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영의 코인사이트]'수이(SUI)'로 보는 '레이어1 블록체인' 현주소
개발자 친화적 환경·개선된 블록체인 기능 강조…업계 니즈 반영
[편집자주] 암호화폐·블록체인 산업은 정보 비대칭성이 심한 분야이자, 주요 용어가 대부분 외국어로 되어 있어 이해가 어려운 신생 산업입니다.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블록체인 기술 관련 소식도, 암호화폐 투자와 직결된 소식도 독자에게 제대로 닿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영통신사 <뉴스1>은 이해가 어려운 암호화폐·블록체인 소식을 쉽게 풀고, 나아가 향후 전망이나 분석까지 담은 ‘코인사이트(Co;insight)’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코인사이트’는 암호화폐를 뜻하는 ‘코인’과 ‘인사이트’의 합성어로, 암호화폐·블록체인 분야의 주요 소식을 인사이트 있게 분석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지난주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의 가장 '핫이슈'는 단연 '수이(SUI) 동시 상장'이었습니다. 거래소 별로 상장 시점에 차이가 생기면서 특정 거래소에서는 1500%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가 소속된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닥사, DAXA)가 공통 상장 기준을 마련하기는 했지만, 그동안 거래소들은 각자 유망 프로젝트를 선별해 상장하는 편이었는데요. 그렇다 보니 특정 프로젝트를 거래소들이 앞다퉈 동시 상장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입니다. 심지어는 지난해 11월 이후 상장을 자제해왔던 고팍스까지 수이 상장에 참전했죠.
이는 국내 거래소만의 일은 아닙니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를 비롯해 쿠코인, 오케이엑스, 후오비 등 해외 대형 거래소들도 일제히 수이를 상장했습니다. 특히 바이낸스는 '런치풀' 대상으로 수이를 선정해 이목을 끌었죠. 런치풀은 바이낸스가 지정한 특정 토큰을 예치하면 그 보상으로 신규 토큰을 주는 서비스입니다. 바이낸스 이용자들은 TUSD 등 특정 토큰을 예치해 수이(SUI) 토큰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거래소들이 앞다퉈 수이를 상장한 까닭은 지난 3일 수이 블록체인의 메인넷이 출시되면서 수이 토큰이 가치를 지니기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수이가 도대체 어떤 프로젝트이길래 여러 거래소들이 경쟁적으로 상장에 나선 걸까요?
또 수이가 '레이어1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점을 고려하면 이미 시장에 레이어1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매우 많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더리움을 비롯해 폴카닷, 솔라나, 아발란체, 그리고 수이의 '라이벌'로 꼽히는 앱토스까지 수많은 레이어1 블록체인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수이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지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 세계 블록체인 업계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짚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주 <코인사이트>에서는 수이가 어떤 프로젝트인지를 살펴보며 현재 전 세계 블록체인 업계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레이어1 춘추전국시대…'수이', 뭐가 다를까
수이는 수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디앱)을 개발할 수 있는 레이어1 블록체인 플랫폼입니다. 메타(구 페이스북) 출신 개발진들이 만든 게 가장 큰 특징인데요.
이미 시장에는 수많은 레이어1 블록체인들이 있죠. 후발주자들이 인지도를 얻기 위해서는 선발주자들보다 기능상으로 뛰어나다는 점을 어필해야 합니다.
수이는 블록을 생성하고 거래를 처리하는 방식을 효율화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우선 수이는 블록체인 상에서 발생하는 거래를 두 종류로 나눠 처리합니다. 단순한 스마트컨트랙트와 복잡한 스마트컨트랙트로 나눠 처리하는 방식인데요. 송금 같은 단순한 스마트컨트랙트는 노드(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 전체의 합의를 거치지 않고, '패스트페이(Fastpay)'라는 결제에 특화된 알고리즘을 통해 검증합니다.
복잡한 스마트컨트랙트를 처리할 땐 '대그(DAG)'라 불리는 '방향성 비순환 그래프(Directed Acyclic Graph)' 방식을 사용합니다. 기존 블록체인 상에서 여러 거래 기록이 하나의 블록에 묶이는 것과 달리, DAG 알고리즘으로 처리되는 거래 기록들은 뒤에 추가되는 거래 기록이 앞선 거래 기록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처리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거래 기록을 뒤에 추가된 b, c가 검증하고 b, c 거래 기록을 뒤에 추가되는 d, e가 검증하는 식입니다. 이로써 d, e는 간접적으로 a를 검증하게 되고요.
