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사기’ 연쇄고리를 끊을 수 있는 이 사람들[황재성의 황금알]
황재성기자 2023. 5. 7. 09:00
1: 전세사기에 가담하는 공인중개사 잇따라
2: 고려시대부터 시작된 부동산 중개업 뿌리
3: 영세성에 사기 가담 유혹 뿌리치기 어려워
4: 직업 윤리 교육 강화 등 자정 노력도 시급
2: 고려시대부터 시작된 부동산 중개업 뿌리
3: 영세성에 사기 가담 유혹 뿌리치기 어려워
4: 직업 윤리 교육 강화 등 자정 노력도 시급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
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
“사기는 아니다.”
지난 3일 인천지방법원에서는 형사 1단독 심리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2차 공판이 열렸습니다. 주범인 건축업자 남모 씨(61)의 변호인은 이 자리에서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는 인정한다”면서도 “사기와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남 씨는 수도권 일대에서 아파트와 빌라 등 주택 2700여 채를 보유하면서 임대를 놓은 뒤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 등 공동주택 161채의 전세금 125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상태입니다.
이날 공판장에는 남 씨와 공범 9명도 출석했습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가운데 공인중개사 6명이나 포함돼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남 씨로부터 급여와 상여금 명목을 돈을 받았고, 일부는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고 남 씨가 주택을 사들이게 하는 대가를 챙기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피해자들이 망설이면 “집주인이 건물 여러 채를 보유해 보증금을 충분히 돌려줄 수 있다”고 설득했고, 피해자들이 근저당권 설정을 지적하면 “한 번도 문제 생긴 적이 없으니 걱정 말라. 전세금을 못 돌려주는 경우 책임지겠다”는 말로 회유하기도 했습니다. ‘전문직업인으로서 품위를 유지하고,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중개 관련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공인중개사법 29조에 명시된 ‘개업공인중개사 등의 기본 윤리’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것입니다.
문제는 최근 전세사기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남 씨와 공모한 중개사들과 같은 행태를 보인 공인중개사들이 적잖다는 점입니다. 경찰청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실시한 특별단속을 통해 입건한 피의자 2188명 가운데 무려 19%(414명)가 공인중개사 또는 중개보조원이었습니다.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을 통해 부동산 거래사고를 막고 시장의 질서를 지켜야 할 공인중개사들이 오히려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셈입니다.
이에 대해 유관 단체 관계자들은 “일부의 일탈”이라며 “공인중개사 전체가 매도당하는 분위기가 못내 아쉽다”는 반응입니다. 실제로 올해 1월 말 현재 개업 중인 공인중개사와 중개인, 중개법인을 모두 합치면 11만 7745명에 달합니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중개사들이 극소수라는 주장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5년 새 행정처분을 받은 공인중개사가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이상 징후는 뚜렷합니다. 그동안 국내 부동산중개업은 영세하고, 서비스측면에서 외국과의 경쟁력에서 많이 뒤처져 있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받아왔습니다.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여러 차례에 걸쳐 종합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2020년 ‘제1차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 기본계획’과 이듬해인 2021년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방안’ 등이 대표적입니다. 모두 중개서비스 개선과 소비자 보호 강화가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또 2020년 2월부터 한국부동산원에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공인중개사가 연루된 부동산 사건이 끊이질 않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해결책은 없는 걸까요.
● 고려 때 가거간꾼, 조선시대엔 복덕방.가쾌로 불리기도
지난 3일 인천지방법원에서는 형사 1단독 심리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2차 공판이 열렸습니다. 주범인 건축업자 남모 씨(61)의 변호인은 이 자리에서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는 인정한다”면서도 “사기와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남 씨는 수도권 일대에서 아파트와 빌라 등 주택 2700여 채를 보유하면서 임대를 놓은 뒤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 등 공동주택 161채의 전세금 125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상태입니다.
