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세계화를 꿈꾸는 엄마와 딸, 미쉬매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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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용수산 김윤영 대표입니다. 용수산은 손맛이 좋은 저희 어머니가 운영하셨던 개성 음식을 베이스로 한 한정식 레스토랑입니다. 한정식집이라고 불리는 곳에 가면 대부분 코스 요리로 음식이 나오는데, 그걸 최초로 시작한 곳이기도 합니다.
딸 미쉬매쉬의 김민지 셰프입니다. 어머니가 만든 공간에서 오너 셰프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시카고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하고 광고대행사에 들어갔는데 제가 생각하던 디자인 업무와 달라 많은 고민 끝에 스위스에서 호텔경영학을 공부했어요. 또 프랑스 에콜 페랑디를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셰프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먼저 어머니의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최초의 코스 한정식을 선보인 용수산을 이끄셨다고요.
어머니 딸과 마찬가지로 저도 청소년기에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여러 나라를 거치며 생활했어요. 그러고는 한국에 돌아와 어머니를 도와 용수산에서 일하게 됐죠. 외국 생활을 오래 한 저에게 국과 나물, 메인 요리가 모두 한 상에 차려지는 한식은 세련되지 못한 느낌을 주었죠. 또 한식은 정말 맛있는 음식인데 한꺼번에 차려지다 보니 빨리 식고 금방 배가 불러 온전히 즐기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코스처럼 내는 방식을 도입한 거죠. 용수산이 최초였고, 1세대 한정식 브랜드로 발돋움하는 데 크게 기여한 부분이죠.
김민지 셰프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는데, 결국 어머니의 뒤를 이어 셰프가 됐어요. 어떤 것들이 영향을 미쳤나요?
딸 아버지가 덴마크인이셔서 한국과 덴마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녔어요. 그 이후로도 쭉 외국 생활을 오래 했어요. 외식 물가가 높은 외국에서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이 많았는데 저도 할머니와 엄마를 닮아 손맛이 좋았던 것 같아요.(웃음) 사람들과 나눠 먹는 것도 좋아했고요. 그래도 요리는 절대 안 하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전공을 살리지 못하니까 디자인 다음으로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많이 생각했어요. 엄마하고도 고민을 많이 나눴어요. 결국 음식이더라고요.
결국 ‘한식’이라는 이름 아래 모녀가 만나게 됐어요. 미쉬매쉬는 어떤 공간인가요?
딸 미쉬매쉬(MishMash)는 ‘다른 것이 만나 하나가 됐다’는 뜻이에요. 외국에서 한국 음식을 만들 때는 한국에서처럼 만들 수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퓨전 한식’이 나오게 돼요. 그런 경험들을 음식으로 풀어내기도 하고, 한식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이 미쉬매쉬의 음식을 먹고 ‘아, 한식은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머니 지금은 동생이 운영하는 용수산 비원점이 바로 근처에 있어요. 이곳은 오랫동안 용수산의 주차장으로 사용했던 부지인데, 한옥을 지어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한남동에서 미쉬매쉬를 운영하던 딸을 이곳으로 스카우트했죠.(웃음) 지하 1층은 갤러리, 1층은 리셉션, 2층은 다이닝으로 꾸미고 뒤쪽으로 별채도 지었어요.
창덕궁이 보이는 전경이 정말 멋스러운 곳이에요.
어머니 한옥이 완공되기까지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이곳이 왕실을 호위하던 금위영이 있던 터라 유물 발굴 가능성이 있어 문화재청에서 실측도 여러 번 했고, 한옥을 지으려면 구청뿐 아니라 서울 시청에서 한옥 심의도 받아야 하거든요. 그래도 완성하고 보니 궁궐이 보이고, 앞으로는 큰 나무도 보여요. 고즈넉한 풍경이 주는 평온함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잔상이죠.
한식의 새로운 길을 연 엄마, 한식의 세계화를 꿈꾸는 딸. 두 사람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어머니 딸이 어렸을 때는 좋은 어른으로 자라서 내 품을 떠나 시집가면 그걸로 내 할 일은 다하지 않았나, 이만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나이가 드니 생각이 달라지네요. 딸이 옆에 있으니 너무 든든하고 의지가 되는 존재예요. 나와 이렇게 말이 잘 통하고 기술적인 면이나 내가 어려워하는 것들을 가르쳐주니 ‘아직은 함께 있어도 좋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딸 엄마는 저에게 언니 같고 친구 같은 존재예요. 저는 엄마한테 숨기는 것 없이 정말 다 얘기하거든요. 제 인생에 있어 제일 중요한 사람이에요. 지금도 일을 하면서 숙련될 만큼 오래됐음에도 마지막 ‘확인’을 받아야 마음이 안정돼요.(웃음)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딸 제가 한식을 베이스로 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있어요. 용수산에서 일할 때 젊은이들에게 무슨 음식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대부분 스테이크나 파스타, 피자라고 말해요. “한식은요?”라고 되물으면 반응이 냉담했죠. 양식 문화가 우리의 식문화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저는 왠지 이대로면 한식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한식을 베이스로 내 요리를 펼쳐보자 생각했어요. 양식 같은데 먹으면 한식이고 엄마의 손맛도 느낄 수 있는 그런 요리요. 이곳에 미쉬매쉬를 오픈했을 때 코로나19가 시작됐어요. 그래서 지난 3년은 천천히, 그렇지만 초석을 다지면서 왔다고 생각해요. 다시 많은 이들이 계동을 찾을 거고 특히 이곳은 방문하는 외국인의 비율이 높은 곳이에요. K-문화가 세계적으로 위상을 떨치고 있는 지금, 나만 할 수 있는 한식을 선보이면서 그 명성에 어긋나지 않도록 이 자리에서 묵묵히 요리를 하려고 합니다. 많이 지켜봐주세요.
미쉬매쉬 @mishmashkorea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모던 한식 다이닝. 다양한 조리법으로 멋스럽게 완성한 요리를 점심·저녁 코스 메뉴로 맛볼 수 있다.주소 서울시 종로구 창덕궁길 47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월요일 휴무, 오후 3~6시 브레이크 타임, 일요일 오후 5시 종료)
문의 02-6465-2211
에디터 : 이채영 | 사진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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