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년]부동산 정책 'before 문재인'…전방위 규제 걷어냈다

박승희 기자 2023. 5. 7.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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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가 시장 왜곡했다"…분양·정비사업·대출·세금 규제 6년 전으로
"시장 정상화 물꼬트고 연착륙 유도…남은 임기 '안정적 공급' 과제"
서울 중구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일대 모습. 2023.4.3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지난 1년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 켜켜이 쌓였던 부동산 규제를 걷어내는 데 집중했다. 집값 급등을 막겠다며 내놓은 규제가 오히려 시장을 왜곡해 과도한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거래 저해 요소를 풀어 시장 균형을 맞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분양·정비사업·대출·세제 등 옥죈 文정부…尹, 6년 전으로 규제 시계 되돌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투기 세력이 진입해 시장이 과열되고 집값이 오른다고 진단했다. 이에 규제지역 지정으로 분양, 정비사업, 대출, 세금 등 전방위에서 규제를 강화했다. 지난해까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112곳, 투기과열지구는 49곳에 달했다.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 한 번에 여러 제한이 생긴다. 분양권을 쉽게 사고팔 수 없도록 최대 10년까지 전매가 제한되고, 최대 5년의 실거주 의무가 주어졌다. 주택담보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도 낮아졌다. 다주택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고, 취득세·양도소득세 중과로 세 부담도 높아졌다.

이외에도 다방면으로 규제가 도입됐다.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해 재건축 문턱을 높였고, 초과이익도 최대 절반까지 환수하도록 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정비사업이 '호재'로 읽혀 투기꾼들이 몰려든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수많은 규제에도 전 정부 5년 동안 서울 집값은 2배 뛰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1년 만에 부동산 규제 시계를 전으로 과감하게 돌렸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급랭하면서 규제 완화에도 속도가 붙었다. 경착륙을 막기 위해선 규제를 풀어 거래를 활성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다.

단계적 해제로 전국 규제지역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용산구 4곳만 남았다. 이에 따라 취득세·양도세 중과도 완화됐다. 분양권 전매 제한은 수도권은 최대 3년, 비수도권은 최대 1년으로 줄였다. 중도금 대출 상한 제한이 폐지되고 실거주 의무도 없애기로 했다.

전 정부에서 옥좼던 대출 규제도 풀었다. 그동안 금지됐던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와 주택임대사업자·매매업자의 주담대도 LTV 30%까지 허용됐다. 주택 실수요자들을 위해 소득 제한이 없이 최대 5억원까지 이용할 수 있는 고정금리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했고,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 LTV는 80%까지 확대됐다.

공급 규제도 완화했다. 필수경비 인정 범위를 넓혀 분양가상한제를 개선했고, 재건축부담금 면제 금액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개선했다. 안전진단 구조안전성 비중을 낮춰 재건축 문턱도 낮췄다.

◇"규제 완화로 시장 정상화 물꼬 트고 연착륙 효과"…안정적 공급 '과제'

전문가들은 전방위 규제 완화가 시장 정상화의 물꼬를 텄다고 평가했다. 거래 저해 요소를 풀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전 정부에서 과도하게 강화된 부동산 규제가 시장을 왜곡했다"며 "시장에는 영원한 호황도, 영원한 불황도 없기 때문에 상황 변화에 앞서 미리 규제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으로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도왔다는 평가도 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 랩장도 "기준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는 가운데 저리 고정금리 대환대출 상품을 출시하고 규제지역 해제 조치와 같은 규제 완화책을 내놓으면서 올해 1분기 전년 말 대비 거래량이 일부 회복되며 시장 연착륙에 도움을 줬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 주거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남은 임기 동안 꾸준한 주택 공급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3기 신도시 개발이나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로 공급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부는 출범 초기 2027년까지 주택 2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 정부에서 집값이 급등한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재건축, 재개발이 막혀 공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며 "인허가 물량이 줄면 늦어도 4~5년 뒤에는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폭등할 수 있어 공급 여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 효과가 수도권에만 한정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대구처럼 공급이 몰리고 미분양이 쌓인 지역은 위축 지역으로 지정해 한시적으로 추가 규제 완화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선별 규제로 양극화가 심해지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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