주부였던 차정숙이 자아실현을 하는 여정이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남긴 것이다. 과거 엘리트 재원이었으나 가족을 바라지하느라 자신을 잃어버린 차정숙의 현실, 그리고 진정한 '나'로 사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암초들 등은 차정숙과 같은 처지의 동년배들 뿐만 아니라 청년들까지도 사로잡았다.
'닥터 차정숙'은 의학드라마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서정적이다. 수술보다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진정성이 더욱 부각된다. 이는 '낭만닥터 김사부3'이 생사를 오가는 환자들을 번번이 살려내는 과정과는 사뭇 다르다. 비교하자면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궤를 같이 하는 감정선이다. 차정숙이 어떤 방식으로 수술을 거부하는 이들을 위로하고 달래는 장면들이 에피소드 속 곳곳에서 담기면서 '좋은 의사'가 무엇인지 진정성 있게 전달된다.
극 중 차정숙은 '고령 취업자'로 은근히 소외되고 배제 당한다. 간호사, 레지던트 동기들 모두 차정숙을 두고 빈정거리거나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곤 한다. 이와 별개로 차정숙은 조직문화에 적응하려고 노력하지만 끝내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차정숙이 위기의 상황에서 아들 혹은 남편을 호출하는 이유는 그가 무능력하기 보단 그저 아직까지 배우고 있는 입장이기에 그렇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면 마음 한편으로 차정숙을 응원하게 된다.
차정숙이 유튜브 영상으로 독학하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모습은 흡사 무인결제기(키오스크) 이용을 어려워하는 중장년층을 떠올리게 만든다.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상황에서 사회에게 소외받는 세대들을 연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를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것은 엄정화의 호연 덕분이다. 다소 평면적인 이 차정숙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면서 모든 이들을 응원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엄정화는 그간 작품들 중 생활 연기에서 더더욱 빛을 발하곤 했다. 영화 '댄싱퀸' '미쓰 와이프' 등 기혼 여성의 삶을 유머러스하고 또 인간미 있게 그려내는 것이 엄정화의 주특기다. 그런 무기를 든 엄정화, 그리고 좋은 이야기가 만났으니 '닥터 차정숙'이 흥행하는 것은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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