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퇴직연금 가입하면 손해 본다?”…저조한 수익률에 ‘비상’ 걸린 은행들 [머니뭐니]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은행들이 비이자이익 확보에 사활을 걸고 나선 가운데 성장성이 가장 큰 상품으로 분류되는 퇴직연금에서 타 업권 대비 수익률이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는 7월 디폴트옵션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가 무서운 성장세로 은행의 퇴직연금 점유율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관련 서비스 출시와 수수료 면제 혜택 등을 통해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3일 금융감독원이 공시한 은행·보험·증권 등 3개 업권별 1분기 기준 퇴직연금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상위 5개 은행(국민·신한·하나·농협·기업, 적립금 기준)의 보장형 상품 평균 수익률은 모두 타 업권 대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5개 증권사의 평균 수익률은 DB형(확정수익형) 2.78%, DC형(확정기여형) 2.92%, IRP(개인형) 2.84%로 은행에 비해 0.46~0.63%포인트(p)가량 높아 세 유형 모두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원금 비보장형의 경우 증권사의 수익률이 다소 높게 나왔다. 증권사에서는 증시와 연관된 실적배당형 상품을 주로 운용하는데 지난 1년간 주식시장이 부진한 영향이다. 그러나 원금 비보장형의 경우 은행권에서도 대다수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또 원금 보장형과 비교해 가입금액의 비중이 크지 않아 전반적인 수익률에서는 증권사가 승기를 잡았다. 총비용부담률도 증권사 단순평균(0.41%)이 은행(0.44%)보다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증권사의 퇴직연금시장 점유율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증권사의 퇴직연금시장 점유율은 22.7%로, 2020년 1분기 말(20%)과 비교해 2.7%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보험사는 28.2%에서 25.6%로 2.6%포인트 감소해 증권사에 점유율은 위협받는 처지에 놓였다. 은행 점유율 또한 51.8%에서 51.7%로 소폭 줄어들었다.
여기에 오는 7월부터 시행 예정인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지정 의무화에 따라 증권사로의 고객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디폴트옵션제도는 근로자가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았을 때 사전에 정해둔 운용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사실상 운용능력의 중요성이 커지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반적인 수익률도 그렇고, 자산 운용 경험을 살펴봤을 때도 증권사의 이점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은 제도인 것은 사실”이라며 “증권사에서도 디폴트옵션에 대비해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점유율 변동이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에 있어서도 퇴직연금시장은 놓칠 수 없는 영역 가운데 하나다. 최근 이자이익 확대에 대한 정부와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며, 비이자이익의 중요도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퇴직연금의 경우 이탈률이 적고, 장기간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실제 4대 은행은 지난해만 퇴직연금 운용을 통해 각각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퇴직연금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336조원으로, 2016년(147조원)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약 4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여기다 해마다 약 20%의 성장을 유지하며, 2032년에 이르러서는 약 860조원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은행들도 퇴직연금 관련 서비스 및 이벤트에 노력을 기울이며 ‘고객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연금투자 전용 서비스를 개발했다. 하나은행은 연금을 수령하는 고객에 자산관리 수수료를 면제하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도 주요 은행들은 퇴직연금 전용센터를 설립하는 등 조직적인 강화 움직임도 시행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폴트옵션이 도입된다고 해서 타 업권으로의 자금 유출이 크게 발생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은행권에서도 디폴트옵션 시행에 앞서 효과적으로 고객의 자금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만큼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상태”라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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