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하다, 힙해”…플립폰에 꽂힌 Z세대

“끊임없이 울리는 SNS 알람 지겨워”
진짜 지인과의 소통 중시
노키아, 월 수만대 플립폰 판매

[CNN]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첨단의 끝을 달릴 거라고 생각되는 Z세대가 플립폰에 빠졌다. 삼성전자의 갤럭시Z 플립 시리즈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1990년대를 풍미했던 바로 그 플립폰이다.

일리노이대에 막 입학한 새미 팔라조는 기숙사 친구들의 스마트폰 중독에 한숨이 나왔다. “우리는 파티를 하는 중에도 계속 스마트폰을 스크롤하고 또 스크롤했다”면서 “스마트폰의 노예처럼 느껴지자 참을 수가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다음날 그들은 월마트로 가서 40달러짜리 플립폰을 구매했다. 이후 팔라조가 외출할 때마다 사람들은 그의 휴대전화를 보여 달라고 졸랐고 그때마다 그는 으스대며 플립폰을 열어젖혀 보여줬다.

광고를 전공하는 팔라조는 각종 행사에 아이폰 대신 이 ‘멍청한’ 휴대전화를 가져가는 게시물을 틱톡에 올리며 플립폰 전도사가 됐다. 노키아는 최근 그에게 90달러짜리 2780 시리즈 플립폰을 공짜로 보냈고 그의 친구와 팔로워에게도 44대를 선물했다.

노키아의 디바이스를 만드는 HMD글로벌의 라스 실버바우어 최고마케팅책임자에 따르면 노키아는 미국에서 다달이 수만대의 플립폰을 판매하고 있다. 실버바우어는 “이것은 작은 추세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Z세대가 플립폰에 빠진 것은 자신만의 시간을 방해하는 끊임없는 알림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에 사는 23세의 콘텐츠전략가 오사마 카타나니는 아이폰과 플립폰을 모두 가지고 있다. 두 디바이스의 사용비율은 반반이다. 그는 플립폰을 가장 가까운 지인에게 연락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그는 “이 폰에는 업무용 e-메일도 없고, 인스타그램 업데이트도 없으며 페이스북도 없다”면서 “소중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로부터도 연락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대형 마트에서 플립폰은 선불 요금제를 포함해 100달러 미만에 구입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위한 기존 회선이 있는 카나나니는 한 달에 30달러의 무제한 요금제를 내고 플립폰은 단돈 1달러에 구입했다.

그렇다고 해서 최근 플립폰이 1990년대와 똑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최신 플립폰은 대부분 블루투스와 4G통신 기능, 최신 카메라와 같은 기능이 있다. 통화와 문자메시지에 기능이 집중돼 있다 보니 한 번 배터리를 충전하면 최대 보름까지 사용할 수 있다. 무게는 주머니에 있다는 사실도 잊을 정도로 가볍다. 일부 폰은 방진·방수 기능을 갖추고 강한 충격에 강해 스키, 패들링 등 익스트림스포츠를 할 때에도 걱정 없이 가져갈 수 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