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바이든, 16억명 틱톡 퇴출시킬 수 있을까 [WEEKLY BIZ]
대선에 틱톡 이용하려는 바이든
기업들은 틱톡 광고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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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재선 도전을 선언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디지털 전략팀은 요새 물밑 접촉에 바쁘다.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온라인에서 영향력이 큰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 100여명을 끌어들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바이든측이 협력 관계를 구축하려고 애쓰는 인플루언서 중에 짧은 영상을 띄우는 플랫폼인 ‘틱톡’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이들이 여럿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팔로어가 66만명에 이르는 20세 틱톡커 해리 시슨과 100만명이 넘는 뉴스레터 구독자를 확보하고 틱톡 영상을 찍는 역사학자 헤더 콕스 리처드슨 보스턴칼리지 교수 등이 바이든의 ‘포섭’ 대상이라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왔다. 백악관은 인플루언서들을 위한 전용 브리핑룸을 만들어 이들에게 바이든을 촬영할 기회를 주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바이든측이 젊은 유권자를 겨냥해 틱톡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려 들자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틱톡을 강력하게 규제하겠다는 정책 방향과 달라 앞뒤가 안 맞는 행보를 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틱톡 규제에 나선 정부 눈치를 보고 있지만 틱톡의 강력한 홍보 효과를 활용하고 싶어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틱톡을 억누를수록 오히려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틱톡 이용자 16억명, 미국만 1억5000만명
틱톡은 2016년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선보였다. 처음에는 립싱크나 춤동작을 담은 짧은 영상을 주로 띄우는 플랫폼이었지만 요즘은 모든 유형의 영상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 됐다. 지금까지 앱으로 틱톡이 설치된 횟수는 전세계에서 30억회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틱톡의 성장 속도는 눈부실 정도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비즈니스오브앱스에 따르면, 1분기 기준으로 세계 틱톡 이용자는 2018년 8500만명이었지만 2020년에는 5억8300만명으로 크게 늘었고, 올해는 16억7700만명에 달한다. 미국에서도 빠른 속도로 인기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인 가운데 틱톡을 실제로 이용하는 이들은 2020년 1억명이었지만 올 들어서는 1억5000만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은 ‘중국이 만든 영상 플랫폼’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경계해왔다. 2020년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미국 정부는 틱톡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틱톡의 모회사가 중국의 바이트댄스라는 점을 지목하며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통해 미국인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중국 당국에 넘겨 여론 조작에 쓴다는 의심이 많다. 미국 정보기관원들은 틱톡을 ‘스파이 앱’으로 여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틱톡을 이용하면 사용자 위치는 물론이고 스마트폰에 어떤 어플리케이션이 설치됐는지까지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결국 작년 12월 미 의회에서 연방 공공기관 내 틱톡 사용 금지 법안이 발효됐다. 이런 틱톡 금지 조치에 올해 1월까지 32개주가 동참했다. 몬태나주의 경우 지난달 미국에서 처음으로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전면적인 틱톡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미국 밖에서도 부분적으로 틱톡 금지 법안을 통과시킨 국가가 11개국에 이른다.
각국에서 제도적으로 틱톡을 옥죄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틱톡 인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틱톡에 전방위적인 압박이 가해지고 있지만 사용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소셜 미디어에서 막대한 지지자층을 확보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서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측이 불가피하게 틱톡을 활용하려는 선거 전략을 펴고 있다”고 했다. 겉으로는 틱톡을 규제한다고 큰소리 치면서도 뒤에서도 틱톡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이용하려고 든다는 얘기다.
MZ세대 겨냥한 광고효과 탁월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틱톡은 인기 상한가다. 전세계 틱톡 유저의 71%가 18~34세로 추정된다. 기업들은 틱톡에 파격적인 영상을 내걸고 눈길을 끌기 위해 애쓰고 있다. 펩시의 경우 작년 연말 펩시 콜라에 우유를 섞는 파격적인 레시피를 담은 영상을 제작해 틱톡에 띄웠다. 펩시는 이를 펩시 콜라(Pepsi cola)와 ‘우유(milk)의 합성어라는 뜻에서 ‘필크(Pilk)’라고 이름 지었다.
