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하네"…中 장악한 시장서 '1조 잭팟' 터트린 한국 기업 [안재광의 대기만성's]
태양광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와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에 육박
▶안재광 기자
주식 시장에 주도주란 게 있죠. 시장을 주도하는 특정한 산업을 말합니다. 2023년 상반기 시장을 지배한 주도주는 배터리였어요. LG에너지솔루션 같은 배터리 셀 만드는 회사부터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같은 배터리 소재 기업까지. 배터리 사업한다고만 하면 주가가 엄청나게 뛰었죠.
코로나가 극심했던 2020년, 2021년에는 언택트 관련주로 꼽혔던 네이버, 카카오가 주도주였고. 그전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바이오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계속 거슬러 올라가면 끝도 없는데. 추억보단 악몽에 가까운 사람들이 많아서 이쯤 하겠습니다.
이렇게 주도주 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역대급 회사가 꼭 있어요. OCI, 옛날 이름은 동양제철화학이에요. OCI, 정말 대단했던 회사죠. 전성기는 2010년, 2011년이었어요. 이때는 태양광이 시장을 지배했는데. 그중에서도 '대장주'로 통했습니다.
주가가 오를 때든 내릴 때든 화끈해서 '남자의 주식'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OCI는 이후에 한국의 태양광 산업 몰락과 함께 시장에선 잊힌 이름이 됐는데요. 최근에 부활의 조짐이 있다고 해요. '언제적 OCI냐'고 할 수 있는데. 과거의 화려했던 명성을 일부라도 되찾을 수 있을지. 이번 주제는 좀비처럼 버틴 '태양광 존버'의 대명사, OCI입니다.
OCI란 회사, 역사가 꽤 됩니다. '마지막 개성상인'으로 불렸던 이회림이란 분이 6.25 전쟁 직후인 1959년 세운 게 시작이었어요. 당시 이름은 동양화학이었죠. 원래부터 태양광 사업을 한 건 아니고 화학 소재 사업을 했습니다. 초기 사업 중에 지금의 OCI 기반을 다진 게 소다회였어요. 유리부터 비누, 세제 같은 원료가 되는 게 소다회에요.
태양광 사업에 진출한 것은 이회림 회장의 장남인 이수영 회장이 이끌 때인 2007년이었어요. 원래 OCI는 반도체 웨이퍼의 재료가 되는 폴리실리콘 사업에 진출하려고 했습니다. 1995년이었는데요. 1997년 IMF 사태가 터져서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접습니다. 그런데 이후에 태양광 산업이 커지면서 다시 검토합니다. 캐비닛에 박혀 있던 폴리실리콘 서류를 부랴부랴 꺼낸 게 2004년이었어요. 그리고 2007년 말에 공장을 지었는데. 주문이 밀려들어 '대박'을 터뜨립니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의 가장 기본이 되는 소재에요. 폴리실리콘을 녹여서 원통형 기둥 같은 것을 뽑아내는데, 이걸 잉곳이라 하고. 이 잉곳을 얇게 자른 게 웨이퍼입니다. 태양전지는 이 웨이퍼로 만드는 거예요. 그러니까 태양광의 시작은 폴리실리콘이고, 이 시작을 OCI가 한 겁니다. 당시 태양광 산업은 막 커지고 있어서 수요는 폭주하고, 공급은 얼마 없었어요. 폴리실리콘 사업하는 회사가 미국의 헴록, 독일의 바커 정도 있었어요.
폴리실리콘 사업이 얼마나 잘 됐는지 실적을 한번 볼까요.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 이전인 2005년, 2006년 이땐 매출이 1조원 안팎. 영업이익은 1000억원. 매출이 대기업처럼 엄청나게 크진 않지만 나름 꽤 알짜 회사란 느낌이 있죠. 그런데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 후 4년이 지난 20011년 매출은 4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1조원을 넘겼어요. 영업이익 기준 10배가 단 4년 만에 증가한 겁니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낮을 땐 kg당 10달러도 안 했는데, 당시에는 잠시 400달러도 갔거든요. 안정화됐을 때도 70~80달러 수준이었고. 이때 손익분기점이 10달러를 조금 넘었을 겁니다. 이거 넘어가면 다 이익이란 얘기에요. 당시 주가는 실적보다 더 화끈하게 올랐어요. 2006년 이 회사 주가가 4만 안팎 했는데요. 2011년 4월 한때 65만원을 넘기기도 합니다. 그 사이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는데도 주가가 이렇게 날아갔어요.