이날 공판장에는 남 씨와 공범 9명도 출석했습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가운데 공인중개사 6명이나 포함돼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남 씨로부터 급여와 상여금 명목을 돈을 받았고, 일부는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고 남 씨가 주택을 사들이게 하는 대가를 챙기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피해자들이 망설이면 “집주인이 건물 여러 채를 보유해 보증금을 충분히 돌려줄 수 있다”고 설득했고, 피해자들이 근저당권 설정을 지적하면 “한 번도 문제 생긴 적이 없으니 걱정 말라. 전세금을 못 돌려주는 경우 책임지겠다”는 말로 회유하기도 했습니다. ‘전문직업인으로서 품위를 유지하고,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중개 관련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공인중개사법 29조에 명시된 ‘개업공인중개사 등의 기본 윤리’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것입니다.
문제는 최근 전세사기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남 씨와 공모한 중개사들과 같은 행태를 보인 공인중개사들이 적잖다는 점입니다. 경찰청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실시한 특별단속을 통해 입건한 피의자 2188명 가운데 무려 19%(414명)가 공인중개사 또는 중개보조원이었습니다.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을 통해 부동산 거래사고를 막고 시장의 질서를 지켜야 할 공인중개사들이 오히려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셈입니다.
이에 대해 유관 단체 관계자들은 “일부의 일탈”이라며 “공인중개사 전체가 매도당하는 분위기가 못내 아쉽다”는 반응입니다. 실제로 올해 1월 말 현재 개업 중인 공인중개사와 중개인, 중개법인을 모두 합치면 11만 7745명에 달합니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중개사들이 극소수라는 주장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5년 새 행정처분을 받은 공인중개사가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이상 징후는 뚜렷합니다. 그동안 국내 부동산중개업은 영세하고, 서비스측면에서 외국과의 경쟁력에서 많이 뒤처져 있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받아왔습니다.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여러 차례에 걸쳐 종합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2020년 ‘제1차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 기본계획’과 이듬해인 2021년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방안’ 등이 대표적입니다. 모두 중개서비스 개선과 소비자 보호 강화가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또 2020년 2월부터 한국부동산원에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공인중개사가 연루된 부동산 사건이 끊이질 않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해결책은 없는 걸까요.
● 고려 때 가거간꾼, 조선시대엔 복덕방.가쾌로 불리기도
잘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의 부동산중개업 역사는 꽤 깁니다. 논문(‘공인중개사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개인간 토지거래가 이뤄진 것은 9세기 말 경부터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현대적인 의미의 중개가 이뤄진 시점은 고려시대부터 시작됩니다.
당시 객주제도가 있어 상품매매를 중개했는데, 이를 ‘거간(居間)’으로, 물건을 흥정하는 사람은 ‘거간꾼’으로 불렀습니다. 특히 집을 중개하는 경우에는 ‘가거간(家居間)’, 중개업자를 ‘가거간꾼’이라고 했습니다.
조선시대 중엽 이후에는 이를 ‘생기복덕(生氣福德)’이라 하고, 복을 중개하여 복과 덕이 일어난다는 뜻에서 ‘복덕방’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때 복을 중개하는 사람은 ‘집주름’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들은 집뿐만 아니라 집에 딸린 토지, 산지와 묘지, 염전, 어장 등 부동산의 매매와 임차, 전당(典當·부동산을 맡기고 기한을 정해 돈을 빌리되, 이를 지키지 못하면 부동산을 처분하는 거래) 등과 같은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여기에서 집주름은 순우리말이며, 문헌에는 ‘가쾌(家儈)’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원광교박물관이 2021년 발행한 도록(圖錄) ‘조선 부동산 움직이다’에는 1908~1910년대 활동한 가쾌에 대한 조사보고서가 수록돼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가쾌의 기원과 영업범위, 거간과의 구별, 수수료, 권리와 의무, 자격, 관할 등이 꼼꼼하게 정리돼 있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에는 당시 가쾌가 수수료로 매매와 전세의 경우 거래액의 100분의 1을 매수자와 매도인 모두에게서 받은 사실도 담겨 있습니다. 현재(매매·0.4~0.7%, 임대·0.3~0.6%)보다 높은 수수료율을 받은 셈입니다.
