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못 막아"… 유럽에 러시아 석유 뿌리는 인도의 '배짱'
미국의 인도산 원유, 석유 수입량도 급격히 증가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월 156만배럴이었던 수입량이 지난 1월 488만배럴로 3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 2월에 또 늘어 월 495만배럴을 기록했다.
인도가 미국과 유럽에 내다팔고 있는 유제품은 대부분 러시아 원유를 가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에너지정보업체 보텍사 자료를 정리한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인도에 배송된 러시아산 원유 수송량은 일 170만배럴로, 사우디(일 67만1000배럴)와 이라크(일 81만2000배럴) 물량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해 3월에만 해도 인도가 들여온 러시아 원유는 일 6만9000배럴이었으니, 전쟁 1년 사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이 24배 넘게 폭증한 것이다.
지난달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미국 측 관계자들은 러시아가 G7 제재 가격(배럴당 60달러) 이상은 받지 못할 것이라며 인도가 제재를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판카지 자인 인도 석유비서관은 언론브리핑에서 "누구도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상한가보다 높은 가격에 수입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미국이 오히려 인도 눈치를 살피는 모양새다. 더프린트, 민트 등 인도매체를 종합하면 지난 2월 대러시아 제재 책임자인 달립 싱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뉴델리를 방문한 자리에서 "러시아 제재를 우회하려는 국가들은 이후 결과를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결국 백악관이 직접 "(싱 부보좌관의 발언이) 경고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인도는 당분간 러시아 원유 수입을 계속 늘릴 가능성이 높다. 하르딥 싱 퓨리 인도 석유장관은 지난 2월 미국 CNBC 인터뷰에서 "조건만 맞으면 어디서든 (원유를) 수입할 것"이라며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S&P 자료에 따르면 퓨리 장관은 지난달에도 취재진과 만나 "미국, 유럽과 원만한 대화를 이어가는 중"이라면서도 "석유 수입과 관련해서 어떤 압력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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