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하면서 미세플라스틱 생성된다고? 세탁기 기술력 살펴보니
삼성·LG,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저감기술 장착
플라스틱은 편리성과 경제성이 뛰어나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제품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편리한 만큼 단점도 있죠. 최근 가장 부각되고 있는 문제는 바로 미세플라스틱입니다.
미세플라스틱은 말 그대로 아주 작은 플라스틱을 말합니다. 문제가 되는 이유는 크기가 작아 하수처리시설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채 바다나 강으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해양생물에 위협이 되는 것은 물론, 인간이 해산물을 먹을 때 미세플라스틱이 몸속에 들어올 수도 있죠. 미세플라스틱은 세포까지 침투가 가능해 몸에서 배출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이 알려지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세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두 회사는 어떤 기술로 미세플라스틱을 줄이고 있을까요?
미세플라스틱과의 전쟁
미세플라스틱은 5mm(밀리미터) 이하의 아주 작은 플라스틱을 뜻합니다. 미세플라스틱을 물고기 같은 해양 생물이 섭취하면 해양생태계 파괴로 이어지게 됩니다.
물론 인간도 미세플라스틱에서 안전하진 않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이 제대로 정수처리장에서 걸러지지 않은 채 수돗물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미세플라스틱을 삼킨 물고기를 인간이 먹을 경우에도 몸 속에 미세플라스틱이 쌓이죠.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사람들은 매주 약 5g(그램)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5g은 신용카드 한 장에 들어간 플라스틱의 양과 비슷하죠. 미세플라스틱은 체내에 쌓이면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하는데요. 미세플라스틱은 혈관을 타고 폐나 뇌 등 장기에 축적되는데, 이는 큰 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작아 걸러내기도 힘듭니다. 결국 미세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선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보통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이 부서지는 과정에서 배출됩니다. 하지만 전체 미세플라스틱의 35% 정도가 세탁 과정에서 합성섬유의 마찰을 통해 발생한다고 합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저감 기술을 탑재하기 시작한 이유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탁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줄인 기술은 비슷한 듯 다릅니다. 빨랫감들의 마찰을 줄인다는 점은 같지만, 구체적인 방법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삼성전자의 기술부터 살펴볼까요.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한 '2023년형 비스포크 그랑데 세탁기 AI'에 미세플라스틱 저감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삼성전자가 미국 의류업체 '파타고니아(Patagonia)'와 협업해 개발했죠. 파타고니아는 친환경 소재로 의류를 만드는 곳입니다.
삼성전자는 세제를 녹여 만든 '에코버블'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줄였습니다. 거품 형태의 세제가 섬유 사이사이로 스며들어 빨랫감을 부드럽게 만듭니다. 마찰력을 줄여 미세플라스틱 발생을 줄이는 원리죠. 섬유 표면이 미끄러우면 그만큼 마찰력도 줄어드니까요. 삼성전자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 저감 모드는 표준 모드 대비 미세플라스틱을 60% 정도 덜 배출한다고 합니다. 거품이 효과가 있는 셈이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배수구에 붙여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미세플라스틱 필터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틈새를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줄여 미세플라스틱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만든 필터죠. 삼성전자는 이 필터를 모든 세탁기에 적용할 수 있도록 범용성을 높여 출시할 계획입니다.
LG전자도 지난 2월 '업(UP)가전'을 통해 미세플라스틱 저감 모드를 출시했습니다. LG전자는 세탁 강도를 낮추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은 세탁기 통이 회전하는 동안 빨래끼리 부딪치거나 엉키는 과정에서 배출되는데요. LG전자의 세탁기는 천천히 통을 돌리며 빨래에 물과 세제가 확실히 스며들게 하는 방법을 사용했죠.
구체적인 세탁 방법도 '비비기', '주무르기' 등 마찰을 줄이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마치 빨래를 손으로 살살 비비거나 주무르는 듯한 느낌으로 세탁기가 천천히 빨래를 진행하죠.
보통 미세플라스틱 저감 코스는 세정력을 높이는 만큼 빨래 시간이 늘어납니다. 빨래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은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죠.
LG전자는 시간을 들인 만큼 미세플라스틱을 확실히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한 가지 실험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LG전자는 국제 공인시험인증기관 인터텍(Intertek)과 대표적인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테르 100% 소재의 트레이닝재킷 3kg(킬로그램)을 미세플라스틱 저감 코스로 세탁하는 조건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코스는 세탁 시 발생하는 20㎛ 이상의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표준코스 보다 70% 더 많이 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LG전자의 주장대로 시간이 더 걸리는 대신 미세플라스틱 배출을 확실히 줄였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탁기 외에도 다른 생활가전 제품에 미세플라스틱 저감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는데요. 두 회사가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미세플라스틱을 줄여 나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겠네요.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김민성 (mnsu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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