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노 반전매력, 최고의 성, 순결한 와사비 [함영훈의 멋·맛·쉼]
[헤럴드경제, 나가노=함영훈 기자] 해발 3000m 안팎의 산 16개 보유해 1998년 동계올림픽을 열었고, 올림픽 때문에 홋카이도 못지 않게 설국 이미지가 강한 나가노현에는 알고보면 일본 최고의 성(城)이 있다.
나가노의 예상밖 반전매력은 또 있다. 나가노현 오카야 시를 중심으로 일본 된장 최대 생산지이다. 또, 아즈미노시에 청정생태 시민공원 같은 초대형 와사비 농장을 보유하는 등 스시의 필수품인 와사비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시나노(信濃:신농)국이라는 나라가 있던, 풍요로운 농어업 지역이라고 한다. 한때 시나노현이라 불렸고, 지금도 시나노촌이 있다.
▶국보 마쓰모토성, 밖에선 5층, 내부는 6층= 먼저 가볼 곳은 성 중 일본 최고, 마쓰모토시의 마쓰모토성이다. 무로마치 시대 가장 강력한 쇼군이었던 요시미쓰가 죽은 후 16세기 후반 까지 130년 이어진 무주공산 군웅할거 전국시대에선 공격도 중요하지만 수비도 매우 중요했다.
땅따먹기 구도가 1차로 정리된 전국시대 중기 이후엔 더욱 그랬다. 더 뺏기 보다는 나와바리(縄張り:관할영역) 수성이 리스크를 줄이고 상대적 이득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쓰모토성은 오가사라와 가문이 전국시대 중반인 16세기초(1504년)에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다섯겹 여섯층의 천수각을 가진 일본 최고의 국보인 성이다. 오늘날의 모습이 완성된 것은 16세기 후반이다.
성루에 오르면 일본 최대 3중해자(오사카성은 2중 해자) 너머 시내가 보이고, 멀리 기타, 가이코마, 기소산 등 ‘일본 알프스’를 마주본다.
여러 면에서 마쓰모토성과 비슷하게 닮은 효고현의 히메지성도 4개 뿐인 국보 성(城)인데, 17세기 초에 만들어졌다. 이들 두 개만 5층 천수각을 가졌다. 마쓰모토성은 특이하게도 내부에선 6층이다.
마루노치구 성입구에 접어들면 해자가 거의 호수급이다. 기모노를 입은 아이들이 여행자와 사진을 함께 찍어주며 동행촬영 자원봉사자 노릇을 해준다. 둘 중 한 아이는 서양혼혈이다. 동-서양 여행객들이 여기저기서 커다란 해자 한복판의 성을 배경으로 인생샷 촬영에 여념이 없다.
▶검은 성 강인한 인상, 호수급 3중 해자= 푸른 물 한복판 성은 검다. 내구성을 높이고, 빛도 나며, 강인해 보이려고 검은 옻칠을 했기 때문이다. 이 성의 별명이 까마귀를 뜻하는 가라스성(烏城)인 이유이다. 깊고 넓은 해자를 가졌음을 느끼게하는 후카시성(深志城)이라는 별명도 있다.
오가사라와 성주가 방어 목적으로 축성했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덧신을 신고 들어가면 1층은 탄약과 식량창고이고 2층은 무사들의 대기소로서 창을 통해 빛이 잘 들도록 했다. 밖에서는 5층, 안에서는 6층은 이유는 비밀공간 3층에 있다. 일반 아파트 1개층보다 얕으막한 곳은 비밀공격 장소이다. 3층에서 총을 쏘면 적들은 대체 어디서 날아오는 총탄인지 알수 없다는 것이다.
4층은 유사시 성주의 임시거처이다. 관저는 성 옆에 별도도 있는데, 현에 위급한 일이 벌어지면 이곳에서 기거한다. 5층은 작전회의를 하는 곳, 6층은 망루전망대이다.
