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보면 눈가려라 …‘시선강탈’ 변태車, 치명적 유혹에 탐욕 꿈틀 [세상만車]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3. 5. 7.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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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미학·기술의 제왕 ‘쿠페’
‘파괴=창조’, 완전변태 추구
벤츠·BMW·제네시스도 탐나
쿠페 파괴자.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제네시스 GV80 콘셉트, 포르쉐 파나메라, 메르세데스-AMG CLS [사진출처=현대차, 포르쉐, 벤츠]
“가까이 하는 순간 너무 먼 당신”

보는 순간 “우와”하고 감탄하지만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 ‘여우와 신포도’를 떠올리며 저 사람은 성격이 나쁠 거야, 사귀면 피곤할거야,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살거야 등 갖은 이유를 만들어내 ‘자기 합리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자동차를 예술로 승화시킨 정통 쿠페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존재다. 쿠페는 ‘자동차 디자인과 기술의 정수’다. 군더더기 없는 아름다운 외관과 스포츠카 뺨치는 강력한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갖춰서다. 당연히 누구나 가질 수 없는 비싼 가격에 나온다.

쿠페는 치명적인 매력을 지녔지만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예술을 위해 편의와 실용을 버린 결과다. 정통 쿠페는 2도어 2인승이어서 불편하고 활용도가 적은 데다 관리도 어렵다.

자동차 브랜드 입장에서도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차종이다. 디자인·기술 능력이 뛰어나야 만들 수 있는데다 수요도 한정돼 자칫 큰 손해를 볼 수 있어서다. 프리미엄 브랜드 전유물이 된 이유다.

결국 매출보다는 자동차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는 ‘용도’로 국한됐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애써 개발한 쿠페가 단지 예술품 영역에만 머무는 용도로만 쓰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 700-4 쿠페 [사진출처=람보르기니]
이에 쿠페 미학은 추구하면서 가족용으로 쓸 수 있도록 쿠페를 4·5도어 형태로 변태(變態)시켰다. 정통 쿠페 파괴를 통해 창조된 퓨전 쿠페다.

퓨전 쿠페 등장으로 쿠페 개념도 ‘쿠페스러운’ 차체 스타일을 가진 차라는 넓은 뜻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는 실용성을 추구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도 ‘쿠페’ 타이틀을 붙이게 되는 계기가 됐다.

쿠페 SUV는 ‘불완전 변태’에 그친 퓨전 쿠페와 달리 우화(羽化)를 거친 ‘완전 변태’에 해당한다.

예술성과 실용성을 단순 결합(+)한 ‘쿠페+SUV’가 아니라 넘어 시너지(×)를 추구한 탐욕스러운 ‘쿠페×SUV’다. 보는 순간 ‘시선강탈’을 넘어 탐욕을 꿈틀거리게 만드는 ‘절대반지’다.

정통 쿠페, 잘랐어? 잘났네!
BMW M850i xDrive 그란 쿠페 [사진출처=BMW]
쿠페라는 이름은 프랑스어로 ‘자르다(cut)’에서 유래했다. 원래 뜻은 개성을 강조하면서 두 사람이 타기 위해 만든 프랑스 마차다. 잘난 차이자 잘라낸 차다.

자동차 브랜드마다 조금씩 다른 구조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2인승이나 4인승(2+2) 좌석을 갖췄고, 지붕이 낮아 내부 공간이 상대적으로 좁다는 게 공통적인 특징이다.

4인승을 ‘2+2’라고 표기하는 것은 앞좌석이 중심인 2인승이면서 뒷좌석에 두 사람이 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뒷좌석 공간은 넉넉하지 않고, 차에 따라서는 아이만 앉을 수 있는 공간만 갖춘 것도 있다.

차체 구조로만 보면 정통적 3박스 구조다. 세단과 같이 엔진 룸, 객실, 화물칸이 구분됐다. 일부 수입차 메이커가 동일한 차량 모델에서 4도어 세단과 2도어 쿠페를 동시에 개발할 수 있는 것도 구조가 같기 때문이다.

물론 같은 차량이라고 하더라도 쿠페는 세단보다 주행성능을 향상하고 유려한 외모를 갖추기 위해 뒤 유리가 상당히 눕혀진 날렵한 모습으로 디자인된다. 당연히 뒷좌석 머리 공간이 협소하다. 전고가 낮은 쿠페들은 앞좌석에 타고 내릴 때도 불편하다.

현재 쿠페 정통성은 벤틀리, 롤스로이스, BMW 등 일부 럭셔리·프리미엄 브랜드가 지키고 있다.

대표 모델은 ‘007 본드카’로 선정된 벤틀리 컨티넨탈 GT, 우아한 쿠페의 대명사인 롤스로이스 레이스, BMW 기술과 디자인의 결정판인 BMW M8 컴페티션 등이다.

포니 쿠페와 N 비전 74 [사진출처=매경DB, 현대차]
참고로 현대차도 이미 49년 전 국산차 브랜드 최초로 쿠페를 선보였다. 포니 쿠페다. 현대차는 1974년 국산차 최초 고유 모델 ‘포니’와 함께 포니 쿠페도 개발했다.

