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대관식] 환호와 야유 사이…전통 지키며 현대화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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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 영국 국왕이 6일(현지시간) 런던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의 환호와 군주제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대의 야유 사이에서 대관식을 치렀다.
미 CBS 방송은 1953년 6월 2일 엘리자베스 2세 대관식 때 8천명의 내외빈이 참석했으나 이번에는 2천명으로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며 "찰스 3세가 모친과 마찬가지로 비오는 날 대관식을 치렀지만, 유사점은 물론 차이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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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종교인 초대해 다양성 배려, '영연방' 영토 인식도 변화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신이여 국왕을 지켜주소서'(God Save the King)와 '내 왕이 아니다'(Not My King).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6일(현지시간) 런던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의 환호와 군주제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대의 야유 사이에서 대관식을 치렀다.
1953년 이후 70년만에 치러지는 대형 이벤트를 맞이한 영국은 왕실의 유구한 전통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예식 곳곳에 달라진 시대상을 녹여내며 21세기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인 모습이다.
찰스 3세는 중세 시대부터 1천년이 지나며 확립된 웅장한 의식을 통해 새 영국 국왕으로서의 통치권을 확인했다고 AP 통신은 평가했다.
700년 전 떡갈나무로 제작된 왕좌에 앉은 그는 보주(寶珠·orb)와 홀(笏·scepter) 등 왕을 상징하는 물품(레갈리아)을 손에 든 채 대관식에만 사용되는 2.2㎏짜리 성 에드워드 왕관을 머리에 썼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고대 스코틀랜드의 왕권을 상징하던 '스콘의 돌' 위에 대관식 의자를 놓고 앉는 것 역시 영국 국왕의 권위를 강조하기 위해 고안된 유서 깊은 의식이다.
하지만 화려한 예식 이면에 자리 잡은 영국 국왕의 실질적인 의미는 그사이 크게 변모한 상황이다.
현대로 들어서며 왕은 대영제국을 실질적으로 통치하던 거대한 권력을 모두 내려놓고 국가의 상징적 존재로 내려앉은 데다, 최근 들어서는 영연방 약화와 군주제 지지 쇠퇴 현상까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대관식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이처럼 판이해진 시대상 속에서 군주제를 지켜내고자 하는 왕실의 깊은 고민이 반영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영국 국교인 성공회의 예배 형식으로 진행되는 대관식 의례에 사상 처음으로 불교, 힌두교, 유대교, 이슬람교, 시크교 등 각 종교를 대표하는 이들이 초청되는 등 다양성을 배려한 장면이 이목을 끌었다.
또 찰스 3세가 대관식 선서에 "모든 믿음과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대목을 추가한 것도 선왕이자 모친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 때와 뚜렷하게 달라진 대목이다.
영국 통치 범위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엘리자베스 2세가 "그레이트 브리튼 및 북아일랜드 연합왕국(현 영국의 정식 국호)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연방, 파키스탄, 실론, 그리고 당신의 소유와 다른 영토를 통치할 것"이라고 서약했다고 짚었다.
반면 찰스 3세는 이번에 "그레이트 브리튼 및 북아일랜드 연합왕국의 국민들, 그리고 당신의 다른 영역과 영토를 통치할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과거 광활한 영연방에까지 미치던 영국 국왕의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찰스 3세는 선왕 때와 비교해 왕실을 더 소규모로, 저비용으로 운영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실제 이번 대관식도 훨씬 간소하게 치러졌다고 AP는 설명했다.
미 CBS 방송은 1953년 6월 2일 엘리자베스 2세 대관식 때 8천명의 내외빈이 참석했으나 이번에는 2천명으로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며 "찰스 3세가 모친과 마찬가지로 비오는 날 대관식을 치렀지만, 유사점은 물론 차이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 왕실 역사는 10세기로 거슬로 올라가며, 종교적이면서 헌법적인 의식으로 대관식을 치르는 것은 현대 군주국들 사이에서도 드문 일"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관식이 1천년의 전통과 현대적인 방식을 혼합해 치러진 것은 군주제와 연관된 것들을 유지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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