조선 말까지는 거간에 대한 별다른 규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서양 문물 유입과 상업 활성화로 주거지 이전 수요가 늘어나고 복덕방영업을 하는 집주름이 급증하자 이를 규제할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1890년 ‘객주거간규칙’이 제정됐습니다. 중개업을 최초로 제도화한 조치입니다..
광복 이후 복덕방은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에 주로 있었고, 농촌이나 소도시는 이장이나 동장, 사법서사가 사실상 복덕방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1960년대에 접어들어 경제개발계획로 도시화와 공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택지수요가 급증하면서 복덕방의 역할은 커졌습니다. 이에 정부는 1961년 9월 ‘소개영업법’을 제정합니다. 하지만 이후 경제의 고도성장과 사회발전에 따라 부동산거래시장 규모가 급팽창하자 정부는 1983년 12월 ‘부동산중개업법’을 신설하고, 소개영업법은 폐지합니다.
부동산중개업법은 이전까지 신고제였던 부동산중개업을 허가제로 바꾸는 혁명적인 조치였습니다. 또 이 법에 따라 공인중개사제도가 도입되고, 1986년 1회 시험이 실시됩니다. 이후 2005년 부동산중개업법은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로 개명했고, 2014년 다시 ‘공인중개사법’으로 이름을 바꿔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 과도한 경쟁, 낮은 전문성, 천수답 경영에 발목
당시 객주제도가 있어 상품매매를 중개했는데, 이를 ‘거간(居間)’으로, 물건을 흥정하는 사람은 ‘거간꾼’으로 불렀습니다. 특히 집을 중개하는 경우에는 ‘가거간(家居間)’, 중개업자를 ‘가거간꾼’이라고 했습니다.
조선시대 중엽 이후에는 이를 ‘생기복덕(生氣福德)’이라 하고, 복을 중개하여 복과 덕이 일어난다는 뜻에서 ‘복덕방’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때 복을 중개하는 사람은 ‘집주름’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들은 집뿐만 아니라 집에 딸린 토지, 산지와 묘지, 염전, 어장 등 부동산의 매매와 임차, 전당(典當·부동산을 맡기고 기한을 정해 돈을 빌리되, 이를 지키지 못하면 부동산을 처분하는 거래) 등과 같은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여기에서 집주름은 순우리말이며, 문헌에는 ‘가쾌(家儈)’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원광교박물관이 2021년 발행한 도록(圖錄) ‘조선 부동산 움직이다’에는 1908~1910년대 활동한 가쾌에 대한 조사보고서가 수록돼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가쾌의 기원과 영업범위, 거간과의 구별, 수수료, 권리와 의무, 자격, 관할 등이 꼼꼼하게 정리돼 있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에는 당시 가쾌가 수수료로 매매와 전세의 경우 거래액의 100분의 1을 매수자와 매도인 모두에게서 받은 사실도 담겨 있습니다. 현재(매매·0.4~0.7%, 임대·0.3~0.6%)보다 높은 수수료율을 받은 셈입니다.
조선 말까지는 거간에 대한 별다른 규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서양 문물 유입과 상업 활성화로 주거지 이전 수요가 늘어나고 복덕방영업을 하는 집주름이 급증하자 이를 규제할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1890년 ‘객주거간규칙’이 제정됐습니다. 중개업을 최초로 제도화한 조치입니다..
광복 이후 복덕방은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에 주로 있었고, 농촌이나 소도시는 이장이나 동장, 사법서사가 사실상 복덕방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1960년대에 접어들어 경제개발계획로 도시화와 공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택지수요가 급증하면서 복덕방의 역할은 커졌습니다. 이에 정부는 1961년 9월 ‘소개영업법’을 제정합니다. 하지만 이후 경제의 고도성장과 사회발전에 따라 부동산거래시장 규모가 급팽창하자 정부는 1983년 12월 ‘부동산중개업법’을 신설하고, 소개영업법은 폐지합니다.
