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레이더기지로 58년간 희생…'봉화 장병 관사' 옮겨와야"

인구 절벽에 뿔난 영양군, 軍에 관사이전 요청…공군 "내용 검토 중"

영양군 관내 기관단체장 건의 서명부 [경북 영양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양=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국가 안보를 위해 58년간 희생만 했습니다. 이제는 레이더 기지 관사를 우리 지역으로 옮겨 상생했으면 합니다."

경북 영양군이 지방 소멸 위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일월산 정상에 있는 공군 제8789부대(레이더 기지)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때 인구 7만명(1979년)이던 영양군은 올해 1월 인구 1만6천명 선이 처음 무너졌다.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주민등록 인구 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 영양군 인구는 1만5천920명이다.

올해 초 기준 주민 평균 연령 56.8세. 한 달에만 어림잡아 주민 20명이 사망하는 현실에 '생활 인구'인 군인이라도 늘려나가야 한다고 영양군은 판단했다.

레이더 기지 관사는 영양군이 아닌 바로 옆 봉화군 춘양면에 있다. 차로 30분, 부대까지 직선거리 22.5㎞ 거리다.

일월산 정상에서 바라본 전경 [경북 영양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대와 장병 관사 지역 불일치…"감내한 희생 크다"

7일 경북 영양군은 지난 3월 27일 공군 참모총장 앞으로 '공군 제8789부대 군인관사 영양군 이전 건의' 공문을 보내고 그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공문에는 영양군 관내 기관단체장 52명의 서명과 '2010년 이후 영양군의 공군 제8789부대 지원 내역'이 첨부됐다.

경북 명산으로 꼽히는 영양군 일월면 일월산(해발 1천219m)에 레이더 기지가 들어선 건 1965년이다.

군사 보호구역이란 명목으로 각종 개발사업이 제한됐고, 지역 발전 저해 요인이 됐다.

부대 관사는 1994년 봉화군 춘양면 의양리에 준공됐다.

부대 소재지와 장병 거주 지역이 달라지자 주민 불만이 제기됐다.

개발행위 제한에 따른 피해보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래도 영양군은 매년 공군 부대를 위해 진입로 유지, 보수, 제설 작업 등 예산을 투입했다.

2010년 이후 레이더 기지를 위해 영양군이 도로·건축물·상하수도·전기통신 등 인프라 구축과 제설 작업에 사용한 비용은 3억1천700만원이다.

오도창 경북 영양군수는 "그동안 감내한 희생이 크다"며 "봉화군에 있는 공군 관사를 옮겨 생기 넘치는 영양군으로 돌아갈 수 있게 이바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경북 영양군 일월산 풍경 [경북 영양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역 소멸 골든타임 '얼마 남지 않았다'…공군 "검토 중"

경북 영양군은 2019년 6월부터 레이더 기지 관사 이전 협의를 위해 공군 레이더 기지를 방문했다.

이번에는 영양읍 서부리에는 있는 5층짜리 35세대 규모 연립주택을 대체 관사로 제안하며 협의를 요청했다.

영양군 기관단체장 52명도 지역 소멸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며 레이더 기지 관사를 관내로 옮겨달라고 함께 서명했다.

공군 방공관제사령부는 연합뉴스에 "영양군으로부터 제안을 받은 사실이 있으며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영양군이 파악한 봉화군 소재 관사 거주 인원은 약 50명이다.

공군 방공관제사령부 측은 레이더 기지 장병은 120∼130명이나, 이 중 관사에 실거주하는 인원은 수십명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관사 소재지인 봉화군 관계자는 "우리도 인구 문제가 현안이긴 한데, 영양군에서 노력을 하겠다는 것까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며 "아직 공식적인 이야기를 들은 바는 없으나, 지난 1월에 그분(레이더기지 장병)들이 안 가는 걸로 정리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기준 봉화군 인구는 3만39명이다.

일월산에서 바라본 일출 [경북 영양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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