펩시의 이런 영상 마케팅은 틱톡에서 유행하는 트렌드인 ‘더티 소다’에 발을 맞춘 것이다. 더티 소다란 탄산음료에 크림이나 시럽을 섞어 새롭고 묘한 맛을 내는 음료를 말하는데, 틱톡이 새로운 유행을 창출하는 시발점 역할을 하는 온라인 놀이터라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MZ세대의 구매력이 커지자 이를 노린 기업들이 틱톡에 광고 집행을 늘리고 있다. 미국 최대 손해보험사 스테이트 팜은 지난 2월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인 수퍼볼이 열렸을 때 TV에 광고를 하던 과거와 달리 틱톡에 캠페인성 광고를 냈다. 스테이트 팜이 수퍼볼에 맞춰 소셜 미디어에 광고를 집행한 건 올해가 처음인데, 다른 플랫폼을 제치고 틱톡을 선택한 것이다. 앱 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 3월에만 틱톡 광고 매출은 11% 증가했다. 애플, 펩시, 아마존 같은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광고주였다.
기업들은 틱톡의 광고 효과가 탁월하다고 여기고 있다. 최근 소프트웨어 평가 업체 캡테라가 미국 내 기업 마케팅 담당자 300명을 조사해보니 응답자의 75%가 1년 안에 틱톡 광고 지출을 늘릴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틱톡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홍보 무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뉴욕주 팔미라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30대 여성 캐리 데밍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틱톡에 매일 서평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이후부터 서점 방문자 숫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매출의 90%가 틱톡으로 인해 발생할 때도 있다”고 했다.
구글 위협하는 검색엔진 되나
막강한 광고 효과를 등에 업고 틱톡은 큰 돈을 벌고 있다. 비즈니스오브앱스에 따르면, 틱톡의 매출은 2017년 6300만달러였지만 2020년에는 26억4000만달러가 됐고, 지난해에는 94억100만달러까지 급속도로 늘었다. 틱톡의 인기와 중국판 틱톡인 두인(Douyin)의 광고 매출 호조로 중국 바이트댄스의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30% 이상 늘어난 808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위챗의 운영사인 텐센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틱톡은 영상 플랫폼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구글을 대체할 검색 엔진으로 기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구글 내부자료에 따르면, 18세부터 24세의 미국인 중 40%가 구글 검색엔진 대신 틱톡 혹은 인스타그램의 검색엔진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미 Z세대 중에서는 구글만큼 틱톡을 검색 엔진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마케팅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본격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틱톡은 검색기반형 광고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험을 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틱톡 퇴출 과연 가능할까
틱톡이 인기를 끌수록 반중 정서도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이 틱톡의 미래를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틱톡이 아예 사용 금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어 페이스북, 구글, 인스타그램 등으로 옮겨가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CNBC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많은 브랜드들이 틱톡 플랫폼에만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틱톡이 금지되거나 운영 방식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경우를 생각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틱톡을 향한 칼날 겨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미 상원에서는 13세 미만은 신규 가입을 차단하고 13~18세는 부모 동의를 받아야만 계정 개설이 가능하다는 초강수 소셜 미디어 규제 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은 소셜 미디어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주로 틱톡을 조준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과의 연결고리’라는 관점 이외에도 틱톡에 대한 비판은 멈추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대들이 틱톡에서 신상 정보를 쉽게 노출하고, 이를 캐치한 성범죄자들이 아이들에게 직접 연락해서 범죄를 저지를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틱톡 콘텐츠의 ‘가짜 정보’ 논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온라인 정보 모니터업체 뉴스가드는 틱톡 영상의 5분의 1이 거짓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민주당 지지 기반인 Z세대 사이에서 ‘틱톡 퇴출론’에 반대하는 기류가 강하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의식해 전면적인 틱톡 차단 조치까지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 퀴니피액대가 올해 3월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9%가 틱톡 사용 금지에 찬성했지만, 18~34세 사이에서는 63%가 반대했다.
게다가 틱톡이 안보상 위험하다는 지적은 이와 관련한 우려나 의심이 있을뿐 명백한 증거가 드러난 적은 없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국인 1억5000만명이나 사용하는 틱톡을 금지하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1조를 위반할 소지가 있어 위헌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했다.
틱톡은 다수의 로비스트를 고용해 미 의회를 설득하고 있으며, 전면적인 틱톡 금지령을 내린 몬태나주를 상대로는 법률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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