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에서 ‘셔틀’이란? 한-일 12년 만의 셔틀외교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7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합니다.
그러나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의 거듭된 야스쿠니신사 참배, 독도 영유권 분쟁,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2005년 6월 서울 정상회담을 끝으로 셔틀외교가 중단됐습니다.
정상회담 결과는 예측하긴 어렵지만, 분명한 건 '일방통행'만 계속되면 셔틀외교는 지속가능 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합니다. 앞서 대통령실은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양국 간 셔틀외교가 본격 가동되는 의미가 있다”고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한-일 셔틀외교는 2011년 12월 이후 12년 만이라고 합니다. 지난 3월16일 윤 대통령이 일본 도쿄에서 기시다 총리와 회담을 한 지 52일 만이기도 합니다.
셔틀(shuttle)은 ‘왕복’ ‘오고가다’라는 등의 의미인데 두 정상이 서로의 나라를 오고 가기 때문에 셔틀이라고 부르는 걸까요. 그동안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도 일본 정상과 만났는데 왜 12년 만인가요?
‘셔틀외교’ 뜻은
국제 외교에서 셔틀외교는 두나라 간의 정례 회담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분쟁·갈등 당사자 간을 제 3자가 중재하는 ‘중재 외교’를 일컫는 말로 쓰입니다.
1970년대 초·중반 아랍권 국가들과 이스라엘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당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행보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키신저 전 장관이 이집트·시리아·이스라엘 등 여러 나라를 오가며 중재자 역할을 한 것을 두고 언론이 ‘셔틀외교’라고 이름을 붙인 뒤 널리 사용되기 시작됐습니다.
이후 외교뿐만 아니라 정치 영역 전반에서 여러 세력이 갈등할 경우 제3자가 오가며 대화를 성사시키는 것을 두고 셔틀외교라는 이름표를 붙이곤 했습니다.
왜 ‘12년 만에 복원’일까
그러나 한-일은 두 나라 정상이 수시로 상대국을 찾아 실무회담을 갖고 소통하자는 취지로 셔틀외교라는 용어를 사용해왔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일본과 셔틀외교를 합의했습니다. 2004년 7월 제주, 그해 12월 일본 이부스키를 오가며 ‘셔틀외교’를 했습니다. 그러나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의 거듭된 야스쿠니신사 참배, 독도 영유권 분쟁,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2005년 6월 서울 정상회담을 끝으로 셔틀외교가 중단됐습니다.
이후 한-일 셔틀외교는 두나라 관계를 보여주는 가늠자가 됐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셔틀외교를 복원하고 양국 정상이 수시로 오가며 훈훈한 관계를 보였지만, 2011년 12월 교토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 중단됐습니다. 두나라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두고 충돌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해 갈등이 격화됐기 때문입니다.
이후 한-일 정상회담은 박근혜 정부 때 3회, 문재인 정부 때 6회 성사됐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한·중·일 정상회의로 일본 오사카를 방문해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만난 것을 제외하면 모두 제3국에서 진행됐습니다. 대통령실이 12년 만에 셔틀외교가 복원됐다고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오고 갔는데 ‘빈손’이라면
지난 3월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정상회담 뒤 국내에서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굴욕 외교’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강제동원 문제 등 두 나라의 오랜 갈등을 두고 사실상 일본이 원하는 방식으로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성의 있는 호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셔틀외교는 ‘퍼주기 외교’로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상회담을 두고 관심이 쏠리는 주요 의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사죄·반성을 직접 언급할 것인가
②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에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③ 한-미 정상회담 뒤 한·미·일 안보협력은 어떻게 진행되나
시민사회와 야당은 ①, ②를 주목합니다.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사죄하고, 윤석열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상회담 결과는 예측하긴 어렵지만, 분명한 건 ‘일방통행’만 계속되면 셔틀외교는 지속가능 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 좀 더 알고 싶다면
일본 ‘성의 있는 호응’ 전무…저자세 윤 대통령 ‘외교참패’
https://hani.com/u/NzM3MQ
12년 전 멈춘 한·일 ‘셔틀 외교’…윤 대통령 재시동에 ‘급발진’
https://hani.com/u/NzM3Mg
52일 만에 마주 앉는 한-일 정상…‘퍼주기 외교’ 비판 끝낼까
https://hani.com/u/NzM3Mw
“후쿠시마 삼중수소 실험은 무의미…위해성 아무도 몰라”
https://hani.com/u/NzM3NA
‘후쿠시마 오염수’도 정상회담 테이블 올려야 한다
https://hani.com/u/NzM3NQ
[사설] 기시다 총리 방한, 과거 외면하고 미래로 갈 수는 없다
https://hani.com/u/NzM3Ng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외교 언어’ 모르는 윤 대통령, 한국을 위험에 빠뜨리다
- 월급 빼고 다 오른 2023년, 최저임금 1만원 넘을까 [뉴스AS]
- 러시아-용병집단 갈등 격화…와그너 “우크라서 10일 철수”
- ‘윤 대통령’ 존재 자체가 형용모순…정치 없는 1년
- 일 언론, 강제동원 피해자 1명 ‘제3자 변제 수용’ 보도
- 외교에서 ‘셔틀’이란? 한-일 12년 만의 셔틀외교
- ‘장학금 132억’ 제안받은 16살…“대학서 세상에 대한 이해 얻고파”
- 5월에 경량패딩 생각나는 추위…내일 낮부터 풀릴 듯
- “나의 왕이 아니다” 찰스 3세 대관식 반대한 이들은 누구?
- 태영호, ‘용산 공천개입’ 녹취 유출 보좌진 색출 나서…“수사의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