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전세 사기꾼에게 꽃길을 깔아줬나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2023. 5. 7.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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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봉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 인터뷰 (상)

지난해부터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에 갑자기 사기꾼들이 늘어난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국토부, 경찰, 학자들이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임대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임대인들의 입장은 뭘까? 한국의 자기 점유율은 60% 정도이고, 국민의 30% 정도가 민간 임대주택에 살고 있다. 임대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2020년 등록 주택임대 사업자에 대한 규제완화,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하는 건강한 임대차 시장 문화 형성을 목적으로 발족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2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통해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했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급등하자 2020년 7월 단기임대 및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 임대주택 제도를 폐지했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 창립 주역인 성 회장은 협회 창립 당시 상황과 관련 ” 등록임대사업자들이 집값·전셋값 상승의 주범인 양 매도되고 부도덕한 파렴치범으로까지 내몰렸다”면서 “당시 주택정책의 실패가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특혜 탓이라는 등의 마녀사냥식 공격이 이어졌다”고 했다. 성 회장은 “임대인과 임차인은 사실상 한 배를 탔으며 임대인이 파산을 하면 그 피해가 임차인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면서 “전세사기로 인한 시장 불신과 정부의 무차별적 정책으로 건전한 임대사업자도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세사기가 빈발하고 있다. 임대인 입장에서 전세사기 원인은?

“‘보증금 미반환’사고는 여러 유형이 있고 원인도 다양하다. 그런데 요즘 일률적으로 전세 사기라고 부른다. 전세사기라는 표현만으로는 현재의 보증금 미반환 사태를 설명하기 어렵다. 임대차 3법의 무리한 도입으로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폭등했다. 코로나로 인한 불경기를 막기 위한 저금리 정책이 정상화되면서 금리가 오르고 있다. 전세가격 하락이 겹치면서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고 있다. 전세자금 대출이자가 높아지면서 수요자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증가하는 것은 그동안 종부세 등 과중한 부동산 과세가 누적돼 임대인의 경제적 기반이 허약해진 것도 한 원인이다. 잘못된 정책이 전세 사기꾼들이 활개를 칠 수 있는 꽃길을 깔아줬다고 볼 수 있다.”

2017년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부 방송에 출연, "다주택자가 임대주택 등록을 하면 세제, 금융 혜택을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2020년 집값이 폭등하자 단기 등록임대주택사업을 폐지하는 등 정책을 바꿨다.

◇문 정부, 임대사업자를 집값 폭등 주범으로 지목 마녀사냥식 공격

-문재인 정부가 등록 임대사업자를 집값 폭등의 주범으로 꼽았다.

“등록임대사업자는 1994년부터 법적 뒷받침을 받아 존재해왔다. 부동산 제도가 수도 없이 바뀌었지만, 등록 임대주택사업자는 그 필요성이 인정돼 유지가 됐다. 임대주택으로 등록을 하게 되면 임대료 증액 제한, 임대기간 준수, 표준계약서 작성 등의 의무가 따른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500만 원부터 3000만 원까지 부과된다. 2017년 12월에 김현미 장관이 등록임대주택사업을 장려하기 이전에도 23만 명에 가까운 등록 임대 사업자가 있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적극적인 독려로 등록임대사업자가 급증했다. 그러다 2020년 ‘7.10 규제’ 즉 강제로 단기임대및 아파트 임대 사업자를 말소시키면서 등록임대사업자가 급감했다. 52만명까지 늘었던 등록임대사업자는 30만 명 초반으로 줄었다. 그리고 등록임대주택도 한때 160만 호까지 증가했다가 지금은 100만 호이하로 줄었다.”

-등록임대주택은 임대료가 저렴한가?

“작년 국정감사에서 나온 통계에 따르면 미등록 임대주택과 비교하면 등록임대 주택의 임대료가 30~40%가량 저렴했다. 신규, 재계약 상관 없이 인상폭이 5% 로 제한된다. 등록임대사업자는 세입자가 원하는 만큼, 거주할 수 있다. 등록 임대사업자가 많을수록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2020년 4년 단기및 아파트 등록 임대사업을 폐지한 것은 정부 스스로가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포기한 것이다. 저렴한 임대주택을 시장에서 소멸시키는 자충수였다. ”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종부세 폭탄’ 이 보증금 미반환 사태 원인중 하나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에는 동탄에서 발생했던 오피스텔 보증금 미반환사고의 경우, 사기로 보기가 어려운 점도 있다. 그분들도 법인으로 임대사업을 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종부세를 엄청나게 두들겨 맞으면서 미반환 사고로 이어졌다. 지금 법인임대 사업자의 경우, 최고 세율인 6%로 종부세가 부과된다. 농특세까지 포함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7.2%이다. 이런 세율로 사업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 종부세뿐만 아니라 재산세도 크게 늘어났다. 과거에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세금이 크게 늘어나 임대인들의 경제적인 체력이 허약해졌다.”

-등록임대사업자는 종부세 감면 혜택이 있는 것 아닌가?

