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오르간 거장' 라트리 "즉흥연주 즐기는 이유는…"
라트리는 최근 CBS노컷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오르가니스트이자 아내인 이신영씨가 한국인이라서 한국을 여러 번 방문했다. 지난 내한공연을 매우 즐겼는데 그 관객들과 다시 만난다고 생각하니 이전과는 또 다른 감정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중 1막 서곡,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 발췌곡(이신영 편곡), 프랑크 오르간을 위한 영웅적 소품, 비도르 오르간 교향곡 제5번 바단조 등 독일부터 프랑스에 이르는 다채로운 시대의 오르간 음악을 들려준다.
"프로그램을 구상할 때 항상 청중과 오르간 그리고 제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찾으려 노력해요. 레퍼토리를 넓히기 위해 프랑스 작곡가(프랑크·생상스·비도르) 뿐만 아니라 바그너와 리스트 곡도 연주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이들 5명의 작곡가는 마치 음악 대가족처럼 서로 연관돼 있죠."
2017년 내한공연 당시 라트리는 즉흥연주로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공연 시작 전 로비에서 관객들이 메모지에 적어낸 멜로디 중 즉석에서 고른 '애국가'와 '카카오톡 알림'을 토대로 즉흥연주를 선보인 것. 관객들이 그의 연주에 맞춰 함께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은 진풍경이었다.
"즉흥연주는 매번 큰 도전을 필요로 할 만큼 어렵지만 나중에 관객의 기억 속에만 남아요. 그 자리에서 작곡되며 마지막 음이 끝나면 즉시 사라지는 점이 근사하죠." '이번 공연에서 즉흥연주를 기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공연 마지막에 즉흥연주를 하는 건 매우 흥미롭다. 공연하는 내내 (관객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 더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어떻게 연주할 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라트리는 23살 때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전속 오르가니스트로 깜짝 발탁됐고, 지금은 상임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14세기에 완공된 후 50명 이상의 오르가니스트가 거쳐갔다. "낮 미사, 저녁 리허설, 공연 또는 강의가 끝나면 이 곳에 갔던 기억이 나요. 여행이나 하루 일과로 지쳐 피곤하다가도 이 곳에 가면 활력이 넘쳤죠."
노트르담 대성당은 2019년 4월 대화재로 첨탑과 목조 지붕이 소실되고 볼트가 파손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지만 다행히 파이프오르간은 무사했다. 몇 달간 오르간을 청소·복원했고 현재 설치 작업이 진행 중이다. 보이싱(음색 조정) 작업에는 라트리도 참여할 예정이다.
"2024년 12월 8일 재개관합니다. 첫 미사에서 오르간 연주를 하는데 음색 조정 작업까지 끝나야 선곡이 가능할 것 같아요." 그는 "화재가 난 후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노트르담 대성당이 전 세계인의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재개관 후에도 예전의 힘을 다시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라트리는 전 세계 공연장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선 콘서트 무대만 2500여 회. 같은 건반악기인 피아노에 비해 외면받는 느낌이지만 그는 오르간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오르간은 교회, 리사이틀, 오케스트라 공연, 합창단, 다양한 앙상블과의 콘서트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크로스 오버(록·랩·댄스·힙합)에 사용할 수 있는 복합적인 악기죠. 게다가 소리가 넓고 다채로워서 듣는 것에 압도됩니다."
라트리는 "오르간은 다재다능하다. 한 가지 레퍼토리만 연주하는 건 상상할 수 없다.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30년 이상 연주한 음악이 어떤 오르간에서는 완전히 다르게 들린다"며 "귀를 열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공연장에 와서 들으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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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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