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석학, 'K-과학·ICT 사령탑' 거듭난 비결은…169곳의 현장

변휘 기자 2023. 5. 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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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1년,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의 365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에 대한 이해와 전략적 가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6.7/뉴스1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바(bar)' 형태 스마트폰 시대를 연 주역이다. 2001년 시스템 반도체 표준인 '벌크 핀펫' 기술을 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함께 개발했다. 이 기술은 모든 스마트폰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에 적용된다. 이 장관이 삼성전자는 물론 미국의 인텔·애플 등에서 받은 로열티 수익은 2012~2017년 160억여원으로 알려졌다.

남부러운 것 없는 반도체 석학이 공직에 복무하게 된 계기는 '야인'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이었다. 2021년 5월 17일 윤 대통령은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찾았고, 당시 소장이 이 장관이었다. 1년 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내각에 합류한 그는 오는 10일로 장관직 수행 1년을 맞이한다.

이 장관 스스로도 한 사람의 '학자'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과학기술 수장'으로 거듭난 365일이었다. 오랜 기간 통풍을 앓은 탓에 때때로 걸음걸이도 편치 않지만, 취임 후 그가 찾은 연구·산업 현장은 무려 169곳, 이틀에 한 번꼴의 현장 행보를 소화했다. 히 과학기술·ICT 관련 연구·산업 현장, 그곳에서 느낀 막중한 책임감과 가슴 뭉클한 애국심이 그의 성장을 이끌었다.

스토리1. '누리호 성공'의 감격, 다음은 '우주경제' 육성의 책임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프레스룸에서 누리호 발사 성공 브리핑을 하고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2.6.21/뉴스1
이 장관에게는 취임 초부터 중요한 책무가 주어졌다. 2021년 10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는 1차 발사를 통해 목표 고도(700㎞)까지 위성모사체를 쏘아 올렸지만, 궤도 안착에는 실패했다. 그래서 작년 6월 21일 2차 발사는 성공 외 다른 선택지는 없는 미션이었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찾았던 이 장관이었지만, 마침내 "누리호 발사 성공"을 직접 선언하는 영광을 경험했다. 한국이 1톤급 실용위성을 자력 발사할 수 있는 '7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한 순간이었다.
또 작년 8월 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도 이 장관은 "다누리 발사 성공"을 발표할 수 있었다. 그는 누리호·다누리 발사 현장을 지켜보며 "소름 돋을 정도로 깊은 감동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도 느꼈다. 지금까지 '위성·발사체' 개발에 주력해 왔다면, 누리호·다누리로 가시적인 성과를 낸 만큼 앞으로는 민간 우주산업 성장의 견인과 우주 탐사로 목표를 확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연내 우주항공청 설립의 원활한 진행도 우주 경제 가속화를 위해 이 장관이 부여받은 또 다른 임무다.
스토리2. '반도체 일타강사'에 내려진 "초격차 기술 확보" 특명
'반도체'는 이 장관이 수십 년 간 열정을 쏟아 온 '전공'이다. 하지만 대학의 강단이 아닌 국무회의, 국회의원, 공무원을 대상 강연은 그에게도 낯선 경험이었다. '반도체 일타강사'의 첫 무대는 지난해 6월 7일 국무회의였다.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주요 정부 수반들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최상목 경제수석 등 대통령실 참모진이 빠짐없이 참석했다. 강연 주제는 '반도체에 대한 이해와 전략적 가치'였다.

같은 달 14일에는 국회로 무대를 옮겼다.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반도체 특강을 했다. 또 열흘 후에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그해 7월 15일에는 외교부 직원을 상대로 강연했다. 강연 요청이 각계각층에서 쇄도하며 이 장관의 존재감도 커졌다. 하지만 이는 우리 경제를 떠받치던 반도체 산업의 위기가 심화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이 장관에게 '세계시장과 반도체 초격차를 확보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이 장관은 중장기적인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반도체 기술 로드맵'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의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우주비행사 예비 후보 조니 김 등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04.26./사진제공=뉴시스
스토리3. '디지털 리더국' 불가능한 꿈 아냐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9월 28일 윤 대통령 주재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발표한 '뉴욕 구상'의 정책 로드맵이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주일 전 뉴욕대 주최 포럼에 참석해 우리나라가 글로벌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겠다는 내용의 '뉴욕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장관이 제시한 목표는 두루뭉술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임기를 마치는 오는 2027년까지 전세계 디지털 경쟁력 3위, AI(인공지능) 경쟁력 3위, 디지털 인프라 1위' 국가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은 뉴욕구상을 국가 차원의 정책으로 마련한 것"이라며 "정부 역량을 총결집해 추진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 디지털 혁신 모범국가로서 그 성과를 전 세계 시민들과 함께 공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단순 디지털 기술 강국을 넘어 디지털 모범 국가로의 위상을 확립할 수 있다는 이 장관의 자신감이 디지털 전략에 담겼다는 후문이다.ㅍ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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