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KT의 AI 사관학교’ 1기생 교육 현장 가보니

이현택 기자 2023. 5. 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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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곡동 소재 KAIST 캠퍼스에서 구슬땀
신인식 KAIST 교수가 2일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KAIST 소프트웨어대학원은 KT와 함께 맞춤형 석사 프로그램인 'KT-AI융합인재양성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년 과정을 졸업하면 KT 연구원으로 채용되는 과정이다. /KT

지난 2일 서울 도곡동 KAIST 소프트웨어대학원 강의실. 석사 1학기 필수과목인 ‘확률과 통계’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들 중 6명은 KT와 KAIST가 함께 만든 ‘KT-AI(인공지능)융합인재양성프로그램’ 석사과정 1기생들. 졸업 후 KT융합기술원의 R&D(연구개발) 연구원으로 채용이 예정돼 있다. KAIST 소프트웨어대학원에는 KT 과정 외에도 2년 이상 재직자를 위한 소프트대학원 일반 과정과 LG전자와의 협업 과정도 있다.

KT는 올해부터 KAIST와 이 과정을 진행한다. KAIST 외에도 한양대에서 매년 10명, 포스텍에서 매년 10명 등 연간 30명씩 5년간 150명의 AI 연구원을 육성해 입사시킨다는 계획이다. 그 이유는 AI가 최근 각광받는 분야로 떠올랐지만, 정작 국내 전문인력은 매우 부족하고 KT도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스카우트에도 한계가 있는만큼 아예 AI 인재를 직접 육성해 안정적으로 연구원을 확보하겠다는 이야기다.

KAIST의 KT 맞춤형 AI 석사과정에 입학한 대학원생 엄태현씨. /KT

KT도 단순히 채용을 약속하고 인재를 뽑아가지는 않는다. 현금성 지원으로만 따져도 1인당 4000만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다. 2년간 학비와 연구지원비 등을 합한 금액이다. 이 외에도 KT는 학생들에게 고사양 GPU(그래픽처리장치) 이용권(월 300만원 상당)을 지원한다. 또 이들은 석사 1년차를 마친 뒤 방학을 활용해 1~2차례 인턴십을 하게 되는데, 이 때는 월 300만원의 인턴십 월급이 지급된다. 또 학생 1인당 현직 KT 연구원 1명이 멘토로 배정된다.

코딩 테스트와 실무 면접 등을 거쳐야 입학이 가능하기에 KT의 AI 석사과정 1기생들은 대부분 컴퓨터공학 전공자다. 하지만 비전공자도 코딩 테스트 등 실력을 인정받으면 입학이 가능하다. 엄태현(24)씨는 KT의 빅데이터를 보고 이 과정에 입학한 케이스다. 그는 “인공지능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셋(인공지능에게 학습시킬 고품질의 데이터)이 필수”라면서 “KT의 데이터셋이 탐나 입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KAIST에서의 학업과 연구를 바탕으로 시각 장애인에게 ‘인과관계’를 설명해 주는데 특화한 카메라 기반 비디오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웹개발자 출신인 구혜인(27)씨는 “앞으로 (많은 직업은) AI가 대체할 수 있다”면서 “AI가 대체할 수 없는 AI 개발자가 되고자 진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교육 과정에서 당장 쓸 수 있는 AI 기술 교육에 치중하기 보다는 다양한 AI 기술에 접목시킬 수 있는 기본기 위주, 융합형 인재 교육을 강조하는 것도 KAIST KT AI 석사과정의 특징이다. 1기생을 지도하고 있는 신인수 책임교수(KAIST 전산학부 교수)는 “새 AI 기술이 또 나오면 졸업생 스스로 변화해 잘 따라가고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석사 1년차 때 통계학 등 공학의 기본기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들 KAIST KT AI 석사과정 1기는 내년 3월부터는 대전 KAIST 본원으로 본거지를 옮긴다. 서울캠퍼스의 1년이 이론적 배경과 기본기에 방점이 찍혀있다면, 대전에서의 1년은 실제 연구실에서 AI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커리큘럼으로 꾸려져 있다. 이 외에도 학생들은 AI융합 그룹프로젝트, 딥러닝 이론과 실제, 인공지능융합 등을 배우게 된다. 졸업은 논문 작성 또는 AI 등 프로젝트 중에서 선택가능하다.

KAIST의 KT 맞춤형 석사 프로그램인 'KT-AI융합인재양성프로그램' 재학생인 구혜인(왼쪽)씨와 신인식 교수. /KT

◇선발도 ‘대졸 공채+대학원 입학’ 2단계

KAIST의 KT-AI융합인재양성프로그램 석사과정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KT융합기술원 연구원으로 채용된다. 채용이 전제된 계약학과인만큼 선발을 KT 인사팀과 KAIST 입학위원회가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원자들은 우선 KT 인사팀에서 주관하는 서류 전형, 코딩 전형, 실무 면접, 임원 면접 등을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인적성검사와 코딩테스트도 진행한다. KT 인사 관계자는 “학부 졸업자에게 대학원을 보내주고 (대학원 졸업 후) 채용하는 것”이라며 “높은 전문성보다는 문제해결력을 중점해서 평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합격자 중에서는 매일 AI 트레이닝 과제를 1개씩 해결한다거나, 자신의 이론과 연구 결과를 커뮤니티 깃허브(Github)에 공유한다는 등 열의를 보인 지원자들이 있었다. KT의 채용전형을 통과한 후에야 KAIST의 대학원 입학 전형에 응시할 수 있다. 대학원 입학 전형에서는 졸업 후 포부, 학생의 연구 활동, 열의 등을 평가한다. 대학원 입학이 확정되면 KT의 채용 신체검진도 통과해야 한다.

KT는 KAIST 외에도 한양대와 포스텍에서도 AI 석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별로 커리큘럼은 다르지만, 졸업 후 KT 연구소로 취업이 보장된다는 점은 같다. KT는 매년 학교별 10명씩, 5년간 150명의 AI 연구원을 배출해 입사시킬 계획이다. 이들 세 학교는 다음달 8일까지 KT AI석사과정의 내년 신입생 지원자를 모집한다. 초거대AI(Large AI), AI 음성처리, AI 머신러닝 등의 분야에서 신입생을 모집한다.

신인식 교수는 “그동안 AI기술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 것’이라는 상상 수준이었다”면서 “이제는 실생활에 적극적으로 AI를 접목시키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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