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돈봉투’ 이정근 왜 통화 녹음했나? 대답은...[법조 인싸]
“李, 모른다 해...자동녹음 설정한 적 없다더라”
“플리바게닝·녹음 언론 전달 안했단게 李 입장”
李, 검찰에 출정조사 받으며 변호인에 안 알려
“작년 12월, 검사가 ‘강래구 돈봉투’ 처음 물어”
이 의혹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수감중)에 대한 개인 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이 ‘이정근 녹음파일’을 입수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플리바게닝(형량 거래)’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정치권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이 사건에 대한 질문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정근은 검찰에 ‘돈봉투 전당대회’를 진술한 대신 감형을 노린 걸까요? 이정근은 당초 왜 3만건의 통화를 녹음해놨던 것일까요? 변호인 없는 검찰 출정조사에서 무슨 대화가 오간 걸까요?
이 같은 질문에 대한 이정근의 입장을 일부 알 수 있는 기회가 최근 있었습니다.
이정근의 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더펌의 정철승 대표변호사가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법무법인 더펌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것입니다.
법무법인 더펌은 현재 수감중인 이정근을 대리해 지난달 28일 ‘이정근 녹음파일 유출·보도’ 의혹과 관련 검찰, jtbc 기자, 이정근 전·현직 변호인들을 각각 공무상비밀누설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소했습니다.
이정근은 수년간에 걸쳐 휴대전화 4대에 총 3만건의 통화를 녹음했고, 이것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가 이정근의 특별범죄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던 중 확보했습니다.
민주당 지지자들로서는 ‘이정근은 애당초 왜 저런 녹음을 해서 이 사단을 만들었을까’하는 답답함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철승 변호사는 “(이정근은)왜 녹음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통화 자동녹음 설정을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의도적으로 녹음을 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다소 맥이 빠지는 대답입니다. 그럼 누가 녹음버튼을 눌렀다는건지 의문이 남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정근 측에서는 최선의 대답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의도적으로 정치권 등 인사들과의 대화를 녹음하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이정근 입장에서 앞으로 정치 인생에서 심각한 오점이 될 수 있습니다.
또 구태여 녹음 이유를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정철승 변호사는 “그건 (이정근에게) 못 물어봤다”고 말했습니다.
변호사가 의뢰인의 비밀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만큼 이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않는게 낫다고 판단했다는게 정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정 변호사는 이정근에게 돈봉투 살포 여부를 듣는 것이 불리하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법무법인 더펌은 ‘돈봉투 사건’에 대해 이정근의 변호인으로 선임되지 않은 상태이기도 합니다.
‘플리바게닝’ 의혹에 대해 정철승 변호사는 “사실무근”이라고 했습니다.
정철승 변호사는 “이정근은 ‘지금까지 자신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검찰과 플리바게닝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돈봉투’ 수사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정근이 검찰에 수사 정보를 흘려준 대신 자기 개인 비리사건 수사에 편의를 제공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이정근이 사업가 박우식 씨로부터 각종 청탁·알선대가로 10억원가량을 받고 불법 정치자금 3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1심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은 사건에 대해 정작 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했고 항소하면서도 구형량을 늘리지 않을 방침을 밝힌 것도 이런 의심을 뒷받침합니다.
정 변호사는 “그 (검찰 구형)징역 3년이 어떻게 나온건지를 변호인들은 전혀 모른다”고 했습니다.
검찰이 이정근을 구속한 작년 10월 이후 최근까지 42번이나 검찰청으로 불러 출정조사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당초 이정근은 변호인 대동 없이 검찰청에 가 변호인도 올해 1월이 돼서야 이정근의 출정조사 사실을 인지했다고 합니다.
정철승 변호사는 이정근한테 ‘왜 변호인한테 말도 안하고 검사실에 함부로 다니느냐’고 물어봤다고 합니다.
이정근은 “구치소는 고통스럽다. 검찰이 검찰청으로 나오겠느냐고 하면 나갔다. 따뜻한 검사실 소파에 앉아서 차 마시고 음식도 주고 하니까 간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 검사 6명이 순번을 정해서 면담이라고 해서 하루종일 잡담을 나눠줬다”는 취지로 대답했다고 합니다.
검찰이 이정근을 ‘회유’하려 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입니다.
작년 말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검사가 강래구가 이정근에게 ‘봉투 10개 준비됐다’고 말한 통화 녹음파일을 이정근에게 들려줬다고 합니다.
검사는 이어 “이거 돈 봉투죠?”라고 물어봤고 당시 이정근은 “전혀 모르겠네요”라고 답했다는게 정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이정근은 올해 1월 이 같은 사정을 정 변호사에게 말하며 “(돈봉투 사건은)막연해서 입건할 수 없을거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정철승 변호사는 플리바게닝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그는 “(이정근이)‘플리바게닝을 안했다’고 저희 변호인한테 얘기한게 거짓말일리 없다. 일단 저희한테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며 “이정근에게 ‘거짓말을 했을 때는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플리바게닝 여부를) 물어봤었다”고 했습니다.
법무법인 더펌 측은 현재 ‘민주당 돈봉투 전당대회’ 관련 이정근의 변호인으로 선임되지 않았습니다.
이정근의 알선수재·정치자금법 위반 항소심 변호인으로도 선임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현재는 ‘검찰·jtbc 녹음파일 유출’ 고소 건만을 대리할 뿐입니다.
정 변호사는 이정근의 비용 부담 문제를 그 이유로 들었지만, 이면에 다른 이유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일단 ‘이정근 녹음파일 유출·보도’ 고소건과 관련해 법무법인 더펌을 고소인 자격으로 조사한뒤 검사들에 대한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jtbc 기자들에 대한 건은 서울 마포경찰서에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법조 인싸’는 법조계의 ‘인싸’(를 꿈꾸는) 기자들이 법조계 인사들의 ‘인사이트’와 기자들의 관점을 전합니다. 주중 기사에서 팩트 전달에 집중했다면, 주말 코너에서는 법조계를 출입하며 쌓은 나름의 시각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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