부동산중개업법은 이전까지 신고제였던 부동산중개업을 허가제로 바꾸는 혁명적인 조치였습니다. 또 이 법에 따라 공인중개사제도가 도입되고, 1986년 1회 시험이 실시됩니다. 이후 2005년 부동산중개업법은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로 개명했고, 2014년 다시 ‘공인중개사법’으로 이름을 바꿔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 과도한 경쟁, 낮은 전문성, 천수답 경영에 발목
이처럼 유구한 부동산중개업이 공인중개사제도로 바뀐 데에는 국민의 재산권을 취급하는 부동산중개업계에 전문자격사 제도를 도입해 부동산거래질서를 확립하고, 부동산중개업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이를 통해 부동산업계의 공신력을 높여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자는 게 최종 목적입니다.
이런 취지에 맞게 시행된 1985년에 시행된 1차 공인중개사시험은 무려 19만8808명이 신청하고, 15만7923명이 응시하는 큰 인기를 누립니다. 합격자도 무려 6만277명을 배출합니다. 이후 5회 시험까지는 2만~4만여 명 수준으로 주춤했지만 6차(시행시기·1991년, 신청자·9만5775명)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9회(1997년, 12만485명)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하게 10만 명 선을 넘어서며 ‘제 2 수학능력시험’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습니다. 특히 부동산 투자열기가 뜨거웠던 2021년에는 신청자(39만9975명)와 응모자(27만8847명)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많은 수험생이 몰리고, 적잖은 수의 합격자를 배출해내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공인중개사 자격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 용역입찰 공고문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는 최근 5년 간 연평균 2만2200명이 합격하면서 주택관리사(1610명) 감정평가사(203명) 등 다른 국가전문자격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인원을 배출했습니다. 이러한 과잉공급은 한정된 부동산중개시장에서 중개건수와 수입 감소로 이어져 서비스 질의 악화나 과당경쟁으로 인한 가격왜곡 등의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국내 개업공인중개사의 98.4%가 개인사업자로서 매우 영세합니다. 또 이들의 주수입원인 매매중개의 경우 건수와 금액의 80%를 주택이 차지합니다. 주택경기의 등락에 따라 업황이 좌우되는 천수답 경영에 머물 수밖에 없고,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인중개사들은 남 씨와 같은 사업자들이 던지는 불법을 사주하며 던지는 미끼를 외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중개업자 사고가 솜방망이 처벌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국토통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시도별 공인중개사 행정처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행정처분 1만1477건 중 대부분(89%·1만214건)이 과태료 또는 경고 시정 등 경징계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중개업 선진화 속도 높이고, 업계의 자구책 마련 노력도 필요
이런 취지에 맞게 시행된 1985년에 시행된 1차 공인중개사시험은 무려 19만8808명이 신청하고, 15만7923명이 응시하는 큰 인기를 누립니다. 합격자도 무려 6만277명을 배출합니다. 이후 5회 시험까지는 2만~4만여 명 수준으로 주춤했지만 6차(시행시기·1991년, 신청자·9만5775명)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9회(1997년, 12만485명)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하게 10만 명 선을 넘어서며 ‘제 2 수학능력시험’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습니다. 특히 부동산 투자열기가 뜨거웠던 2021년에는 신청자(39만9975명)와 응모자(27만8847명)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많은 수험생이 몰리고, 적잖은 수의 합격자를 배출해내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공인중개사 자격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 용역입찰 공고문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는 최근 5년 간 연평균 2만2200명이 합격하면서 주택관리사(1610명) 감정평가사(203명) 등 다른 국가전문자격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인원을 배출했습니다. 이러한 과잉공급은 한정된 부동산중개시장에서 중개건수와 수입 감소로 이어져 서비스 질의 악화나 과당경쟁으로 인한 가격왜곡 등의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국내 개업공인중개사의 98.4%가 개인사업자로서 매우 영세합니다. 또 이들의 주수입원인 매매중개의 경우 건수와 금액의 80%를 주택이 차지합니다. 주택경기의 등락에 따라 업황이 좌우되는 천수답 경영에 머물 수밖에 없고,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인중개사들은 남 씨와 같은 사업자들이 던지는 불법을 사주하며 던지는 미끼를 외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중개업자 사고가 솜방망이 처벌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국토통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시도별 공인중개사 행정처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행정처분 1만1477건 중 대부분(89%·1만214건)이 과태료 또는 경고 시정 등 경징계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중개업 선진화 속도 높이고, 업계의 자구책 마련 노력도 필요
정부가 이러한 문제들을 인식하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귀기울여볼 대목입니다.
