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필드에서 영국 국가 연주 때 야유…왜?
6일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영국 국가(God Save the King)가 연주됐다. 찰스 3세의 대관식을 기념하기 위한 순서였다. 그런데 리버풀 팬들은 “리버풀”을 외치면서 엄청난 야유를 퍼부었다. 관중석에는 ‘내 왕이 아니다(Not My King)’고 적힌 손팻말도 보였다. 센터 서클에 위치한 리버풀 선수 중에도 어느 누구도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았다.
이날 국가 연주는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토요일에 열린 국왕과 왕비 대관식을 축하하기 위해 주말 모든 경기에 앞서 국가를 연주하도록 요청한 데 따른 조치였다. 왜 리버풀 팬들은 영국 국가를 야유했을까.
7일 CNN 보도 등에 따르면, 이는 리버풀 도시 역사와 관련이 깊다. 리버풀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영국 경제의 탈산업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1981년 경찰과 아프리카-카리브해 공동체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끔찍한 경제 상황 때문에 리버풀에서 9일간 폭동이 발생했다. CNN은 “보수당이 통치한 10년 동안 리버풀 사람들은 자신을 국가의 다른 지역과 분리된 외부인으로 여기게 됐다”며 “1989년 힐스버러 재난에 대한 국가의 처리는 이러한 반체제 감정을 더욱 확고히 했다”고 전했다.
많은 영국인은 지금 심각한 생활비 위기를 느끼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 수년간 임금 정체, 갑작스럽고 가파른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빈곤에 직면한 영국인이 많다. CNN은 “그런데 영국 정부는 현란한 축하 행사에 많은 세금을 썼다”며 “이런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좌파 도시인 리버풀 사람들을 화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2015년에 영국에서 식량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인 Fans’ Supporting Foodbanks를 시작한 것은 리버풀과 에버턴 서포터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국가를 연주하기로 한 구단의 결정에 대해 “구단의 입장은 나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클롭 감독은 “내가 적절한 의견을 가질 수 없는 주제”라며 “나는 독일에서 왔고 우리에게는 왕이나 여왕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관식을 즐기는 사람도, 별로 좋아하지 않은 사람도,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다”며 “그게 전부”라는 말로 선을 그었다.
국영방송 BBC는 스포츠가 대관식에 경의를 표했다는 제목으로 쓴 기사에서 “리버풀 정도만 제외하고 럭비, 크리켓, 축구 경기에 앞서 국가가 연주됐고 영국인들은 경의를 표했고 선수들도 센터서클에 모여 예의를 갖췄다”고 전했다.
영국 축구 성지 웸블리에서 경기가 열릴 때 국가를 야유하는 것이 널리 퍼졌고 지금도 종종 그렇다. 2022년 2월 카라바오컵 결승전과 2012년 FA컵 결승전에서 많은 팬들이 국가 연주 때 야유했다. 리버풀 팬들은 지난 시즌 웸블리에서 열린 FA컵 결승전 전에 국가를 야유한 적이 있다. 그날 많은 관중은 윌리엄 왕자가 경기장에 나타났을 때 야유했다. 많은 사람들은 리버풀 팬들이 작년에 사망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위한 1분간 묵념하는 순간을 깨뜨릴지 모른다고 우려했지만, 당시에는 약간의 야유만 들렸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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