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원리금 상환 미뤄준 대출 37조원… “부실 터질라”

허지윤 기자 2023. 5. 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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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이 약 3년 동안 코로나19 금융 지원 일환으로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준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이 3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금융 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시작 이후 이달 4일까지 만기연장·원금상환 유예·이자유예 중복 등의 형태로 상환이 유예된 대출 건수는 총 25만9594건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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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코로나19 금융 지원 종료 앞둬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뉴스1

5대 은행이 약 3년 동안 코로나19 금융 지원 일환으로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준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이 3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대유행 속 은행들이 건전성을 잘 관리해왔으나 최근 대출 연체율이 오른 데다 오는 9월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를 앞두고 있어 자칫 부실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7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코로나19 금융 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시작 이후 이달 4일까지 만기연장·원금상환 유예·이자유예 중복 등의 형태로 상환이 유예된 대출 건수는 총 25만9594건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원리금 상환이 유예돼 납기가 연장된 대출 잔액은 36조6206억원에 이른다. 세부적으로 만기가 연장된 대출(재약정) 잔액이 34조8135억원이고, 대출 원금을 나눠 갚고 있던 기업의 분할 납부액에 대한 원금 상환을 미뤄준 대출 잔액은 1조5309억원, 이자 유예 잔액은 2762억원이다.

은행권은 2020년 초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자마자 정부 방침에 따라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대출 원금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환도 유예했다. 당초 정한 지원 종료 시점은 2020년 9월까지였으나 이후 5차례 더 연장됐다. 코로나19 유행이 길어진 영향이다.

상환이 거듭 미뤄진 대출은 바꿔 말하면 잠재 부실 대출이기도 하다. 앞서 금융당국은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만기를 금융권과의 자율 협약에 따라 최장 3년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상환 유예의 경우 최장 1년간 더 미뤄줬다. 재연장 결정이 없는 한 오는 9월부터 상환 유예 대상 대출자들에 대한 금융 지원이 사실상 종료된다. 9월부터 순차적으로 금융지원이 종료돼 곳곳에서 부실이 터질 가능성도 잠재돼 있다.

이에 은행권은 위험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각 은행들이 숨은 대출 부실이 현실화할 경우에 대비한 비상 체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은행권에 따르면 취약 대출의 업종은 주로 경기에 민감한 건설·부동산 임대·요식업 등이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는 지난 1분기에 1년 전의 2.4배에 이르는 대손 충당금을 쌓았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내부적으로 ‘금융시장·실물경제 복합위기 비상 대응 협의체’를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리스크(위험) 유형별 사전 점검하고, 세부 분석과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부실 가능 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채무상환 능력을 키우는 ‘KB 기업향상 프로그램’과 ‘기업 신용개선 프로그램’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취약 중소기업 종합 금융지원책을 마련해, 대출 만기연장 시 금리가 7%를 초과하는 취약 중소기업 대출 이자 중 7% 초과분의 최대 3%포인트까지 1년간 고객에게 환급해 주기로 했다. 변동금리 대출을 보유한 취약 중소기업에게 낮은 고정금리로 대환해주는 한편, 원금 상환이나 이자 납부가 어려워 연체가 발생하는 기업의 정상화를 위해 올해 말까지 모든 중소기업의 연체 가산금리를 2%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취약 중소기업 대출의 부실화를 방지하고자 ‘기업 포괄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2월 연체율 등 자산 건전성 관리를 위해 ‘리스크 관리 태스크포스팀(TFT)’ 조직을 신설해 선제 위험 관리와 취약 차주 연착륙 프로그램 지원 등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성실상환 지원대출, 자립지원 고금리 적금, 연체이자 감면 등을 골자로 한 중소·소상공인 특별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아직 연체율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높지 않은 수준이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진 한계 기업이 늘면서 대출 연체율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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