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커지고 유연해진’ 최신 자동차 디스플레이
운전석에만 집중됐던 디스플레이가 최근 보조석과 뒷좌석으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얇고 가벼워진 디스플레이의 발전과 전기차의 긴 충전 시간 덕분이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탑승자에게도 제각기 즐길 콘텐츠가 필요해졌다.
보조석과 뒷좌석 디스플레이 대형화 추세
탑승자가 원하는 디스플레이는 넓고 선명한 것이다. 또 주행 중 음악을 듣거나 지도를 보면서 조작하기 쉬운 직관적인 UI(User Interface: 사용자 인터페이스)도 필요할 것이다. 전기차라면 기나긴 배터리 충전 시간 동안 볼거리도 제공해야 하겠다. 게임이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연동되는 무선 인터넷 기능은 필수다. 크기부터 소재,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발전하는 자동차 디스플레이의 현재를 살펴본다.4월 25일 공개된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최첨단 디지털 요소를 적용해 '개인화'된 실내 공간을 제시했다. 차 안에서 탑승자들이 각자 음악과 게임, 스트리밍 콘텐츠를 즐기는 것인데, 이는 학습능력을 보유한 3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프라이버시 기능이 탑재된 'MBUX 슈퍼스크린' 덕분이다. MBUX 슈퍼스크린은 중앙 디스플레이와 조수석 스크린이 통합된 형태로 조수석 탑승자를 위한 전용 화면이 제공된다. 주행 중에도 조수석 탑승자는 자신만의 화면으로 TV나 영상 스트리밍을 시청할 수 있다. 하지만 야간 주행 중 옆자리에서 영화를 보면 운전자 시야가 방해받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고자 조수석 디스플레이에는 DLC(Dual Light Control) 시스템이 탑재됐다. 카메라가 운전자의 눈동자 움직임을 기록해 운전자가 조수석 디스플레이를 바라보는 것을 감지하면 디스플레이 밝기를 줄여 운전자의 주의 분산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또한 조수석 감지 시스템은 조수석에 승객이 있는지 없는지를 구분하고, 승객이 없는 경우 조수석 스크린은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된다.
말리고 펼쳐지는 2세대 화면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센터페시아에 커다란 모니터를 장착하는 게 주요 미션이었다면, 다음은 디스플레이를 어떻게 숨기고 펼칠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차량용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주행 상황과 이용 목적에 따라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시동을 끄면 화면이 완전히 사라지고, 주행 중에는 화면의 3분의 1만 돌출돼 최소한의 주행 정보만 표시된다. 내비게이션 모드를 선택하면 화면을 3분의 2 크기로 키우고, 주차나 전기차 충전 시에는 16 대 9 비율의 대화면으로 확대할 수 있다. 해상도는 QHD급 이상이며, 30인치대 초대형 화면도 가능하다. 롤러블 디스플레이의 장점은 화면 크기에 비해 부피가 작아 공간을 적게 사용한다는 것이다. 접고 펼칠 수 있는 디스플레이의 등장은 자동차 실내디자인의 다양한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화면을 운전석이 아니라 천장에 설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자동차 디스플레이의 급격한 발전은 기존 LCD(액정표시장치)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대체되면서 시작됐다. 전 세계 차량용 OLED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한 LG디스플레이는 1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3'에서 '차량용 18인치 슬라이더블 OLED'와 '투명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선보인 바 있다. 슬라이더블 OLED는 평소에는 천장에 말린 상태로 감춰져 있다가 사용할 때만 확장돼 등장하는 방식이다. 투명 OLED는 자동차 창문에 설치된다. 탑승자에게 창밖 풍경과 실시간 뉴스를 동시에 보여주고, 유명 랜드마크를 지날 때는 관련 정보를 띄우는 증강현실(AR) 시스템도 제공한다. 먼 미래의 콘셉트카 이야기 같지만, 이미 차량용 OLED는 에너지 효율과 화면 밝기가 높고 수명이 긴 2세대가 개발된 상태로, LG디스플레이 측에 따르면 올해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자동차는 이동수단에서 실내공간으로 목적이 변하고 있다. 이동하면서 무엇을 즐기고 볼 수 있는지, 자동차에서 디지털 연속성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부분이 바로 급격히 발전하는 차량용 디스플레이다. 디스플레이가 확보된 다음에 차 안에서 무엇을 보고 만들지 콘텐츠와 생산성을 고민해도 되겠다.
조진혁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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