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끈 은마 재건축, 이번엔 진짜 될까?…들썩이는 현장 분위기

김영주 기자 2023. 5. 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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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와 재건축
단지 내 플래카드 6일 은마아파트 단지 내에 추진위가 내건 현수막. 김영주 기자
은마아파트 전경 은마아파트 단지 내 전경. 김영주 기자

5월의 단비가 하루 종일 아스팔트 바닥을 적신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은마종합상가는 인파로 북적였다. 모든 것이 최신식으로 탈바꿈 중인 강남의 변화와는 무관한 듯 지하상가의 좁은 골목골목마다 전집, 반찬가게, 떡집, 족발집 등 재래식 시장의 정취가 한껏 풍겨 나왔다. 감자탕, 선지국을 포장해 파는 가게, 반찬가게 앞에는 동네 주민들 1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가족들과 같이 먹을 저녁 찬거리를 사러 나온 것일 테다.

은마상가는 3호선 대치역 3번 출구 앞에 위치한 1만 7700㎡규모의 초대형 상가다. 점포 수는 500개가 넘는다. 수천 명의 상인과 근로자들의 생계 터전이다. 아파트 주민들뿐만 아니라, 한강 이남의 내로라 하는 재래시장으로 강남 거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명소다.

오랜 세월 주민들과 고락을 함께한 상가지만 1979년생으로 올해 44살이 된 은마아파트가 새 아파트로 재탄생하는 데 최대 걸림돌로 여겨져 왔다. 2003년 재건축 추진위가 결성된 이래 20년째 조합 설립이 안 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상가 조합원들과 아파트 소유주들 간 입장 차가 꼽힌다. 상인 입장에서 새 아파트를 위해 삶의 터전을 잃을 수는 없단 것은 당연한 주장이었다. 상인들과 입주민들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십수 년이 흐르자 상가를 빼고 아파트만 재건축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돌고 돌아 아파트 소유자들과 상가협의회는 같은 배를 타는데 의견 접근을 이뤘다. 은마아파트 전체 면적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종합상가를 제외하고선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

재래시장은 몇몇 업종을 빼고는 과거와 같은 호황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재건축이 추진된 이래 20년의 시간이 흐르며 나이가 든 상가 소유주들도 많다. 이제는 변화해야 할 때라고 느끼는 상인들이 더 다수가 되어서였을까? 현재 추진위와 상가협의회는 재건축 조건에 대해 속도감 있는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조합 내 상가 이사·대의원을 포함하고, 아파트와 상가의 재건축 비용 정산 방안, 창립총회 의결 후 협약서 공증 등 외에 가장 민감했던 상가 조합원 분양 비율도 의견일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비율은 10%로 합의됐다. 새 상가를 분양받고 나서 새 상가의 분양가에서 기존 상가의 권리 가액을 뺀 금액이 아파트 분양가의 10%를 넘는다면, 새 아파트 1채도 분양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조합 설립, 이번엔 진짜 되는 걸까?

몇몇 상인들에 따르면 아직 최종 타결은 되지 않은 상태다. 재건축에 반대하는 상인들도 여전히 있다. 하지만 조합 설립에 필요한 상가 소유주 동의율 50%는 넘길 가능성은 크다고 한다. 상가협의회 측에서 이미 50%를 넘는 동의서를 받아놓았으며 이달 열리는 상가조합원 총회에서 최종 의결만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상가 소유주 동의서가 50%를 넘으면 이르면 7월 열릴 조합창립총회에서 조합 설립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추진위가 아파트 소유주를 대상으로 동의서를 징구한 지 27일 만에 조합 설립을 위한 법적 요건인 75%를 돌파했다. 7일 현재 동의율은 80%를 훌쩍 넘어섰다고 한다. 재건축에 대한 소유주들의 열망이 그만큼 강하다는 방증이다.

20년 넘게 끌어온 은마아파트 재건축 분위기가 무르익자 시장도 반응하고 있다. 전반적인 부동산 침체에도 지난해 한국부동산원 상한가 20억 밑으로 내려갔던 31평(1월 23일 19억2000만 원) 시세는 5월 1일 기준 상한가 20억5000으로 7000만 원 넘게 상승했다. 지난 6일 단지 내 여러 곳의 공인중개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20억 매물은 지난달 이미 소진된 상태로 현재 매수 가능한 매물은 22억대로 가격이 오른 상태다. 지난 1월 17억9500에 저층 매물이 거래된 것에서 3~4억 원 가량 가격이 뛴 셈이다.

◇은마아파트 투자해도 되나

재건축이 가시화하면서 은마아파트 가치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지역인 데다 조합 설립 이후엔 일부 매물을 제외하고는 조합원 지위 승계가 어려워 투자자들의 접근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합 설립부터 이주까지 수 년 간 실거주가 가능한 실수요자들만 가능한 선택지일 수 있다. 단지 내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조합이 설립될 경우 이주 시기는 4년 후, 입주 시기는 3년 후로 내다본다. 큰 변수가 없다는 전제 하에서다. 추가 분담금은 지난 3월 세부적인 수준이 정해졌다. 강남구청이 연 추정분담금 검증위원회 결과에 따르면 평당 7100만 원 수준이다. 현재 은마아파트 31평을 매수할 경우 새 아파트 분양은 25평은 3억1506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34평은 3억1612만 원을 내야 한다. 36평은 4억8271만 원, 40평은 7억622만 원을 낸다. 43평은 9억4025만 원의 추가 분담이 예상된다.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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