당시 OCI 주가에 대한 전망. 거의 영원히 갈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이게 2011년 4~5월 주가가 정점 때 나온 증권사 보고서인데. 제목이 '거침없이 하이킥', '웬만해서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이거 쓴 사람들 드라마 취향이 나오는 것 같죠. 이들이 제시한 목표주가는 80만원을 훌쩍 넘습니다. 이땐 OCI 주가가 오르면 그냥 따라서 목표주가를 올렸어요. 4만원 하던 게 10만원 되면 15만원 적어 내고. 30만원 찍으면 40만원 적고. 무슨 경매에서 입찰받는 사람들처럼 경쟁적으로 올렸죠. 요즘도 증권사의 목표주가, 대동소이합니다.
근데 이땐 그럴 법도 했던 게. 성장 스토리가 너무 좋거든요. 에너지는 앞으로 계속 더 필요할 텐데. 그걸 석유, 석탄 때서 충당할 거냐. 당연히 태양광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이때가 무슨 일이 있었냐면.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탓에 후쿠시마 원전이 터졌어요. 거의 생중계로 원전 터지는 것을 전세계 사람들이 보면서, ‘아, 원전도 글렀구나. 대안이 되지 못한다. 그럼, 태양광밖에 없네’ 이런 분위기였습니다.
다 맞는 얘기죠. 근데, 모든 산업은 잘 되면 누가 들어온다? 중국.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태양광에 목숨을 겁니다.
중국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제품. 지금은 반도체인데, 당시에는 석유였어요. 2011년 중국의 원유 수입액은 1967억달에 달했습니다. 중국의 대외 석유 의존도는 70%가 넘고요. 한마디로 원유 끊기면 중국은 망한다. 그런데 태양광이 원유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떠오른다? 중국은 사활을 걸고 태양광 산업에 올인합니다. 기업이 태양광 사업한다고만 하면 땅 주고, 장비 사주고, 전기도 거의 공짜로 줬어요.
태양광 산업이 아사리판으로 바뀐 것도 2011년이에요. 태양광 산업 내 거의 모든 제품을 중국 기업이 손을 대고, 이 회사들이 막대한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가격 덤핑을 치기 시작해요. OCI가 하는 폴리실리콘은 집중 타깃이 됩니다. 이게 당시 폴리실리콘 가격과 OCI 주가인데요. kg당 70~80달러 했던 폴리실리콘이 20달러 아래로 내려가는 데 넉 달도 안 걸립니다. 주가는 처음에는 현실 부정. 아, 이럴 리 없어 하면서 조금 늦게 떨어지다가 가다가. 나중에는 폴리실리콘 가격과 거의 똑같이 움직이게 됩니다.
이후에는 어떻게 되느냐. 2018년까지 우선 보시죠. 10달러 수준까지 내려앉습니다. 7~8년을 내리막만 걷죠. 가격 회복을 조금이라도 기대했던 사람도 다 떠나요. 눈물의 손절이 이어집니다. 주변에도 찾아보면 있을 거예요.
투자자만 그런 게 아니라. 태양광 사업에 진출했던 한국 기업들도 대부분 짐 싸고 나갔습니다. 압권은 웅진이었죠. 태양광 한번 잘 손댔다가 그룹이 해체되고 법정관리에 들어갔어요. 경북 상주에 수천억 원 들여 폴리실리콘 공장 지어놨는데 제대로 돌려 보지도 못하고 기계를 고철로 팔았습니다.
OCI도 거의 망할 지경에 이르는데요. 2019년 영업적자가 1800억원에 달했고, 이듬해인 2020년에도 적자를 이어갑니다. 매출도 2조원까지 쪼그라들었어요. 당연히 버티지 못했겠죠.
OCI는 그 해 태양광 사업 포기를 선언합니다. 근데 완전히 접는 건 아니고, 기존에 가동했던 설비가 있으니까. 이걸 말레이시아로 이전해서 여기서 하겠다. 말레이시아는 전기 요금 저렴하고 인건비도 저렴하니까. 적자는 설마 안 나겠지. 하는 심정으로 간 것 같습니다.
근데 사람 일, 아니 기업 일이란 게 모르는 게. 이전하고 나니 2021년부터 태양광 가격이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특히 폴리실리콘은 다른 태양광 소재 대비 폭등을 해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우선 폴리실리콘 팔아야 돈이 안 되니까 중국 기업들조차 생산량을 확 늘리지 못했고. 미국과 유럽이 중국산 제품을 상대로 대규모 제재를 합니다. 반덤핑 관세를 왕창 먹이죠. 또 폴리실리콘은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데, 신장 지역 인권을 탄압했다는 명분으로 '위구르 강제노동법'(UFLPA)을 미국이 만들어요. 강제 노동이 없다, 증명까지 해야 미국으로 들어갈 수 있어서. 굉장히 까다롭게 수입 규정을 만들어 놓아요.
