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잡으니 손해율 '뚝'… 다음은 도수치료?

강한빛 기자 2023. 5. 7.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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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 리포트-손보사, 의료계와 전쟁②] 과잉진료 특별대책에 손해율 줄고 수익 늘고

[편집자주]손해보험사들이 의료계와 전쟁을 선포했다. 손보사들은 의료계의 과잉진료에 따른 보험금 누수현상이 수년째 이어지자 금융당국, 정부와 손잡고 원천 차단에 나섰다. 손보사들은 의료계가 자동차·실손보험금 지급에 대한 명확한 치료기준이나 횟수제한이 없다는 허점을 노려 보험금 빼먹기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지난해 손보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는 사실에 의료계 귀는 더욱 솔깃해졌다. 보험금 누수의 주범으로 꼽히는 의료계의 과잉진료. 과연 손보사들은 보험금 누수를 틀어막을 수 있을까.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 車보험금 빼먹는 한방병원… '연 1.5조' 흡입하는 하마
② 백내장 잡으니 손해율 '뚝'… 다음은 도수치료?
③ 과잉진료·보험사기 잡으면 보험료 안 오를까?
지난해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1년 전보다 개선됐다. 적자는 지속됐지만 수익이 늘었다. 실손보험금 누수 주범으로 지목되는 백내장 과잉진료를 잡은 데다 4세대 실손보험 계약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의 다음 칼끝이 향하는 곳은 도수치료다. 과잉진료 우려가 있는 주요 비급여 진료항목에 대해 실손보험 보상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해 손해율 개선에 탄력을 더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 줄고 수익 늘고… 왜?


실손보험은 피보험자(환자)가 부담한 의료비(급여 본인부담금+비급여)의 일정 금액을 보상하는 보험상품으로 국민건강보험의 보완형으로 도입됐다. 국민의 사적 사회 안전망 역할 수행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사회 안전망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백내장 과잉진료와 자동차 보험사기가 대표적 보험금 누수의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높은 손해율로 실손보험은 만성 적자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해엔 상황이 나아졌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떨어지며 사업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2년 실손의료보험 사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실손보험 보유계약은 3565만건으로 전년말(3550만건) 대비 0.4%(15만건) 증가했다.

물론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보험료수익에서 발생손해액과 실제사업비 등을 뺀 보험손익은 지난해 1조5300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다만 적자폭이 줄었다. 보험손익은 2018년 마이너스(-)1조1965억원, 2019년 -2조5133억원, 2020년 -2조5009억원, 2021년 -2조858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발생손해액이 보험료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손해율도 여전히 100%를 웃돌고 있지만 이 역시 개선됐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2018년 100.4%, 2019년 111.6%, 2020년 111.8%, 2021년 113.1%, 지난해에는 101.3%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무려 11.8%포인트나 줄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실손보험 실적이 개선된 배경으로 백내장 등 비급여 과잉진료 방지 대책을 꼽았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4월 경찰청, 대한안과의사회 등과 함께 백내장 과잉진료 및 보험금 누수방지를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보험금 심사기준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을 개정했다. '보험금 누수 소탕 전쟁'이 제대로 먹혔다는 게 금감원의 진단이다.

여기에 과잉진료 통제 수단을 갖춘 4세대 실손보험 비중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손보험은 판매 시기와 담보구성에 따라 1~4세대로 나뉘는데 1~2세대는 자기부담금이 없거나 있어도 20% 미만에 그친다. 반면 4세대 실손보험은 자기부담률이 상향됐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특징이 있다. 다만 본인의 비급여 의료 이용량과 연계해 보험료가 차등 적용돼 병원을 많이 찾는 만큼 의료비 본인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지난해 4세대 실손보험의 계약 비중은 2021년 1.5%에서 5.8%로 1년 새 4.3%포인트 증가한 반면 이 기간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 비중은 20.5%, 47.8%로 전년 대비 1.6%포인트, 2.4%포인트 각각 줄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당국의 백내장 실손보험 사기 집중 단속 등이 손해율 개선에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며 "여기에 오는 6월까지인 4세대 실손보험 전환 시 연간 보험료 50% 할인 혜택기간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만큼 4세대 실손보험 비중 확대에 따른 손해율 개선을 기대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백내장 다음 타깃은 도수치료?… 과제는


그래픽=강지호 기자
백내장 관리로 손해율 개선 효과를 본 금융당국의 칼날은 이제 도수치료를 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비급여 항목 가운데 1위, 2위를 도수치료와 백내장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과잉진료 논란이 있는 만큼 도수치료를 잡지 않는다면 보험금 누수 우려는 지속될 수 있다.

실제 비급여 중 도수치료 비중은 2019년 14.6%에서 2021년 14.7%로 매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비급여 통원치료 부문만 살펴보면 도수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32.7%나 된다. 과잉진료 우려가 있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상기준을 손질해 새어나가는 보험금을 줄이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계획이다.

다만 누수를 막기 위해 보험금 지급에 대한 관리가 강화되면서 발생하는 소비자 불편 문제는 과제다. 실제 백내장 수술에 대한 실손보험금 지급 기준이 강화되면서 보험금을 받기 위해 소비자가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늘어나거나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는 피해 구제 신청이 늘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0∼2022년) 접수된 실손보험금 미지급 관련 피해구제 신청 452건 중 33%에 해당하는 151건이 백내장 수술 관련 내용이었다. 이중 92.7%(140건)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심사 기준을 강화한 지난해에 접수됐다.

금감원은 "정당한 보험금 청구건은 신속히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지급심사 관련 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보험사기 의심 청구건 등에 대해서는 엄밀한 심사를 실시해 보험금 누수 등 보험료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강한빛 기자 onelight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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