“종부세 합산 배제의 요건이라는 게 있는데 등록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의 특례를 적용받는다. 그런데 지난 정권이 2018년 ‘9.13 대책’을 통해 조정 지역에서 취득한 주택은 합산 배제를 받지 못하도록 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7월 집값이 치솟자 4년 단기임대사업과 8년 아파트임대사업 제도 자체를 폐지했다. 이때 종부세 폭탄을 맞은 임대사업자도 상당수 이다.

당시 정부는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거나 등록을 했으면 좋겠다고 은근하게 협박을 했다. 어떻게 보면 겁박을 당해 등록을 하신 분들도 상당히 많다. 그래서 본인이 이런 과세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르고 등록을 한 분도 있다. 받는 혜택은 없는데 의무는 잔뜩 지게 된 그런 분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

◇저가 빌라 소유자도 유주택자로 보고 청약에 불이익

- 정부가 저가 빌라와 아파트를 너무 동일시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2억원 빌라 소유자는 유주택자, 10억 아파트 전세 세입자는 무주택자로 분류한다.

“비 아파트라고 하는 다세대, 다가구, 주거형 오피스텔은 대부분 임대를 목적으로 하는 주택들이다. 이런 주택을 임차하시는 분들도 보유를 꺼린다. 빌라는 대부분 임차해서 살고, 궁극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은 빌라 한 채 가지고 있다고 아파트 청약에 불이익을 준다. 원룸,투룸 10채 갖고 있다고 10 다주택자로 보는 것도 황당하다. 10채 합쳐도 강남 아파트 한 채 가격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취득, 보유, 양도세를 모두 중과세한다. 세금이 증가하면 결국 임차인들에게 전가가 될 수밖에 없다.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거나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올라간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그래도 등록 임대사업자들은 혜택을 받지 않나?

“양도세 100% 감면을 받는 등 그런 혜택을 모두 적용받는 임대 사업자는 유니콘같은 존재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양도세 같은 경우도 100% 감면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단기임대와 아파트 임대를 지난 정부에서 강제로 말소시켰다. 10년 임대하면 70% 장기보유특별공제 받던 것도 8년이 지나면 강제로 말소가 돼서 50%밖에 못 받게 된다. 종부세 합산 배제도 2018년 9.13 대책으로 조정지역내에서 취득한 주택은 혜택에서 배제됐다.”

-임대사업자들은 다주택자들이다. 그래서 엄청난 부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주택임대인 중에서 10채를 초과하는 임대인은 3만5202명이다. 지금 전세사기극의 대상이 된 500채, 1000채는 정말 극소수이다. 그런데 집 수로만 이야기 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서 다세대 원룸 건물 하나를 지어도 많으면 28채 다주택자가 된다. 28채의 주택을 가진 엄청난 부자처럼 보이지만, 강남 아파트 한채 가격도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만약에 이런 다세대 건물을 2개 건설해서 임대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면 56채의 다주택자가 된다. 주택 수로 56채를 가지면 아파트 56채 가진 것같은 느낌을 가지게 되는데 실제 가격으로 비교하면 아파트 두채 정도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임대사업자들은 보증금 반환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임대사업자들은 노후 준비를 위해 집에 투자한 당신의 아버지, 어머님같은 분들이다.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면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등 파산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 사기꾼과 정상적인 임대사업자는 마음가짐부터가 다르다. 정부가 전세 사기조직과 임대사업자를 구분해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서민 주거 안정 명분에 모럴해저드 방치

-문재인 정부의 임대주택 정책이 자주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가 등록임대주택사업자 확대를 통해 시장 안정을 추구하다가 집값이 치솟자 입장을 180도 바꾸었다. 임대사업자를 집값 폭등의 주범으로 꼽으면서 여러 가지 규제를 가했다. 무엇보다도 문제인 것은 불합리한 규제들을 소급 적용했다. 정권이 바뀌고 임대차 시장이 정상화되고 불합리했던 것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을까 많은 기대를 했다. 지금 뭐 하나도 변한 게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저희가 받고 있는 고통은 그대로이고 거기다가 지금 전세 사기문제로 더 큰 고통까지 추가로 받고 있다. "

- 주택도시보증의 보증금 반환 보증 사고가 2018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부가 일찍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 것 아닌가?.

“서민을 위한 전세 대출과 보증이라는 명분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는데도 무시한 것 같다. 근본적으로는 보면 보증 구조 자체도 문제이다. 보증 구조는 일정한 가입 요건을 정하고 그 기준을 충족하면 전액을 보장해주고 충족하지 못하면 단 한 푼도 보장을 받지 못하는 구조이다.

전액을 보증해주는 구조 때문에 이걸 악용한 빌라사기 사례도 많았다. 모든 보험은 전액보증을 하면 모럴해저드가 발생한다. 조건이 맞지 않는다고 보증이 안 돼서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보증 가입 자체는 누구나 가능하도록 하되 보증 금액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만약에 똑같은 2억짜리 보증금 집에 들어간다고 해도 선순위 채권 등을 감안해서 차등해서 보증을 해주면 된다. 대출이 있거나 보증금이 많으면 보증하는 금액을 낮추면 된다. 그러면 소비자들도 잘 따져서 계약을 하고 보증금액이 낮은 물건은 자연스럽게 보증금도 낮아질 것이다. 현장에서 보면 제도를 개선할 여지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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