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는 우승컵 2번이나 챙겼는데...베트남 축구팬 뿔난 이유는 [신짜오 베트남]

홍장원 기자(noenemy99@mk.co.kr) 2023. 5. 7.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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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던 시절 박항서 전 감독. <연합뉴스>
[신짜오 베트남 - 244]“벌써부터 박항서 감독이 그리워진다. 다시 박 감독을 모셔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더 늦기전에 필립 트루시에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 라오스를 상대로 이런 졸전을 본적이 없다.”

박항서 감독 후임으로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필립 트루시에 감독이 거센 비난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발단은 최근 치뤄진 동남아시안게임(SEA games) 첫 경기 결과 입니다. 이 대회는 ‘동남아판 올림픽’으로 불리는 대회입니다.

박 감독 시절 베트남 U22 대표팀은 2019년과 2021년 두차례에 걸쳐 이 대회 2연패를 차지했습니다. 2019년 우승은 정말 극적이었습니다. 무려 60년 만에 베트남이 우승 트로피 탈환한 대회였기 때문입니다.

박 감독은 직전해인 2018년 AFF 스즈키컵에서 베트남에 10년 만에 우승컵을 안긴 바 있습니다. 이어 2019년 SEA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그의 지도력은 비교불가 대상이 되었습니다. 2019년 60년만에 가져온 우승 타이틀을 다음 대회에서 뺏기지 않았으니 베트남 축구팬들은 이번 대회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요. 당연히 3연패입니다.

베트남 팬 기대가 잔뜩 몰린 첫 경기가 4월 30일 캄보디아에서 열렸습니다. 첫 경기 상대는 라오스였습니다. 지난해 말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을 이끌고 라오스에 6대 0 대승을 올린 바 있습니다. 매번 여섯골이나 넣는 대승을 기대하진 않겠지만, 지난 경기 짜릿한 기억을 가슴에 품고 있는 베트남 축구팬들이 SEA게임 첫경기를 어떤 마음으로 봤을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내용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경기 초반 선제골을 넣으며 기선제압은 했지만, 이후 공격이 번번히 라오스의 거센 수비에 막혔습니다. 고구마를 먹다 체한 것처럼 답답한 경기가 이어졌습니다. 경기 막판 추가골을 넣으며 2대 0 승리를 거뒀지만 팬들은 만족할 수 없는 경기였습니다. 급기야 상대팀 감독 미하엘 바이스에게 ‘라오스가 승점을 따낼 수 있는 경기였는데(최소 무승부 이상의 경기내용이었다는 뜻이겠죠) 져서 안타깝다’는 인터뷰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경기내용이 이 정도였으니 팬들은 팀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거센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10년안에 베트남이 라오스를 상대로 이렇게 고생한 적이 있을까. 한국인 코치들을 시급히 초청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박항서 감독의 지도력이 최고 수준이었다’, ‘박항서를 폄하하면서 그가 베트남 대표팀에 가장 큰 업적을 가져다주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의 재능과 미덕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번 경기를 보면 새 감독을 그와 감히 비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는 댓글이 수백건 넘게 달렸습니다.

또 ‘박항서 감독은 부족한 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 줄 아는 훌륭한 요리사이기 때문에 여전히 베트남에 적합하다’,‘나는 이번 경기를 보고 그가 너무 그리워졌다’는 내용의 글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궁지에 몰린 건 트루시에 감독입니다. 그는 경기 이후 인터뷰를 통해 “경기 내용에 만족할 수는 없다. 개막전은 항상 어렵기 때문에 선수들을 보호하고 싶다.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도 첫 경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게 지지 않았는가. 이 경기는 다음 경기를 위한 토대가 될 것이다”고 인터뷰를 했습니다.

라오스와의 경기를 끝내고 기자회견하는 필립 트루시에 감독. <VN익스프레스>
논란이 된 것은 이어진 발언이었습니다. 그는 베트남 축구에 새로운 철학을 입히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지금까지 베트남은 수비적인 전술로 방어에 치중하면서 동남아 수준에서 많은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아시아의 경우(월드컵 최종예선을 말합니다) 같은 플레이 스타일로 10경기 중에 8번이나 지지않았나. 아시아와 세계 축구 수준을 바라보면 기존 우리 경계를 초월해야 한다’며 박항서의 수비적인 전술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감독은 자기만의 색깔을 팀에 입혀야 하는 존재이고, 경우에 따라 전임 감독을 지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결국 성적으로 자신이 옳았음을 증명해야 하는 외로운 자리에 앉은 사람입니다. 트루시에와 베트남의 동행은 언제까지 이어지게 될까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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