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에서 ‘셔틀’이란? 한-일 12년 만의 셔틀외교

이승준 2023. 5. 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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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합니다.

그러나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의 거듭된 야스쿠니신사 참배, 독도 영유권 분쟁,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2005년 6월 서울 정상회담을 끝으로 셔틀외교가 중단됐습니다.

정상회담 결과는 예측하긴 어렵지만, 분명한 건 '일방통행'만 계속되면 셔틀외교는 지속가능 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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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본 굴욕외교]‘셔틀외교’ 궁금증 정리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회원들이 3월22일 광화문 광장에서 대형 방사능판과 스탑(STOP) 글자판을 배경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야합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7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합니다. 앞서 대통령실은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양국 간 셔틀외교가 본격 가동되는 의미가 있다”고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한-일 셔틀외교는 2011년 12월 이후 12년 만이라고 합니다. 지난 3월16일 윤 대통령이 일본 도쿄에서 기시다 총리와 회담을 한 지 52일 만이기도 합니다.

셔틀(shuttle)은 ‘왕복’ ‘오고가다’라는 등의 의미인데 두 정상이 서로의 나라를 오고 가기 때문에 셔틀이라고 부르는 걸까요. 그동안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도 일본 정상과 만났는데 왜 12년 만인가요?

1973년 10월31일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이집트의 이스마일 파흐미 외무장관과 회담에 동석한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오른쪽). 위키피디아커먼스

‘셔틀외교’ 뜻은

국제 외교에서 셔틀외교는 두나라 간의 정례 회담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분쟁·갈등 당사자 간을 제 3자가 중재하는 ‘중재 외교’를 일컫는 말로 쓰입니다.

1970년대 초·중반 아랍권 국가들과 이스라엘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당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행보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키신저 전 장관이 이집트·시리아·이스라엘 등 여러 나라를 오가며 중재자 역할을 한 것을 두고 언론이 ‘셔틀외교’라고 이름을 붙인 뒤 널리 사용되기 시작됐습니다.

이후 외교뿐만 아니라 정치 영역 전반에서 여러 세력이 갈등할 경우 제3자가 오가며 대화를 성사시키는 것을 두고 셔틀외교라는 이름표를 붙이곤 했습니다.

3월22일 낮 서울 광화문 이순신 장군상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모습을 야합이라 규정하고 행위극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3월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함께하며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왜 ‘12년 만에 복원’일까

그러나 한-일은 두 나라 정상이 수시로 상대국을 찾아 실무회담을 갖고 소통하자는 취지로 셔틀외교라는 용어를 사용해왔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일본과 셔틀외교를 합의했습니다. 2004년 7월 제주, 그해 12월 일본 이부스키를 오가며 ‘셔틀외교’를 했습니다. 그러나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의 거듭된 야스쿠니신사 참배, 독도 영유권 분쟁,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2005년 6월 서울 정상회담을 끝으로 셔틀외교가 중단됐습니다.

이후 한-일 셔틀외교는 두나라 관계를 보여주는 가늠자가 됐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셔틀외교를 복원하고 양국 정상이 수시로 오가며 훈훈한 관계를 보였지만, 2011년 12월 교토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 중단됐습니다. 두나라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두고 충돌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해 갈등이 격화됐기 때문입니다.

이후 한-일 정상회담은 박근혜 정부 때 3회, 문재인 정부 때 6회 성사됐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한·중·일 정상회의로 일본 오사카를 방문해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만난 것을 제외하면 모두 제3국에서 진행됐습니다. 대통령실이 12년 만에 셔틀외교가 복원됐다고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기시다 일본 총리 방한 관련 시민사회, 정당 입장발표 공동 기자회견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일본의 역사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을 하루 앞둔 6일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시민단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관계자 등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한미일 군사훈련 등 한일 관계 현안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고 갔는데 ‘빈손’이라면

지난 3월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정상회담 뒤 국내에서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굴욕 외교’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강제동원 문제 등 두 나라의 오랜 갈등을 두고 사실상 일본이 원하는 방식으로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성의 있는 호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셔틀외교는 ‘퍼주기 외교’로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상회담을 두고 관심이 쏠리는 주요 의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사죄·반성을 직접 언급할 것인가

②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에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③ 한-미 정상회담 뒤 한·미·일 안보협력은 어떻게 진행되나

시민사회와 야당은 ①, ②를 주목합니다.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사죄하고, 윤석열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상회담 결과는 예측하긴 어렵지만, 분명한 건 ‘일방통행’만 계속되면 셔틀외교는 지속가능 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 좀 더 알고 싶다면

일본 ‘성의 있는 호응’ 전무…저자세 윤 대통령 ‘외교참패’
https://hani.com/u/NzM3MQ
12년 전 멈춘 한·일 ‘셔틀 외교’…윤 대통령 재시동에 ‘급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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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일 만에 마주 앉는 한-일 정상…‘퍼주기 외교’ 비판 끝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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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삼중수소 실험은 무의미…위해성 아무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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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도 정상회담 테이블 올려야 한다
https://hani.com/u/NzM3NQ
[사설] 기시다 총리 방한, 과거 외면하고 미래로 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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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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