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빼고 다 오른 2023년, 최저임금 1만원 넘을까

장현은 2023. 5. 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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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서울본부 조합원들이 4월5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2일 첫 전원회의로 첫발을 내디뎠다. 첫 회의부터 노·사는 노동계의 ‘최저임금 12000원’안을 두고 마찰을 빚었다. 노동계는 “저임금노동자의 생활안정, 격차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영계는 “현실을 도외시한 과도한 주장”이라며 팽팽히 맞섰다.

2차 전원회의는 오는 25일 열린다. 시작부터 첨예한 대립을 맞은 논의가 순탄치 않아 보인다. 2024년치 최저임금 관련 핵심 쟁점을 정리해봤다.

최저임금, 왜 매년 올리냐구요?

최저임금제는 노동자들이 먹고살 수 있는 최소한의 임금 수준을 정해주는 제도다. 노동 조건이 열악할수록 노동자의 요구보단 사업주에 의해 일방적으로 임금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 최저수준을 국가가 법적으로 강제해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다.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정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노동계는 실질임금이 하락하지 않게, 최소한 물가상승률 이상으로는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적어도 물가가 오르는 만큼이라도 내가 버는 임금이 따라 올라야 지난해와 같은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5.1% 올랐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12.6% 올라 2010년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외식 가격도 8.2%가량 올랐는데, 자장면은 11.7%, 김밥은 11.5% 올랐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1년 전엔 6000원 내고 먹던 자장면은 6600원 이상, 3000원짜리 김밥은 3300원 이상이 된 것이다.

여기에 국가 경제는 낮은 수준이라도 조금씩 성장한다. 이 성장에는 기업 몫도 있지만 노동자 기여분도 작지 않다. 이런 부분까지 고려해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는 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최저월급 기준이 209시간인 이유?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9620원에 209시간을 곱한 201만580원 최저월급이다. 주 40시간제에서 왜 한 달 노동시간은 209시간일까? 계산 식이 복잡하진 않다. 주휴수당 개념만 유념하면 된다. 근로기준법은 1주일 동안 노동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노동시간을 채우는 때 하루치 일당을 더 주도록 한다. 하루 8시간씩 닷새를 일해 40시간을 채우는 때 하루치(8시간) 임금을 더 줘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1주일 40시간 근무하면 임금은 주휴일을 반영해 48시간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이제 1달이 평균 몇 주인지를 계산하면 된다. 365일을 12개월로 나누면 30.42일이 나온다. 1주일은 7일이므로 30.42일÷7일=4.345주가 나온다. 주휴일을 반영한 48시간에 평균 4.345를 곱한 값은 208.57시간이다. 여기서 소수점 이하 버림을 하게 되면 0.56시간만큼 임금체불이 되므로, 올림을 해서 최저월급을 정하는 월 노동시간은 209시간이 된다. 시급이 9620원일 때 월급이 201만580원이란 결론은 이렇게 도출된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 오나?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서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1만원’ 돌파 여부다. 2019년부터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10.9%→2.87%→1.5%→5.05%→5%였다. 올해 9620원인 최저임금 시급은 3.95%(380원)만 올리면 내년에 1만원대에 들어선다. 2000년 이후 인상률이 3.95% 미만인 때는 22년간 3번(2010년, 2020년, 2021년)뿐이다.

경영계는 난색을 보인다. 영세한 상공인들은 자꾸 오르는 최저임금을 감당할 여력이 없고 임금을 올리면 물가도 따라서 오른다며 인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경영계 쪽의 기본적인 태도다. 2일 열린 1차 전원회의에서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어떻게 보면 최저임금 동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러 경제 상황이나 제반 여건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진작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4.74% 인상한 1만2000원으로 정하자고 공식 요구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50만8000원이다. 노동계가 대폭 인상을 주장하는 배경엔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같은 근원적인 요소 말고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라는 변수가 자리한다. 산입범위란 최저임금 위반을 판단할 때 급여 항목 가운데 기본급을 비롯한 식대, 교통비, 각종 수당 가운데 어디까지 최저임금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월급명세서에 있는 ‘지급내역’ 가운데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항목이 있고 그렇지 않은 항목이 있는 셈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부터 최저임금 위반을 판단하는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단계적으로 포함되는 등 산입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임금을 올리지 않아도 산입범위 확대만으로도 최저임금 기준을 맞출 수 있는 것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의 실질인상 효과가 줄어든 만큼, 이번엔 대폭 인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계는 “2022년 공식 물가상승률은 5.1%이지만, 2023년 적용 최저임금 인상률은 5%”라며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임금인상으로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있으며, 최저임금이 곧 자신의 임금이 되는 저임금노동자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경영계는 공공요금 인상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해 경영 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지난 2일 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은 중소 소상공인과 근로자의 문제”라며 “높은 최저임금으로 기업이 문을 닫는다면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해가 된다”고 말했다.

