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 여파?…SH임대주택 임대료 인상 논란, 왜?[부동산백서]

최서윤 기자 2023. 5. 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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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 취약계층 영구·국민임대 등 12년 만에 보증금·월임대료 5% 인상
"시세와 차이 너무 크면 부작용" vs "반지하 매입비를 임대료 올려 충당"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과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이 25일 오후 서울 1호 주거안심종합센터인 용산 센터에서 현판식을 갖고 있다. 2022.4.2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천만 시민 주거안정과 주거복지에 기여한다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어떻게 임대료 손실을 적자 원인으로 지목하고 임대료를 인상한다고 합니까. 반지하 매입한다고 80대 노인들 다 쫓아내고 반지하로 가면 다시 반지하 대책으로 구제합니까."

지난 4월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있었던 기자회견 내용입니다. SH가 운영 중인 임대주택 임대료를 인상하기로 결정하자 논란이 되고 있는 건데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서울시 조례 개정으로 구성된 임대료 조정위원회…10여 년 만에 인상 결정

서울시 산하 SH가 운영하는 임대주택 임대료는 그간 SH가 공공임대사업자로서 결정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 봄 서울시 조례 개정으로 공공주택임대료조정위원회를 시에서 구성해 결정하게 된 건데요. 첫 위원회가 열리자마자 12년간 동결해온 임대료를 덜컥 인상 결정한 겁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주택특별법 492조 2항 '5% 이내 범위에서 주거비, 물가지수, 인근 지역 주택임대료 변동률 등을 고려해서 증액해야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위원들이 임대료 인상에 찬성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법률상 허용하는 최대 폭으로 인상을 결정한 것이죠.

SH 관계자에 따르면 임대주택 임대료를 산정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건설원가기준으로 산정하는 유형과 주변 시세에 따라 산정하는 유형이 있는데요.

우선 △영구임대 △국민임대를 포함해 △공공임대 △재개발임대 △주거환경임대 △매입임대 △희망하우징 7가지가 건설원가기준 산정 유형에 해당합니다. 최초 임대료는 원가의 10~20%에 맞춰 산정했고, 2004년부터 동결하다가 2011년 한차례 올린 뒤 12년 만에 5% 인상하게 된 것이라고 SH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임대주택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영구임대는 임대료가 가장 낮은 유형의 임대주택인데요. 영구임대의 경우 기존 보증금 155만~443만원, 월임대료 3만7100~8만8300원 수준에서 보증금과 임대료가 각 5%씩 인상된 겁니다. 영구임대 거주자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작년 말 주거급여가 많게는 3000원 정도 인상된 점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이 영구임대주택 거주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보입니다.

문제는 이외에도 다양한 유형의 임대주택이 있다는 점인데요. 주변 시세에 따라 산정하도록 하는 △역세권청년주택 △장기임대 △행복주택 3가지의 경우, 최근의 집값 급등세를 생각하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SH 관계자는 "주변 시세의 70%를 기준으로, 주택 위치와 거주자의 소득 수준 등을 반영해 그에 맞게 최대 5%까지 인상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역세권청년주택은 2020년 한차례 '높은 임대료'가 논란이 된 적 있는데요, 이후 급등한 집값에 맞춰 한차례 더 올랐다면 임대료 부담이 상당해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SH 누리집 갈무리)

◇임차인들 "임차인과 협의 없이 기습 인상"…절차상 문제 지적

SH 임대주택 임차인들이 이번 임대료 인상 결정 관련 반발하는 내용은 크게 2가지입니다. 우선 임대주택 유형이 다양한 만큼 각기 다른 처지의 입주민이 살고 있는데, 일괄적으로 임대료를 인상하면 누군가에겐 입주를 포기해야 할 만큼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연금으로 생활하는 80대 어르신의 경우 소득 증가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5%라는 적지 않은 폭의 임대료 인상분을 감당해야 하는 거죠.