이런저런 이유로 폴리실리콘 가격, 특히 중국 이외에서 생산된 것은 프리미엄까지 받게 되는데요. OCI가 생산하는 순도가 매우 높고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제품의 가격은 kg당 2023년 4월 기준 34달러 수준인데. 동일 제품의 중국산이 24달러쯤 하니까. 42%나 높게 거래가 되고 있습니다. 과거에 10달러도 안 했던 게 지금 이렇게까지 높아졌습니다.
실적, 당연히 좋아졌어요. 2021년 영업이익이 6000억원을 넘겼고. 2022년은 1조원에 육박해요. 전성기 못지않습니다.
그럼 주가도 다시 60만원 갔냐. 그건 아니고. 주가는 10만원 좀 넘어요. 에게, 이게 뭐야. 그러실 수 당연히 있어요. 근데, 우리가 10년간 너무 당해봤잖아. 폴리실리콘 돈 된다, 이러면 벌떼같이 몰려들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주가가 오르긴 오르는데. 이번에는 안 속는다, 투자자들이 이러고 있어서. 찔끔찔끔 오르고 있어요.
그리고 그사이 폴리실리콘 업계는 완전히 중국이 장악했죠. OCI는 생산량 기준 6위쯤하고. 과거 1, 2위 했던 독일의 바커나 미국의 헴록도 저 밑으로 내려갔어요. 위에는 전부 다 중국 업체입니다.
세계 시장의 80%를 넘어요. 얘네가 공장 한번 또 시원하게 돌리면 가격 무너진다, 이런 우려가 당연히 있습니다. 시장에선 OCI의 주가수익비율(PER)을 3~4배밖에 안 쳐주고 있습니다. 이익의 질이 낮다는 거죠.
OCI도 이 사업 20년 가까이 해보니까. 중국하고 경쟁해서 이기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이렇게 판단하는 것 같아요. 그 사이에 엄청나게 사업을 다각화해놨어요. 이게 지난해 OCI의 매출 구성인데요. 베이식 케미컬, 여기에 폴리실리콘 사업이 속해 있습니다. 매출 비중이 36%밖에 안 돼요. 대신 이익은 여기서 70% 가까이했습니다. 석유화학이 매출로는 가장 큰데요, 타이어나 플라스틱 재료로 사용되는 카본 블랙이란 것을 생산합니다. 이게 생산능력이 연간 50만톤이나 되는데. 이 시장 국내 1위라고 해요.
또 에너지솔루션이라고 되어 있는 게 새만금 산업단지에 있는 태양광 발전소에요. 도시개발 사업. 이것도 재미있는데. 과거 인천 남구 학익동에 있던 공장을 말레이시아로 옮기면서 그 터에 아파트 지어서 분양하고 있는데요. 이게 세대수가 1만3000이 넘고. 사업비가 6조원이나 되는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입니다. 이미 일부는 분양까지 해서 매출로 잡혔고, 추가로 계속 매출이 나올 예정이에요.
여기에 부광약품을 지난해 인수해서 제약·바이오 사업에도 뛰어들었어요. 부광약품은 파킨슨병 이상운동증 개선제, 전립선암 치료제, 면역 항암제 같은 신약 파이프라인이 꽤 많은데. 신약 사업이 가시화되면 실적이나 주가가 개선될 여지가 큽니다. 또 OCI는 요즘 폴리실리콘 사업해서 번 돈으로 공장을 두 배로 늘린다고 해요. 근데 폴리실리콘 가격이 또 내려갈 수 있으니까 시장 상황 봐가면서 단계적으로 키운다고 합니다.
지배구조도 바꾸고 있죠. 창업주 이회림 회장의 손자, 3세 경영인이죠. 이우현 부회장을 중심으로 재편하려고 합니다. 우선 이우현 부회장 지분이 너무 적어요. 5.04%밖에 안 됩니다. 이우현 부회장의 숙부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보다도 지분이 적습니다.
그래서 OCI를 쪼개서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에 이우현 부회장이 지주사 쪽으로 지분을 다 옮겨와서 지배력을 높일 것 같습니다.
또 사업을 나눠서 기존의 석유화학 소재,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OCI에 주고. 이우현 부회장이 지분을 몰아서 가질 OCI홀딩스 쪽은 태양광에 집중할 것 같아요. 이렇게 하면 OCI홀딩스가 온전히 태양광 회사로 평가받고, 그럼 주가도 좀 더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이우현 부회장은 OCI홀딩스의 회장으로 승격이 된다고도 합니다.
태양광 발전이 성장할 것이란 전망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올해도 중국과 유럽, 미국을 중심으로 태양광 발전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날 전망인데요. 시장에선 전년 대비 40%가량 증가한 355GW에 이를 것으로 봅니다. 이렇게 성장하는 산업에서 한국 기업이 낙오하지 않고 잘 버텨서 성과를 내면 좋겠네요.
지주사로 바꾸는 OCI, 세계 태양광 산업을 이끌어 갈지 눈여겨보겠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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