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신발, 매일 라면 먹는다더니…'카이저 남국’의 연기였나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상화폐 ‘위믹스’를 작년초 60억원어치 보유했고 가치가 폭락하기 전 처분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동안 김 의원이 자신의 궁핍함을 강조했던 과거 발언들이 재조명 받고 있다. 반전(反轉) 캐릭터의 대명사인 ‘카이저 소제’에 빗대 ‘카이저 남국’이란 표현도 등장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남국 의원은 지난해 1∼2월 가상 화폐 일종인 ‘위믹스’ 코인을 최고 60억원가량 보유했고, ‘코인 실명제’로 불리는 ‘트래블 룰’(Travel Rule)이 시행되기 직전인 지난해 2월 말∼3월 초 전량 인출했다. 이 코인을 김 의원이 정확히 언제 매입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김 의원은 입장문에서 “2016년부터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고 해명했다.
그런 김 의원은 2020년 4월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 전부터 야당 지지층이 즐겨보는 유튜브나 팟캐스트에 출연해 자신의 ‘궁핍’을 강조하며 개그를 섞어 개인 홍보 소재로도 활용해왔다.
2019년엔 한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팅’ 콘셉트로 촬영을 하면서 좋아하는 음식을 묻는 상대 여성의 질문에 “매일 라면만 먹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이 소개팅 영상에서 “그렇게 먹은 지 7~8년 된 것 같다”며 “거의 하루 한 끼 못 먹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 파스타의 한 종류인 ‘까르보나라’를 주문하며 “까르보나”라고 말하는 등 외식 메뉴에 생소한 모습을 보였다.국회에 입성한 뒤에도 김 의원의 ‘콘셉트’는 변하지 않았다.
2020년 페이스북을 통해 낡은 운동화 사진을 직접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구두 대신에 운동화 신고 본회의장 가고, 서류가방 대신에 책가방 메고 상임위원회 회의 들어간다”고 밝혔다.
2021년 6월에는 유튜브에서 “제가 돈을 번 건 비트코인이 아니고 진짜 아끼고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안 사먹고…”라고 했다.
그해 11월에는 TBS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구멍난 운동화를 보여주기도 했다. 김어준 방송 출연자 등을 앉혀놓고 김 의원은 ‘3만7000원을 주고 산 운동화에 구멍이 났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
그로부터 한달 뒤 그가 신고한 재산은 12억6800만원이었다. 코인은 뺀 금액이다.
작년엔 ‘돈이 없어서 호텔 대신 모텔 생활을 한다’는 취지의 주장과 함께 후원을 요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지지자들이 모인 인터넷 공간에서 소위 ‘연애꿀팁’을 전수한다면서 “이 글을 보고 웃고 계시거나 연애 꿀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꼭 후원을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특히 그는 “국회의원이라고 호텔에 가서 잔 적이 없다. 저렴하고 깨끗한 모텔 이용한다. 작년 지방 선거 부산 지원 유세 때는 방 두 개 안 빌리고, 모텔에서 보좌진이랑 셋이서 잤다”며 후원을 거듭 부탁했다.
그랬던 그가, 작년 1~2월 기준 코인 60여억원어치를 보유했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네티즌들은 “역대급 반전 카이저남국” “재산이 그렇게 많은데 후원금 구걸했구나” “이 정도면 이재명 대표도 속았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관련 게시글에는 ‘유주얼 서스펙트’의 강력한 반전이 담긴 엔딩 장면이 함께 올라오기도 했다.
‘카이저 소제’는 영화 유주얼서스펙트의 주인공이다. 영화는 카이저 소제라는 닉네임의 범죄자가 대규모 선상(船上) 학살극을 벌인 뒤, 그 현장의 유일한 생존자인 한 남성 장애인이 FBI에서 조사를 받으며 참사 당시의 기억을 되짚는 내용이다. 이 장애인은 자신만 범죄에 이용당하고 살아남은 이유에 대해, FBI 조사관이 “넌 멍청하니까, 멍청하고 절름발이니까”라고 말하자 울음을 터뜨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조사실을 벗어난 뒤 그의 걸음걸이는 서서히 정상인의 걸음걸이로 바뀐다. 시종 ‘어수룩한 끄나풀’처럼 보이던 그가 바로 학살자 카이저 소제였던 것이다.
김 의원은 2020년 4월 총선에서 당선된 후 네 차례 재산 신고를 했다. 국회의원 당선 직후 8억3241만원을 신고한 김 의원의 재산은 2021년(공개 시점 기준) 11억8103만원, 2022년 12억6794만원, 2023년 15억3378만원으로 불어났다.
여기에 김 의원은 2022년 1~2월 기준 최대 60억원어치 ‘위믹스’ 코인을 보유했다가 같은해 2월 말~3월 초 전량 인출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김 의원은 가상화폐 관련 자금을 신고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관련 보도가 나오자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가상 화폐의 경우, 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재산 신고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으며, 보유했던 ‘위믹스’와 관련해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거래”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작년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김 의원의 위믹스 거래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를 시작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에스토니아 “누구든 우크라처럼 당할 수 있다..국방비 증액만이 살길”
- 김진오 로봇앤드디자인 회장, 광운학원에 발전기금 2억 기탁
- 쌍둥이 임신 중 하혈… 40대 산모 헬기 타고 130㎞ 날아간 사연
- 교사노조연맹 “위원장, 노조 카드 사적 사용...사퇴하라”
- “트럼프 인수위, 자율주행 규제 완화 추진”... 머스크에 날개 달아주나
- 하사 연봉 대기업 수준 되나…국방부 “내년 기본급 6.6% 인상”
- 10년 전 1억으로 삼전·아파트·비트코인 샀다면?... 몇배나 올랐나
- 김도영 4타점 맹활약… 한국, 호주 꺾고 프리미어 12 3승 2패로 마무리
- 사상자 19명 발생…부천 호텔 화재 관계자 4명 구속 기소
- 기부 받은 1조4000억도 부족? 해리스, 아직도 후원 요청 전화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