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이 대체 뭐길래...의사들이 파업에 나선 이유는? [뉴스 쉽게보기]
의사들이 지난 3일부터 파업에 돌입했어요. 일단 부분 파업으로 시작하지만,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대요. 파업의 이유는 ‘간호법’이에요. 간호계의 숙원이라는 간호법이 지난달 27일 국회를 통과했는데요. 이를 두고 의사와 간호사 단체 간의 갈등이 깊어지는 모양새죠. 의료계에 혼란을 몰고 온 간호법,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논란이 되는 걸까요?
◆ 간호사 업무, 너무 힘들어
간호계는 간호사들의 노동 강도가 너무 높다고 호소해 왔어요. 특히 코로나19 사태 때 확진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간호사들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근무를 강행했잖아요. 이후 간호사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기 시작했죠.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은 ‘간호사를 고용하는 병원이나 기관이 의무적으로 이들의 근무환경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규정해요. 또 간호사가 부족한 의료기관에 정부가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것도 가능해졌고요. 간호사들이 장기근속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필요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어요.
간호법을 통해 큰 틀에서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라는 목표가 세워진 거예요. 앞으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이나 시행령이 만들어져야 하는 거죠. 시행령은 어떤 법을 실제로 시행할 때 필요한 구체적인 세부 규정이에요. 법이 원칙을 정하면 세세한 내용을 시행령으로 정하게 돼요.
◆ 간호사 업무, 많이 달라졌어
간호계는 국민에게 필요한 의료 서비스가 달라진 만큼, 간호사의 업무 범위도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질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요. 당장 수술이나 치료가 필요한 급성 질환과 고혈압, 당뇨같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 있죠.
인구 구조가 고령화되면서 만성 질환자들에 대한 간호·돌봄 서비스가 아주 중요해졌다는 게 간호계의 입장이에요. 이런 만성 질환자들은 병원에만 있는 게 아니에요. 의료기관이 아닌 요양원이나 복지시설, 혹은 가정에도 많죠.
지금까진 의료행위는 병원 등 ‘의료기관’ 안에서만 가능했어요. 간호사가 병원 밖에 환자를 찾아가 혈압을 재거나 채혈을 하는 등 간단한 의료행위를 하는 것조차 제한됐죠. 간호계는 간호사의 활동 가능 영역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해요. 의료기관 바깥의 ‘지역사회’에서 간호·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요.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엔 의료기관이 아닌 ‘지역사회’에서도 간호사들이 간호 활동을 할 수 있는 근거가 포함됐어요. 간호법 1조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라는 내용이 담겼죠.
의사협회는 간호법의 원안을 보면 이런 의도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말해요.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하는 건 의사의 고유 업무예요. 간호사는 의사의 지도하에 진료 ‘보조’만 할 수 있죠. 그런데 간호법 원안엔 보조행위 이상이 가능하다고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겼어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는 표현은 보기에 따라선 아주 넓게 해석될 수도 있잖아요. 간호법 원안을 본 의사들은 의사의 ‘처방’만 있으면 간호사들이 사실상의 치료 행위를 할 수 있게 될 거라며 반발했죠. 물론 논란이 커지면서 이 내용이 빠지긴 했지만요.
의사협회는 간호법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했다면 간호사들의 업무 영역이 아주 넓어지고, 나아가 간호사가 단독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줬을 거라고 주장해요.
현재 의료법상 의료기관은 의사만 개설할 수 있는데요. 간호법 최종안을 통해 의료시설 밖 ‘지역사회’에서 간호 업무를 할 수 있게 됐잖아요. 간호법 원안이 통과됐다면 의사가 없는 곳에서 의사나 다름없는 의료 행위가 가능해졌을 테니, 이를 위한 의료시설 개원까지 허용됐을지 모른다는 논리죠. 의사협회는 언젠간 간호사들이 ‘의사가 없는 의료시설 밖 지역사회에 의료 서비스가 필요해. 그러니까 우리가 직접 의료기관을 개설할 거야’라고 요구할지 모른다며 걱정하는 거예요.
의사협회 외에도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방사선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등의 단체가 ‘간호사가 우리 업무 영역을 침범하게 될지 모른다’라며 간호법에 우려를 표하고 있어요. 간호법에 반대하는 보건의료 관련 단체는 13곳에 달해요.
의사협회는 나중에 간호법을 개정하거나 시행령 내용을 바꿀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거예요. 특히 시행령은 국회의 동의를 얻지 않고도 정부가 개정할 수 있거든요.
또 의사협회는 ‘별로 바뀐 게 없다면 기존 의료법 내용을 좀 바꾸면 되지 왜 굳이 간호법을 새로 만드느냐’라고 문제 삼아요. 이미 의료법이 있는데 특정 직군을 위한 법을 굳이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결국 의사협회는 ‘간호법 제정은 간호사들이 의사 없이 진료 행위를 하려는 첫걸음이며, 이는 의료사고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라고 주장하는 거예요. 간호계는 이런 주장들이 과도한 우려일 뿐이며, 의사협회의 ‘밥그릇 지키기’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요.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다시 한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거라는 전망이 나와요. 법을 제정하는 건 국회의 고유한 권한인데요. 법안이 국회 표결을 통과했다고 바로 시행되는 건 아니에요. 정부가 ‘이런 내용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라고 국민들에게 알리는 과정을 거쳐야 하죠. 그런데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를 거부할 수 있어요. 대통령이 ‘이 법안 내용엔 동의할 수 없어, 그러니까 국민들에게도 알리지 않을 거야’라고 하는 거예요.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에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어요. ‘쌀이 너무 많이 생산됐거나 쌀값이 과도하게 하락하면 정부가 남아도는 쌀을 모두 매입해야 한다’라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그 대상이었죠.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기간에 국회를 통과한 법안을 두 차례나 거부하면 ‘거부권을 남발한다’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테고요.
게다가 간호법 제정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시했던 공약 중 하나이기도 해요. 지금은 ‘어디까지나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법안을 만들겠다는 뜻이었다’라고 주장하지만요. 공약을 스스로 거부하는 대통령이란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거예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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