또한 임차인들은 이번 결정에 대한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는데요. 민간임대주택특별법 52조 4항 '임대료 증감에 대해 임대사업자는 임차인대표회의와 협의해야 한다'는 법률을 위반했다는 겁니다.

서울시 공공주택임대료조정위원회는 올해 1월 10일 돌연 임대료 인상을 결정했고, 이 결정은 1월 27일 SH 이사회를 통과했습니다. 주민들 입장에선 임차인과 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인상 결정을 '통보'받은 셈이죠.

임차인대표회의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서울시는 위원회를 다시 개최할 계획을 시사하고, 서면을 통해 임차인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를 진행합니다. 679개 단지 중 130개 단지에 대해 의견 회신이 이뤄졌고, 그중 65%는 임대료 인상에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합니다.

그 뒤 4월 4일 서울시는 다시 기습적으로 공공주택임대료조정위원회를 열어 재차 임대료 인상 결정을 내립니다. 임차인대표회의는 이번에도 위원회 결정이 내려진 뒤에야 개최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결국 임차인대표회의가 요구한 '임차인과의 충분한 협의', '위원회에 임차인 측을 대표할 임차인대표회의 관계자나 시민단체 대표 포함'에 대한 진지한 응답 없이, 민간임대주택특별법 52조 4항 위반 소지 차단을 위한 임차인 의견 서면 취합 '절차'만을 위해 4월 두 번째 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열어 같은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죠.

서울시가 공공주택임대료결정위원회 위원 15명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점, 법률에 의해 인상 결정을 했다면서도 그 논의 내용이나 결정 이유를 간략히도 공개하지 않는 점 등은 이런 의심을 키운 측면도 있습니다.

서울시와 SH는 그간 SH 운영 임대주택 임대료를 동결해온 점을 들어 인상 결정이 타당하다는 점만 설명하고 있지만, 절차 위반 소지와 투명하지 않은 위원회 운영이 반대 의견을 낸 65% 임차인에겐 불신으로 다가오는 겁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지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서울·경기 지역 매입임대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6년 이후 3개 공기업이 서울, 경기지역에서 매입한 임대주택은 44,680호이며, 매입가격은 10조6,486억원이다. (경실련 제공) 2023.3.28/뉴스1

◇임대주택 품질 제고·미분양 물량과 반지하 매입…새 공약만 난무?

SH 임대주택 임대료 인상 결정을 두 번 반복해 내린 서울시 공공주택임대료조정위원회 1월과 4월 결정 사이에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일이 있었습니다.

정부가 1월26일 종합부동산세제 개편 계획을 발표하면서 SH에 부과된 종합부동산세 162억원이 감면된 건데요. SH는 "종부세 감면액 전액을 공공임대 유지보수 등 '주거약자와의 동행'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올해 SH가 밝힌 주거약자와의 동행 관련 가장 주목받는 사업으로 반지하 매입 사업이 있습니다. SH는 반지하주택이 있는 건물을 일괄 매입하는 방식으로, 올해 3450가구를 사들이겠다고 밝혔습니다.

SH 임차인대표회의 관계자는 "반지하를 매입한다고 기존 임차인들을 쫓아내 반지하로 가라면 다시 반지하 대책으로 구제하겠느냐"면서 "반지하와 옥탑방을 전전하다 가난을 증명하고 (SH 임대주택에) 들어온 입주민들의 절규에 귀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오인환 진보당 서울시당위원장은 "이번 임대료 인상 결정으로 늘어날 수익은 58억원이다. 2021년 서울시 결산 기준 서울시에 남은 예산은 6조4428억원이다. 그중 0.09%만 있어도 임대료 인상 없이 임대주택을 유지할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한편 이번 논란에 대해 SH 관계자는 "어쨌든 임대료 인상이 달갑지 않은 임차인분들에겐 죄송한 마음이지만 임대료가 너무 오랜 기간 동결돼와 부작용도 있다. 사회의 지원을 받는 기간 자립해 민간으로 나오는 게 바람직한데 주변 시세와 너무 차이가 크면 다시 민간으로 나올 수 없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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