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뤽아우프" 파독광부 60주년…생명걸고 일해 조국건설 종잣돈
(에센[독일]=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글뤽 아우프(Glueck Auf)"
6일 독일 에센 파독광부기념회관에서 열린 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 주최 파독광부 60주년 기념식에서는 "(깊은 갱도에서) 무사히 올라오라"는 의미로 탄광 갱도에 들어갈 때 교대하는 광부들이 나누는 독일어 인사말이 거듭 울려 퍼졌다.
김계수 파독광부기념회관 명예관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사고 없이 살아서 돌아오라고 인사하던 파독광부 800여명 중 400여명은 건강상 이유로 남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오늘도 부고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1970년대 독일에서 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뒤셀도르프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해온 그는 "지하 2천m로 내려가 탁하고 석탄 가루가 섞인 공기를 마시고, 검정이 묻은 식사를 하고, 매일 수백kg 무거운 짐을 들고 끌고 하다 보니 골병이 든 것"이라며 "파독 광부들이 생명을 걸고 일해서 번 돈은 고국으로 송금해서 조국 건설의 종잣돈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몇분 안 되는 살아 계신 광부들에게 관심과 배려가 있어,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조국을 생각하며 생을 마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하면서 참석자들과 함께 "글뤽 아우프"를 합창했다.
심동간 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 조국 근대화의 초석을 이뤘다는 자부와 자긍심으로 평생을 살아온 파독광부의 노고를 기억하며 파독 60주년을 기억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면서 "가족과 동포사회의 번영과 나라를 위해 피땀 흘려 헌신해온 원로 선배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1963년 12월 22일 한국인 광부로서는 처음으로 독일에 도착한 파독광부 1진 유재천, 김근철, 유한석 등 5명을 비롯한 파독광부와 우리 동포, 독일 현지 주민 등 모두 400여명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보낸 축사에서 "파독광부들이 보여준 열정과 끈기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번영과 발전의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면서 "여러분의 노고와 헌신에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전후 복구 및 경제 근대화를 위해 노력하던 1960년대 파독광부들이 가족과 조국을 위해 이역만리 독일 땅을 밟은 지 60주년이 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축사는 김홍균 주독대사가 대독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영상메시지로 보낸 축사에서 "글뤽 아우프라는 광부들의 인사말이 살아서 지상에서 다시 만나자는 것이었다는 것은 광부의 일이 목숨을 건 전투와 같았기 때문"이라며 "파독광부와 간호사들이 조국에 보낸 외환은 국가 경제발전을 위한 소중한 종잣돈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오는 6월 재외동포청을 출범시켜 파독광부들의 헌신에 보답할 수 있도록 이들을 위한 맞춤형 정책과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나다나엘 리민스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파독광부들은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힘든 작업을 통해 독일 경제의 성공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율리아 야콥 에센시 부시장은 이날 축사에서 "파독광부와 간호사 1세대의 헌신으로 우리 지역사회 내 2세대는 고등교육을 받고, 독일 사회에 성공적으로 통합돼 이민자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면서 "진심으로 파독 60주년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조명희 국민의 힘 국회의원, 정성규 재독한인총연합회장 등도 참석, 축사했다.
첫 한국인 광부 파독은 한국 광부 파견에 관한 한독협정서 체결 이후 1963년 12월 22일 오후 6시 독일 뒤셀도르프 공항에 123명, 닷새 후 124명 등 1진 모두 247명이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77년까지 75차례에 걸쳐 모두 7천936명이 광부로 독일에 파견됐다.
파독광부들의 당시 월급은 평균 650∼950마르크(당시 원화가치 기준 13만∼19만원)로, 국내 직장인 평균의 8배에 달했다. 이들과 추후 파견된 간호사 1만여명이 고국으로 송금한 돈은 당시 총수출액 대비 2%에 육박했다.
이날 기념식에 앞서 한두레마당 예술단(단장 박정철)이 난타 공연을 했고, 바리톤 황성우·이준혁·심우석이 '비목'과 '고향의 봄'을, 소프라노 고은비·최혜리·류하람이 '그리운 금강산'과 '신아리랑'을, 테너 김동훈·임세혁·천성준이 '뱃노래'와 '희망의 나라로' 등을 공연했다. 이어 다 함께 축배의 노래를 불렀다.
기념식 후에는 쾰른여성합창단과 에센·뒤셀도르프어머니합창단 등으로 구성된 연합합창단이 고향의 노래 등을 불렀고, 이선의 가야금 병창과 판소리에 이어 '스타드림'의 K팝 무대도 이어졌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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