연도별 최저임금 결정현황. 최저임금위원회 누리집

최저임금 계산 방식은 그대로?

최저임금은 형식적으론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이 모여 합의하는 방식으로 결정하는 구조이나, 실제로는 노동자 쪽과 사용자 쪽의 팽팽한 대립 속에 합의에 이른 적이 거의 없다. 결국 심판 격에 해당하는 공익위원이 제시한 가격을 표결에 붙여 결정하는 게 관행이 됐다. 최근 의결된 공익위원안은 정부·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이 각각 전망한 지난해 경제지표 평균값을 조합해 계산했다는 게 최저임금위원회의 설명이다. 경제성장률(2.7%)에 물가인상률(4.5%)을 더한 뒤 취업자증가율(2.2%)을 빼서 5.0%라는 인상률이 나오는 식이다.

노·사 모두 공익위원의 산식에 불만을 갖고 있다. 노동계는 “법적 근거도 불명확한 계산식으로, 최저임금위원회의 역할이 무시되고 있다”며 “이런 기준이 올해에도 여과없이 적용된다면 사회적 대화기구라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근본 취지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법의 제4조에 제시된 결정 기준 중 하나인 ‘근로자의 생계비’가 매년 최임위 심의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저임금 제도의 근본 취지에 맞도록 노동자의 가구원 수 분포, 국제기구의 권고, 최임위 제도개선위원회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구생계비가 최저임금 핵심결정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 쪽도 지난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산식을 일관성 있게 적용해온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해왔다”며 수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 될까?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도 올해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이는 경영계의 단골 주장으로, 하나의 시급만 정할 게 아니라 여력이 되는 업종은 최저임금을 올리고 그렇지 않은 일부 업종은 낮게 정하는 등 여러 개의 최저임금 시급을 정하자는 것이다. 사용자의 지급능력 차이를 고려해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다르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최저임금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을 제외하면 한 번도 차등적용은 이뤄진 적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최저임금의 업종별·지역별 구분이 필요하다는 언급을 여러 차례 했다. 공익위원들이 지난해 6월 정부에 권고한 업종별 구분적용과 생계비에 관한 연구 결과가 지난 3월31일 최임위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용자위원들은 올해도 차등적용을 강조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2일 전원회의에서 “위원회 하면서 여러 논쟁이 있었고 주장이 있었지만 한번도 유의미한 결정을 해본 적이 없다”며 “올해는 정부 용역 통해서 여러 검토가 있었으니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업종 중심으로 할 수 있도록 심도 깊은 논의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업종별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 취지에 위배되며, 업종이 다르다고 필요한 생활비가 다르지 않다”며 최저임금법의 관련 근거 조항을 아예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이라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에 비춰볼 때 사업의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하는 것은 위헌·위법하며, 구분 적용이 되면 해당 업종에 대한 낙인 효과가 우려되는 점에서 삭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4월1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가 파행, 근로자위원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계는 이밖에도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형태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노동자 등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방안이나 장애인 노동자나 수습 기간 노동자 등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법엔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듬해 최저임금을 매년 8월5일까지 결정해 고시해야 한다고 정한다. 이의제기 기간 등을 역산하면 최저임금위원회는 6월29일까지 결정해 이정식 노동부 장관한테 보내야 한다. 하지만 법정 시한이 지켜진 적은 거의 없다. 올해도 지난달 18일로 예정된 첫 회의가 권순원 공익위원 간사의 자질 논란으로 파행을 빚는 등 시작부터 순탄치 않은 모양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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