오가사와라 가문은 전국시대 후반 다케다 신겐의 공격을 받아 다케다 가문의 지배를 받지만 1582년 다케다 가문이 멸문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접수했으며, 도쿠가와가 토요토미의 명령에 따라 간토지방으로 옮긴뒤 오가사와라 가문의 수중에 다시 들어온다. 그러나 에도시대에는 마쓰모토 번의 번청으로 사용되었고, 미즈노 가문, 마쓰다이라 가문이 성주가 되었다.
3층부터는 계단이 가파르다. 내려오는 관람객, 올라가는 관람객, 어느 한쪽이 반드시 양보해야 한다. 관람이 끝나면 일본 전통옷을 입은 여인과 무사가 관광객들과 함께 사진촬영에 임해준다.
메이지유신 이후 무주공산이 되면서 천수각이 경매에 붙여졌는데, 이때 이시카와 료조등 지역 유지들이 성을 지켜냈다. 기둥의 노후화, 해자가 매우 큰데 따른 지반 약화 등으로 천수각이 조금씩 기울고 있다고 한다. 1686년에 있었던 농민봉기때 타격을 입은게 시초라는 설도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수시로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국보로 지정된 것은 천수각, 이누이 소천수, 와타리 망루, 다쓰미 쓰케 망루, 쓰기미 망루 등이다.
▶1급수에서만 자라는 와사비= 나가노현의 반전 매력 중 대왕와사비농장을 빼놓을 수 없다. 마쓰모토성에서 북쪽으로 15분가량 차를 타고 가면 아즈미노 시(市)에 이 농장이 있다.
와사비가 자라려면 청정 생태, 깨끗한 물, 일정한 수온이 가장 중요한데 이 농장이 있는 아즈미노시 호타카 마을이 최적지라는 것이다. 일본 북알프스에서 녹아내린 물이 이곳까지 도달하는데에는 최단 6개월, 최장 12년이 걸리는데, 그 오랜 시간동안 물은 가장 건강한 상태로 정제된다고 한다. 수온도 섭씨 13도로 일정하다.
1급수가 아니면 상대도 안하는 와사비는 어릴적 사람 심장모양처럼 생겼다가 어른이 되면 사람 콩팥 모양을 한다고 한다. ‘체내 나쁜 기운을 걸러내는 생명의 풀’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외형을 적절히 해석한 것이다.
농장이지만 자연공원, 테마파크 같은 분위기이다. 물 도랑 한 줄, 와사비 한 줄이 육상세계선수권대회 트랙 처럼 둥글고 길게 이어져 있고, 농장 사이 사이 시민과 여행자를 위한 산책길이 조성돼 있다. 횟감을 찍어 먹을 때나 접해봤지 생육하는 과정을 본적이 없기에 모든 풍경이 신기롭기만 하다.
농장 안에는 와사비 밭(논이라고 해도 될 것처럼 물반 와사비 반이다), 레스토랑, 동굴, 전망대, 강물같은 와사비밭 위 다리 등이 있어 누가 보아도 센트럴파크급 생태놀이터이다.
이곳에 물을 대는 북알프스 산악들이 대왕와사비농원을 흐뭇하게 내려다 본다. 지금 고산들이 머리에 이고 있는 잔설은 아마 몇 년후 이 농원에 도달할 것이다.
▶가성비 높은 와사비 음식·간식= 아름다운 풍경 때문에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가 ‘꿈(夢)’이라는 영화를 여기서 찍었다. 당시 영화를 위해 만들어놓은 물레방아 오두막집은 지금도 남아 여행자의 포토포인트가 되고 있다.
와사비 밭을 가로질러 놓여있는 다리 역시 중요한 인생샷 지점이다. 물-농장과 관련된 모든 상을 휩쓴 5관왕 관광지이고, 후생성 조차 물에 관한 7개 조건을 모두 만족시킨 곳으로 인증하기도 했다.
레스토랑과 매점에서는 와사입 아이스크림, 와사비 오뎅, 와사비 덮밥, 와사비 카레, 와사비 맥주, 와사비 고로케등을 체험한다. 가나자와의 금가루 아이스크림과는 달리 모든 와사비 제품의 가성비는 매우 높다. 양수집병하여 많은 것을 맛보아도 좋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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