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으로 하락한 공동주택 공시가격… 올해 재산세 줄어든다
그런데 4월 28일 확정 공시된 공동주택과 개별주택 공시가격 및 개별공시지가는 정부의 전세사기 대책 발표와 겹치면서 상대적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여기에는 정부가 지난 연말 표준주택 공시가격(안)과 표준지 공시지가(안)을 14년 만에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대서특필됐고, 올해 3월 공동주택 공시가격(안) 역시 18.6% 떨어뜨리면서 대대적으로 보도된 탓도 있다. 하지만 정부 발표 후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4개월 이상 의견 접수 등을 통한 조정 과정에서 당시 발표안과 달라진 곳이 적잖다. 특히 일부 지역은 정부안보다 하락폭이 커졌고, 일부 지역은 오히려 줄어들기도 했다. 이번에도 꼼꼼히 확인해봐야 하는 이유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당초 안보다 0.02%p 추가 하락
국토교통부(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 대비 18.63% 하락했다. 2005년 공시가격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큰 하락폭이다. 다만 올해 3월 발표됐던 초안(18.61%)보다는 0.02%p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의견 제출이 8159건 있었고, 그중 1348건(16.5%)은 한국부동산원 자체 검토와 외부 전문가 심사 등을 거치면서 타당성이 인정돼 공시가격이 수정됐다.17개 시도별로 보면 10곳은 당초 정부안보다 하락폭이 컸다. 서울(정부안 -17.30%→결정 공시가격 -17.32%), 부산(-18.01→-18.05%), 인천(-24.04→-24.05%), 대전(-21.54→-21.57%), 세종(-30.68→-30.71%), 경기(-22.25→-22.27%), 강원(-4.35→4.37%), 충북(-12.74→-12.77%), 전남(-10.60→-10.61%), 경북(-10.02→-10.03%) 등이다. 반면 전북(-8.00→-7.99%)은 오히려 줄었고, 나머지 6곳은 정부안 그대로다.
전국 부동산시장의 바로미터인 서울에서도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25개 구 가운데 14곳이 당초안과 달라졌다. 강남(-15.70→-15.73%), 송파(-23.20→-23.21%), 용산(-8.19→-8.20%), 성북(-20.48→-20.50%), 동대문(-21.98→-21.99%), 성동(-15.11→-15.12%), 광진(-15.49→-15.53%), 마포(-19.23→-19.28%), 영등포(-17.56→-17.60%) 등 9개 구는 하락폭이 커졌다. 반면 도봉(-20.91→-20.90%), 중랑(-14.53→-14.51%), 양천(-19.40→19.39%), 관악(-14.50→-14.49%), 금천(-13.55→13.53%) 등 5개 구는 오히려 줄었다.
공동주택 평균 공시가도 당초 안보다 더 내려간 곳이 속출했다. 전국의 경우 2억4503만4000원에서 2억4499만2000원으로 4만2000원이 더 줄었다. 시도별로는 당초 안과 동일한 울산(1억6349만9000원), 경남(1억2987만7000원), 제주(1억6778만6000원) 등 3곳과 오히려 올라간 전북(1억981만9000→1억982만2000원)을 제외한 나머지 13곳에서 모두 결정 공시가격이 낮아졌다.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하락폭 3배 이상 차이
정부는 3월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발표하면서 국민의 부동산 보유 부담을 크게 완화해주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홍보했다. 당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1가구 1주택의 경우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이 2020년 대비 20% 이상 줄었고 지역가입자의 국민건강보험료가 월평균 3.9% 감소해 부동산 등기 시 부담하는 국민주택채권 매입도 연간 1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지난 2년간 공시가격 상승으로 수혜 대상에서 탈락했던 국민이 복지 혜택을 다시 누리고, 기존 수혜자들은 혜택이 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하지만 이러한 기대가 모든 공동주택 소유자에게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동주택이라도 아파트와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에 따라 하락률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4월 발표한 '2023년 공동주택 가격 결정 공시'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전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7.32% 하락했다. 그런데 아파트는 -18.84%로 1%p 이상 더 떨어졌다. 반면 연립주택(-6.00%)과 다세대주택(-5.68%)은 하락폭이 아파트의 3분의 1 수준을 밑돈다.
