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방한 첫 일정 ‘국립현충원 참배’ 3가지 의미

박은하 기자 2023. 5. 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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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인물들 존경 표시”
역대 정상들도 관례적 방문
대부분 6·25 전사자 안장
한·일 안보 협력 강화 의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박2일간의 한국 방문을 위해 7일 오전 하네다 공항에 도착, 환송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한국 방문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기시다 총리는 부인인 기시다 유코 여사, 기하라 세이지 관방부장관,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 등과 함께 국립현충원을 방문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일본 정부 당국자는 기시다 총리가 국립현충원을 방문하는 의미에 대한 질의에 “한 국가의 정상이 방문국의 현충 시설을 찾아가 그 나라의 역사와 관련한 많은 사람의 삶에 존경의 마음을 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기시다 총리도 한국 역사에서 그런 (현충원에 묻힌) 사람들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일본 총리 현충원 방문 의미는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방한 일정을 시작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앞줄 오른쪽 둘째부터)와 기시다 유코 여사가 묵념을 하고 있다.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일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이후 50여 일 만에 서울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다시 만나 회담을 갖는다. 2023. 5. 7 사진공동취재단

일본 현직 총리가 현충원을 방문한 것은 2011년 10월 당시 한국을 방문한 노다 요시히코 총리 이후 약 12년 만이다. 역대 일본 총리들은 정상외교를 위해 한국을 방문할 때 관례적으로 국립현충원을 참배해 왔다.

나카소네 야스히로(1918∼2019) 총리가 1983년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나카소네는 일본 총리로서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후 2006년 아베 신조(1954∼2022), 2009년 아소 다로 당시 총리도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헌화, 참배했고, 2010년 방한한 당시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대전현충원을 찾아가 참배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한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이 이 묘지를 참배하는 것은 관례”라며 “기시다 총리로선 ‘셔틀 외교’를 재개한다는 자세를 한국 측에 보여주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난 4일 보도한 바 있다.

국립현충원에 묻힌 순국선열의 대다수는 6·25전쟁 전사자라는 점에서 한일 안보 협력 등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기시다 “신뢰관계 기초해 대화”
<YONHAP PHOTO-2690>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언급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도쿄 교도=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박2일간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7일 오전 총리 공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날 오후 열릴 윤석열 대통령과의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9시 30분쯤 도쿄 하네다공항을 출발해 11시 50분쯤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한국 방문 직전 도쿄 관저에서 기자들을 만나 “신뢰관계에 기초해 윤석열 대통령과 솔직한 의견교환을 하겠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오는 19~21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을 초대한 것을 근거로 국제·지역 정세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재무, 방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일 정부 간 대화가 재개되고 있다면서 “이런 흐름을 한층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8일에는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이나 한국 재계 관계자와 면회를 예정하고 있다.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북한에 대한 대응과 반도체 등 중요한 물자의 공급망 강화책을 토론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12년 만의 셔틀외교 복원의 의미는

일본 총리 방한은 2018년 2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여한 이래 5년 만이다. 일본 언론들은 ‘셔틀외교의 복원’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셔틀외교는 일 년에 한 번씩 양 정상이 서로의 나라를 방문하는 형식으로 2004년에 시작됐다. 셔틀외교는 2011년 2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의 교토 회담 이후 중단됐다. 이는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독도 영유권 분쟁과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의 영향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소개했다.

기시다 총리는 당초 일본 정기국회 회기가 종료된 여름철에 방한하는 것을 염두에 뒀으나 히로시마 G7 정상회담을 앞두고 앞당겨 방한하는 것이 전격적으로 결정됐다고 아사히신문이 한일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셔틀외교 복원이라는 취지에 지난 3월 윤 대통령의 방일이 한국 내에서 일방적 외교로 해석되지 않도록 배려했고 나아가 한미일 정상회담을 조정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을 상정해 핵무기를 포함한 미국의 전력을 배경으로 한국에 대한 공격을 떠올리게 하는 ‘확대억지’ 강화를 담은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며 히로시마 G7정상회의 주최국인 일본으로서는 “북한과 중국을 염두에 안보 분야에서 한미 양 정상이 어떤 협의를 했는지 서밋 전에 찾아볼 필요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번 방한에서는 한미일 연계와 인도 태평양의 과제가 양대 주된 의제”라는 총리 측근의 말도 전했다.

일본 언론이 본 기시다 방한

셔틀외교 복원과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서는 신중론도 감지된다. 아사히신문은 “한국 내에서는 징용공 문제(강제징용 문제의 일본식 표현)를 둘러싸고 일본 측의 명확한 사죄가 없다는 비판이 뿌리 깊고 방한을 계기로 기시다 총리에 대응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다”며 “총리 방한에 ‘큰 기념품’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었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시다 정권의 내각 지지율은 4월 말 여론조사에서 52%로 상승해 8개월 만에 50%대가 됐지만 윤 정권에 대한 한국 여론은 대일외교에서 양보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뿌리 깊고 윤 대통령 지지율도 낮다”면서 한국이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2018년 ‘레이더-초계기’ 사건도 풀어야할 과제로 거론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18년에 한국군 함정이 자위대 레이더를 조사한 문제는 자위대와 한국군 사이의 신뢰를 훼손하고, 사실관계의 인식을 둘러싼 대립은 평행선으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한일 초계기 갈등은 2018년 12월 20일 동해에서 조난한 북한 어선을 수색하던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함정 근처로 날아온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했다고 일본 측이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한국 측은 레이더 조사는 없었고 오히려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 근처에서 저공 위협 비행을 했다고 반박했고, 이런 양측의 입장이 지금까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일본의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처리수) 해양 방출이 정치 쟁점화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니혼게이자이는 한국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을 두고 안전성과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처리수 방출을 정치문제로 삼지 않도록 양국 정부가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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