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못 막아"… 유럽에 러시아 석유 뿌리는 인도의 '배짱'

김종훈 기자 2023. 5. 7. 08: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방 대중국 전략핵심' 인도, 러시아·서방과 석유 무역으로 막대한 이득
자료사진. /로이터=뉴스1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산 석유는 절대 수입하지 않겠다는 유럽에 러시아산 석유가 깔리는 정황이 드러난다. 유럽에 러시아 석유를 퍼나르고 있는 통로는 인도다. 인도는 지정학적 이점을 십분 활용해 석유 무역으로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막대한 이득을 보고 있다.
인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 24배 늘려…유럽·미국에 되팔아 '떼돈' 번다
블룸버그통신이 에너지정보업체 케이플러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인도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유럽에 가장 많은 정제유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가 유럽에 수출한 정제유 물량은 지난달 하루 36만5000배럴로, 사우디가 수출한 물량(일 34만4700배럴)을 넘어섰다. 정제유는 원유를 정제한 가공품으로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을 포함한다.

미국의 인도산 원유, 석유 수입량도 급격히 증가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월 156만배럴이었던 수입량이 지난 1월 488만배럴로 3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 2월에 또 늘어 월 495만배럴을 기록했다.

인도가 미국과 유럽에 내다팔고 있는 유제품은 대부분 러시아 원유를 가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에너지정보업체 보텍사 자료를 정리한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인도에 배송된 러시아산 원유 수송량은 일 170만배럴로, 사우디(일 67만1000배럴)와 이라크(일 81만2000배럴) 물량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해 3월에만 해도 인도가 들여온 러시아 원유는 일 6만9000배럴이었으니, 전쟁 1년 사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이 24배 넘게 폭증한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인도에서 기자들을 만나, 인도 은행에 쓸 수 없는 수십억 루피화(수백억원~1000억원대)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도로 수출이 크게 늘었지만 국제결제망 제재 등을 피해 현지 통화로 거래했고, 이를 본국으로 충분히 환전해 가져가지 못한 상황으로 보인다.
"누구도 우리 못 막아" 인도의 배짱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싸게 사들여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가 러시아에 얼마만큼의 원유 대금을 지불하는지는 정확히 공개된 적이 없다.

지난달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미국 측 관계자들은 러시아가 G7 제재 가격(배럴당 60달러) 이상은 받지 못할 것이라며 인도가 제재를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판카지 자인 인도 석유비서관은 언론브리핑에서 "누구도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상한가보다 높은 가격에 수입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석유 제재 전인 지난해 5월 인도가 러시아에 제시한 가격은 배럴당 70달러. 당시 브렌트유 가격은 105달러 정도였을 때다. 최근 브렌트유 가격이 75달러 수준으로 내려왔으나 여전히 당시 제시가도 상대적으로 싸다. 상한가인 배럴당 60달러에 웃돈을 조금 얹어도 인도 입장에선 남는 장사인 셈이다.
미국도 눈치 본다? 인도 "어떤 압력도 못 느껴"
서방이 인도의 러시아 원유 수입까지 제재하기는 쉽지 않다. 서방의 중국 견제 전략에서 인도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인도는 최근 중국을 제치고 인구 수 1위 국가로 올라서는 등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중국과 4000㎞가 넘는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아시아태평양 안보협의체 쿼드를 구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이 오히려 인도 눈치를 살피는 모양새다. 더프린트, 민트 등 인도매체를 종합하면 지난 2월 대러시아 제재 책임자인 달립 싱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뉴델리를 방문한 자리에서 "러시아 제재를 우회하려는 국가들은 이후 결과를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결국 백악관이 직접 "(싱 부보좌관의 발언이) 경고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인도는 당분간 러시아 원유 수입을 계속 늘릴 가능성이 높다. 하르딥 싱 퓨리 인도 석유장관은 지난 2월 미국 CNBC 인터뷰에서 "조건만 맞으면 어디서든 (원유를) 수입할 것"이라며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S&P 자료에 따르면 퓨리 장관은 지난달에도 취재진과 만나 "미국, 유럽과 원만한 대화를 이어가는 중"이라면서도 "석유 수입과 관련해서 어떤 압력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