국토부는 2020년 발표한 ‘제 1차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 기본계획’(이하 ‘1차 부동산진흥계획’)에서 부동산서비스산업을 국민편익에 큰 영향을 주는 국가 핵심 산업으로 규정하고,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부동산서비스업의 부가가치를 30% 올리고, 일자리는 20% 늘리며 시장 투명성은 제고하겠다는 야심찬 목표와 함께 13개 중점 추진 과제를 내놨습니다. 그 가운데 중개업 관련 제도 개선도 핵심과제였습니다.
특히 2025년까지 중개업에 대한 국민만족도를 2021년 대비 10%포인트(p) 높이기로 하고, 전속중개 활성화와 규제합리화 등을 통한 서비스 책임성 강화와 전문성 제고를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눈에 띄는 성과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사이에 공인중개사들은 서민들을 전세사기로 몰아넣는 앞잡이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인중개사가 매년 한 지역에서 수십 건의 부동산 거래계약서를 작성하는 데 참여한다”며 “전세사기처럼 문제의 소지가 있는 거래를 모를 수가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따라서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올해 1월 발표한 보고서(‘이슈와 논점-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공인중개사 책임 강화 입법의 모색’)에서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최선책은 임차인이 위험성 있는 전세계약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미납국세와 주변시세에 관한 설명의무를 공인중개사에게 부여하고, 이를 위반하면 공인중개사를 처벌하거나 손해배상의무 규정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개업계의 자정 노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지난해 설립한 ‘부동산정책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논문(‘전세사기에 대한 전문가의 인식현황과 제도 개선방안’은 눈길을 끕니다. 연구원은 논문에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내용 개선 ⓶ 윤리규정 개선 교육시스템 개선 등 3가지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이 가운데 시대에 맞는 공인중개사 윤리헌장을 만들고, 세부적인 실천 기준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 되겠지만 더 이상 소를 잃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관련 업계의 분발을 기대합니다.
국토부는 2020년 발표한 ‘제 1차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 기본계획’(이하 ‘1차 부동산진흥계획’)에서 부동산서비스산업을 국민편익에 큰 영향을 주는 국가 핵심 산업으로 규정하고,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부동산서비스업의 부가가치를 30% 올리고, 일자리는 20% 늘리며 시장 투명성은 제고하겠다는 야심찬 목표와 함께 13개 중점 추진 과제를 내놨습니다. 그 가운데 중개업 관련 제도 개선도 핵심과제였습니다.
특히 2025년까지 중개업에 대한 국민만족도를 2021년 대비 10%포인트(p) 높이기로 하고, 전속중개 활성화와 규제합리화 등을 통한 서비스 책임성 강화와 전문성 제고를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눈에 띄는 성과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사이에 공인중개사들은 서민들을 전세사기로 몰아넣는 앞잡이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인중개사가 매년 한 지역에서 수십 건의 부동산 거래계약서를 작성하는 데 참여한다”며 “전세사기처럼 문제의 소지가 있는 거래를 모를 수가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따라서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올해 1월 발표한 보고서(‘이슈와 논점-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공인중개사 책임 강화 입법의 모색’)에서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최선책은 임차인이 위험성 있는 전세계약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미납국세와 주변시세에 관한 설명의무를 공인중개사에게 부여하고, 이를 위반하면 공인중개사를 처벌하거나 손해배상의무 규정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개업계의 자정 노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지난해 설립한 ‘부동산정책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논문(‘전세사기에 대한 전문가의 인식현황과 제도 개선방안’은 눈길을 끕니다. 연구원은 논문에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내용 개선 ⓶ 윤리규정 개선 교육시스템 개선 등 3가지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이 가운데 시대에 맞는 공인중개사 윤리헌장을 만들고, 세부적인 실천 기준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 되겠지만 더 이상 소를 잃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관련 업계의 분발을 기대합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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