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대항공사 쫓는 에어프레미아…"대형기 15대로 늘린다"
"연계성 높은 파리·로마 노선에 주목…전용 화물기 도입도 고려"
(서울=뉴스1) 이동희 금준혁 이승배 기자 = "2025년까지 신규 항공기 10대, 그리고 이후에 5대를 추가로 도입하기 위해 보잉사와 협상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 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 유명섭 대표는 지난 3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향후 항공기 도입 계획을 이렇게 밝혔다. 당초 목표로 삼은 10대 외에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되며 나올 신규 중장거리 노선에 대비해 발 빠르게 대형기 선점에 나선 것이다.
유 대표는 대형 항공사(FSC) 대한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을 거쳐 2021년 에어프레미아에 합류했다. 에어프레미아는 LCC의 저렴한 비용으로 대형 항공사만 다니는 장거리 노선에 취항하는 하이브리드 항공사를 목표로 한다.
◇도전 이어가는 에어프레미아…LA 이어 뉴욕·프랑크푸르트 뜬다
에어프레미아는 대형 항공사와 LCC의 틈바구니에서 지난 2021년 8월 처음으로 비행기를 띄웠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하늘길이 막힌 상황에서도 대형기를 도입하고 전세기를 띄우며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 10월 결실을 맺으며 로스앤젤레스(LA)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으며 미국 뉴욕, 독일 프랑크푸르트 비행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에어프레미아의 도전을 두고 공격적이라고 평가하지만 에어프레미아는 한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유 대표는 "밖에서 보기에는 준비 기간이 짧아 보이지만 LA 노선 하나를 가기 위해 적어도 1년 전부터 준비했다"며 "직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이뤄낸 결과"라고 했다.
기반이 다져지며 준비기간도 줄고 있다는 것이 유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LA와 달리 뉴욕 노선 준비에는 6개월이 필요했고 점점 짧아지고 있다"며 "노선 운항뿐만 아니라 마케팅도 중요한데 LA에서 3개월이 걸렸다면 뉴욕은 이를 더 단축했다"고 말했다.
중장거리 노선을 뒷받침하는 것은 결국 대형기다. 현재 에어프레미아는 한 번에 1만5500㎞를 운항할 수 있는 보잉 787-9 드림라이너를 4대까지 도입했다. 항공사들은 늘어나는 여행수요에 항공기 주문이 폭증하며 제작사로부터 제때 항공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항공편수를 늘리는데 애를 먹고 있다.
유 대표는 "부품이나 원자재의 글로벌 체인망이 무너지면서 B787의 공급이 2년동안 밀려있는 상황에서도 3대를 받을 수 있었다"면서도 "중장거리 기재인 B787이나 A350 수요가 늘며 항공기 값이 많이 올랐다"고 했다.
그럼에도 에어프레미아는 안정적으로 중장거리 노선을 운영하기 위해서 최소 15대의 항공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유 대표는 "내년, 내후년을 대비해 기재 도입 속도를 더 빨리 가져가고 있다"며 "15대를 확보하면 대형 항공사가 합병하더라도 미주, 유럽 노선에서 충분히 우리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제는 국제선 협력라인 구축…장기적으로 항공동맹 가입 계획"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신생 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에도 중요한 기회다. 양대 항공사가 독점하는 인기노선을 얼마나 가져올 수 있는지가 향후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눈여겨보는 노선은 유럽이다. 유 대표는 "유럽은 미국과 다르게 한 개 목적지만 운항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신규 취항한 프랑크푸르트에 더해 여행객의 패턴을 맞출 수 있는 파리, 로마 노선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이어 "장거리 노선에서 항공기를 운항하면 남는 시간이 있다"며 "일본, 동남아, 중국에도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용 화물기를 통한 화물사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 대형기를 운영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상황에서도 화물기를 통해 활로를 찾은 바 있다. 유 대표는 "외부 환경이 달라지면 화물기가 엄청난 효자가 되는 만큼 가능성을 항상 체크하고 있다"며 "항공기가 10대 정도 되면 화물기도 2대 정도 운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물론 후발주자가 넘어야 할 산은 만만치 않다. 인터라인을 위한 국제선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 큰 과제다. 여러 항공사가 공동으로 운항하는 여정을 하나의 티켓으로 발권하는 방식을 뜻한다.
통상적으로 스카이팀, 스타 얼라이언스 등 항공동맹에 가입된 항공사는 노선에 따라 두 곳에서 하나의 항공기로 공동 운항하거나 구간을 나눠 환승편을 운항한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공동 판매로 탑승률을 높이고 다른 지역에 항공기를 투입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소비자는 항공 마일리지가 호환되고 환승하더라도 수하물을 최종 목적지에서 한번에 찾는 등 편의성이 높아진다.
유 대표는 "현재 규모에서 항공동맹에 가입해도 이득이 크지 않아 일대일로 항공사 파트너를 찾고 있다"며 "기재가 10대가 넘어서면 항공동맹에 가입해야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에어프레미아는 현재 매각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에어프레미아의 잦은 대주주 교체를 두고 불안정한 경영 상황이 운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에어프레미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고객 만족도로 이를 반박한다.
유 대표는 "항상 고객 피드백을 본다. 합리적인 가격과 편안한 서비스에 대한 평가가 많은 점이 긍정적이다"라며 "다시 찾아주는 고객 덕에 갈 수 있는 노선이 늘어났고 7월에는 신규 투자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흑자전환도 기대한다. 유 대표는 "3대의 항공기를 100%로 가동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난 12월, 1월 이익을 냈다는 점이 굉장히 고무적"이라며 "여전히 상반기 적자가 있지만 항공기 5대를 선투자했기 때문에 예상된 적자"라고 말했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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