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영이 탄 저 차 뭐지?···PPL에 뛰어든 수입차 업계 [유창욱의 CAR톡!]
드라마·영화에 등장하는 수입차
마세라티·벤츠·볼보·아우디 등 동참
인기 작품엔 PPL 입찰 경쟁 치열
판매량·전시장 수 적은 한계 극복 가능
수치화 어렵지만 현장선 효과 실감
수입차 점유율 20%···PPL 경쟁도 지속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 주인공들이 타는 자동차에 눈길을 둔 적 있으시죠? 주인공이 멋지게 차를 몰고 질주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저 차 이름이 뭐지?”라는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영상 콘텐츠에 등장하는 자동차 대부분이 간접광고(PPL)입니다. PPL은 특정 상품을 방송에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마케팅 전략입니다. 주로 자동차 업계는 등장 인물이 자사의 차를 운전하거나 편의 기능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PPL에 참여합니다. 특히 수입차 업계가 적극적이죠.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JTBC 드라마 ‘대행사’에는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브랜드 마세라티 제품들이 등장했습니다. 드라마에서 회사 최초의 여성 임원 역할을 맡은 이보영씨는 파란색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르반떼 GT 하이브리드를, 제벌 3세 역할의 손나은씨는 검정색 세단 콰트로포르테를 몰고 나왔습니다.
이보영의 천적인 조성하씨는 흰색 기블리, 게임회사 대표로 나온 이기우씨는 컨버터블 스포츠카 MC20을 운전했지요. 각 차종은 커리어 우먼과 대기업 임원, 자유분방한 회사 대표의 캐릭터를 돋보이게 만들어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최근 주목을 받은 드라마와 영화에는 수입차 업계의 PPL이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SBS(034120)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에 자사 차량을 등장시켰습니다. 길복순에서는 전도연씨가 각이 살아있는 SUV 지바겐(G63 AMG)을 타고 나오며 강인한 킬러의 이미지를 드러냈고,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는 송중기씨가 전기 세단 EQS를 운전하며 눈길을 끌었죠.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와 tvN 드라마 ‘월수금화목토’에는 각각 볼보자동차코리아와 아우디코리아의 제품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금새록씨가 사랑의 이해에서 전기차 C40 리차지를 운전했고 박민영씨는 월수금화목토에서 아우디 e-트론 스포트백과 R8 V10 퍼포먼스 등을 몰고 나왔습니다.
수입차 업계는 자사의 차를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시키기 위해 제작사 측과 협상을 벌입니다. 특히 유명 작가가 집필하거나 인기 있는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에는 브랜드 간에 서로가 더 많은 제작비를 지원하겠다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기도 합니다. 많게는 수 억 원을 제작비로 제공한 사례도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유명 작가나 배우가 콘텐츠의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 법이죠. 많은 제작비를 지원하며 PPL 계약을 맺었는데 콘텐츠가 흥행에 실패해버려 허탈해 한 수입차 브랜드도 있다고 합니다. 돈은 돈대로 쓰고 홍보 효과는 얻지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겠죠.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의 말입니다.
“PPL 참여를 검토하는 단계에서는 드라마나 영화의 성공 여부를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작가와 배우를 믿고 입찰에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사내에서는 PPL 참여가 일종의 도박 같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업계가 이처럼 PPL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뭘까요? 불특정 다수에 다양한 차종을 한 번에 알릴 수 있는 방법으로 PPL만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수입차 업계는 국산차보다 전시장 수가 적고 판매량도 적습니다. 그래서 일반 대중에 자사 제품을 노출할 기회가 제한적입니다. 그런데 PPL은 출연자에 어울리는 차를 제공해 회사가 정한 판매 타깃을 공략하고 다수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어 한계를 극복하기에 적합하다고 하네요.
특히 넷플릭스 등 OTT를 통해 방영되는 콘텐츠는 전 세계에서 쉽게 시청할 수 있기 때문에 더 큰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수입차 브랜드 본사에서 K-콘텐츠에 등장한 PPL을 보고 남다른 관심을 표하는 경우도 있다네요.
물론 PPL의 명확한 효과를 측정할 수는 없습니다. 수치로 나타나는 건 시청률 정도가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영업 현장에서는 PPL 참여 이후에 고객들의 높아진 관심을 체감할 수 있다고 하네요. 또 온라인에서 차를 언급하는 게시물이 확연히 늘어나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포털 검색창에 ‘길복순’을 검색하면 ‘길복순 지바겐’이 연관 검색어에 뜨고 있거든요.
지난해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166만 대를 넘어섰습니다. 연간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판매 비중도 19.69%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국내에서 팔린 자동차 5대 중 1대가 수입차인 셈입니다.
조금 더 특별하고 개성 넘치는 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국내 수입차 시장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더 많은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수입차 업계의 PPL 경쟁 역시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등장하는 차를 찾아보고 검색해보는 재미도 계속될 듯 합니다.
완성차부터 협력사, 연관 산업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산업에는 수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연결돼 있습니다. 그만큼 산업에 얽힌 크고 작은 소식들도 많습니다. 말랑말랑하면서도 재미있는 자동차 업계의 소소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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