이는 최근 몇 년 새 아파트에 비해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의 가격 등락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역대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뛰었던 2007년(22.7%)에는 아파트(22.9%)와 연립(21.9%), 다세대(20.0%)가 모두 20% 이상 급등했다. 반면 두 번째로 많이 올랐던 2021년의 경우 공동주택 전체는 19.05%, 아파트는 20.47% 뛰었지만, 연립(9.90%)과 다세대(6.01%)의 상승폭은 절반 이하였다. 또 지난해에도 전체 공동주택은 17.20%, 아파트는 18.25% 오른 반면, 연립(9.15%)과 다세대(6.10%)는 한 자릿수 상승에 머물렀다.
결국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하락에 따른 수혜 대상이 아파트에 집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공시 대상 서울 공동주택은 모두 270만2198채다. 이 가운데 아파트가 65.4%(176만7795채)를 차지하고, 나머지 34.6%가 연립 또는 다세대주택이다.
다만 올해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의 하락폭은 2005년 공시가격 제도 도입 이래 최대 수준이다. 지금까지 연립과 다세대 공시가격이 하락한 것은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였다. 2013년의 경우 전체 공동주택이 4.1% 하락한 가운데 아파트는 4.4%, 연립은 2.1%, 다세대는 1.0% 떨어졌다. 2014년에는 전체 공동주택 공시가격(0.4%)과 아파트(0.5%)는 오른 반면, 연립(-0.5%)과 다세대(-0.5%)는 떨어졌지만 하락폭은 크지 않았다.
한편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8% 이상 크게 하락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4000조 원을 넘어섰던 공동주택 가격 총액이 다시 3000조 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부동산연구원'에 따르면 공동주택 가격 총액은 2007년 1242조 원을 시작으로 매년 꾸준히 상승해 2016년(2023조 원) 2000조 원, 2021년(3597조 원) 3000조 원 선을 각각 돌파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4367조 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시 3000조 원대로 떨어질 게 확실시된다. 공동주택 가격 총액은 국공유 공동주택 등을 제외한 공시 대상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모두 합산한 금액이다.
개별주택·개별공시지가도 4월 28일 결정 공시
서울시가 대표적으로 개별지에 대해서만 보도자료를 내놨는데 평균 5.56% 하락했다. 표준지(-5.92%)보다 0.36%p 하락폭이 줄었다. 대상 토지 86만6912필지 가운데 98.2%(85만1616필지)의 공시가격이 하락했다. 25개 구 모두 공시가격이 떨어진 가운데 중구와 구로(각 -6.42%), 노원(-6.41%), 중랑구(-6.36%) 순으로 하락폭이 컸다. 이 밖에 마포(-6.29%), 강동(-6.27%), 은평(-6.24%), 성북(-6.07%), 동대문구(-6.06%) 등도 6% 이상 떨어졌다. 나머지 19개 구는 모두 하락폭이 5% 이하였다. 특히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 높은 성동(-4.60%)과 강남구(-4.79%)는 4%대에 머물렀다.
서울에서 공시지가가 가장 높은 곳은 2004년부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구 충무로1가 24-2 상업용지(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로 ㎡당 1억7410만 원이다. 지난해(1억8900만 원)보다는 9.2% 떨어졌다.
서울시는 보도자료에서 "올해 결정 공시된 개별공시지가는 각종 세금과 부담금의 기준 자료로 활용된다"며 "이의가 있다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기간 내(4월 28일~5월 30일) 이의신청을 할 것"을 당부했다. 나머지 지방자치단체 거주자는 물론, 공동주택 소유자에게도 해당되는 얘기다.
황재성 동아일보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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