거래를 두 가지로 나눠서 처리하면 거래 기록을 '병렬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죠. 기존 레이어1 블록체인들은 거래를 직렬로 처리해 확장성이 부족하고 처리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이 '샤딩'이라는 기술을 도입해 병렬 처리를 앞두고 있지만, 아직 샤딩이 활성화되지 않았고요. 이더리움의 샤딩이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이는 이미 병렬 처리를 활성화한 셈입니다.
블록에 담기는 데이터를 임시 저장할 수 있는 '스토리지' 기능을 구현한 것도 특징입니다. 기존 레이어1 블록체인에서는 블록에 데이터를 저장한 검증자와, 저장된 데이터를 확정하는 검증자와 다를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수이는 데이터를 임시 저장할 수 있도록 하고, 저장된 데이터를 삭제할 때 저장에 들어간 수수료를 환불받을 수 있는 스토리지 펀드를 조성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가상자산 리서치 업체 메사리는 수이 리포트를 통해 "스토리지 기능 덕분에 수이는 레이어1 블록체인뿐 아니라 파일코인, 알위브(Arweave) 같은 웹3 저장 플랫폼들과도 경쟁할 수 있다"며 "솔라나, 앱토스 같은 다른 른 레이어1 블록체인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메타의 가상자산 프로젝트 '디엠(구 리브라)'에 쓰였던 프로그래밍 언어, '무브(Move)'를 끌어온 게 핵심입니다. 수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발할 땐 프로그래밍 언어로 무브를 사용할 수 있는데요. 무브는 이더리움의 프로그래밍 언어인 솔리디티(Solidity)보다 보안성이 높고 개발자 친화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레이어1 블록체인, 뭐가 필요할까
문제는 이런 특징이 있다고 해도, 이미 기존 프로젝트의 기능상 단점을 보완한 레이어1 블록체인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거래소들이 앞다퉈 수이를 상장한 데는 수이가 기존 프로젝트들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 있었을텐데요. 수이가 내세운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통해 현재 블록체인 업계가 필요로 하는 바를 짚어볼 수 있습니다.
우선 레이어1 블록체인들이 성공하기 위해선 해당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디앱, 즉 서비스가 많고 다양해야 합니다. 여러 서비스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크게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블록체인 생태계가 클 것 △개발이 쉬울 것 △블록체인 기능상 문제가 없을 것 등입니다.
수이는 이제 메인넷을 출범했으니 다른 레이어1 블록체인에 비해 생태계가 매우 작은 편입니다. 이더리움, 솔라나 등 블록체인 플랫폼엔 수천, 수만개의 서비스가 온보딩돼있는 것에 비해 수이에 온보딩된 서비스는 600개 정도입니다. 아직 갈 길이 매우 멉니다.
그럼에도 수이는 개발이 쉽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래밍 언어 '무브'가 기존 웹 개발자들에게 친숙하다는 것이죠.
또 서비스 개발자들이 서비스 이용자들의 거래 수수료(가스비)를 대납할 수 있는 기능을 마련함으로써 서비스들이 초기 이용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이용자가 적은 초반에는 자본을 태워서 서비스를 알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개념입니다. 이를 두고 수이 공동창업자인 에반 청(Evan Cheng)은 "(이용자 입장에서) 가스비를 낸다는 사실이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런 특징을 들여다보면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개발자들이 여전히 개발자 친화적인 환경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간 여러 레이어1 블록체인들이 개선된 개발 환경을 강조해왔지만, 개발자들의 니즈를 충족하기엔 한계가 있었던 것이죠.
솔라나, 앱토스 등 다른 레이어1 블록체인들이 해커톤을 열며 '개발자 끌어들이기'에 열을 올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레이어1 춘추전국시대인 지금, 개발자들에게 가장 잘 어필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이 살아남으리란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수이는 블록체인의 기능상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점도 어필하고 있는데요. 거래 처리를 병렬적으로 하니 그만큼 빠르고, 확장성도 개선됐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블록체인 플랫폼들의 기능 개선이 크게 이뤄졌음에도 불구, 일반 웹 또는 모바일 기반 서비스에 비해 블록체인 서비스들의 속도가 느리고 확장성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기존 웹 서비스만큼의 기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레이어1 블록체인이 살아남게 되는 것이죠.
수이 개발진들도 이 같은 점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수이는 백서를 통해 "'인터넷' 규모만큼 발전할 수 있는 스마트컨트랙트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오늘날 인터넷이 담고 있는 데이터 및 서비스의 규모를 블록체인 상에서 담겠다는 목표입니다.
이처럼 세간의 주목을 받은 레이어1 블록체인들이 계속 나오면서 블록체인 업계의 오랜 숙원이 이뤄질지 주목됩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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