이탈디자인 주지아로의 설립자 겸 대표 디자이너인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두 차량을 디자인했다.

포니 쿠페는 당시 유행했던 쐐기형 패스트백 디자인을 적용했다. 1974년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토리노 모터쇼에 출품돼 현대차를 알리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

포니 쿠페는 실제 양산되지 못했지만 영화 ‘백투더퓨처’에 등장하는 하늘나는 차인 ‘드로리안DMC-12’에 영감을 줬다.

수소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탑재한 롤링랩(Rolling Lab, 움직이는 연구소) 모델인 ‘N비전 74’도 포니 쿠페의 후손 격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부터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협력해 포니 쿠페 콘셉트를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퓨전 쿠페 “파괴하라, 창조적으로”
포르쉐 파나메라 [사진출처=포르쉐]
정통 쿠페 파괴를 통해 퓨전 쿠페를 창조한 첫 번째 모델은 2003년 나온 벤츠 CLS 클래스다. 벤츠 CLS 클래스는 쿠페의 우아하고 다이내믹한 매력에 세단의 편안함과 실용성을 결합, 4도어 쿠페 세그먼트를 개척했다.

벤츠는 CLS 디자인을 재해석해 5도어 쿠페인 CLS 슈팅 브레이크도 선보였다.

벤츠 CLS의 동생 ‘CLA’도 소형차로 4도어 쿠페 계보를 이었다. 2013년 독일 아우토빌트 디자인 어워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로 선정되는 영예도 차지했다.

퓨전 쿠페 대중화에 기여한 모델은 폭스바겐 CC다. 컴포트 쿠페(Comfort Coupe)의 약자인 CC는 매력적인 쿠페 외모와 성능을 갖춘 4도어 4인승 쿠페다.

폭스바겐은 고성능 인디비주얼 ‘R GmbH’가 개발한 모터스포츠 감성의 ‘R라인’ 외관 디자인 패키지로 역동성을 강조한 폭스바겐 CC 2.0 TDI 블루모션 R라인도 선보였다.

포르쉐가 911, 박스터와 카이맨, 카이엔에 이어 네 번째 선보인 모델이자 포르쉐 최초의 4인승 럭셔리 세단인 파나메라도 패밀리 퓨전 쿠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스포츠 쿠페, 럭셔리 세단, 왜건을 혼합해 포르쉐 스포츠카 DNA는 계승하면서 세단의 안락함과 왜건의 실용성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벤츠 CLS [사진출처=벤츠]
현재 퓨전 쿠페에 가장 적극적인 브랜드는 BMW다. BMW는 볼륨 모델인 3·5·7 홀수 시리즈에 이어 4·6·8 짝수 시리즈에 쿠페를 합류시켰다.

BMW 최초의 4도어 쿠페는 비즈니스와 레저를 모두 충족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BMW 6시리즈 그란 쿠페다. BMW 쿠페의 정점인 8시리즈 그란 쿠페도 나왔다.

국산차 중에서는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의 역작이자 기아스티가 2011년 공개한 콘셉트카 ‘GT콘셉트’를 계승한 스팅어가 퓨전 쿠페에 해당한다.

퓨전 쿠페로 분류하기는 애매하지만 쿠페 스타일로 멋과 품격을 강조한 세단도 많아지고 있다. 기아 K5도 쿠페 스타일로 호평받았다.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는 K5에 대해 “공격적이고, 고결하며, 쿠페처럼 보인다”고 좋은 평가를 내렸다.

쿠페 SUV, 탐나는 절대반지
레인지로버 이보크 [사진출처=재규어랜드로버]
쿠페는 SUV도 탐했다. SUV에 쿠페 이름을 처음 적용한 모델은 BMW X6다. BMW는 SUV인 X6를 SAC(Sports Activity Coupe)라고 부른다.

쿠페의 특징인 우아한 실루엣에다 SUV의 장점인 실용성까지 지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쿠페 SUV’ 인지도를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 BMW X6 대신 이보크를 쿠페 SUV의 원조로 여기기도 한다.

이보크 원조는 2008년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콘셉트카 ‘LRX’다. LRX 디자인을 충실히 반영한 1세대 이보크는 2011년 출시되면서 쿠페형 SUV 붐을 일으켰다.

벤츠 GLC 쿠페는 쿠페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과 스포티한 주행 성능, 다재다능한 SUV의 장점을 결합한 미드 사이즈 쿠페 SUV다.

벤츠 GLE 쿠페는 럭셔리 쿠페 SUV다. 벤츠 GLE보다 길고 넓고 낮게 설계돼 스포티하고 날렵한 쿠페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준다. SUV의 다재다능함과 단단함도 갖췄다.

마세라티가 100년이 넘는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내놓은 SUV인 르반떼도 쿠페 SUV 범주에 포함된다.

쿠페 SUV인 르노코리아 XM3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국내에서는 르노코리아 XM3가 쿠페 SUV 시대를 열었다. XM3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쿠페 SUV’를 대중화한 모델이다.

XM3는 동급보다 길어진 차체를 적극 활용해 쿠페 SUV의 단점인 적재용량 부족도 해결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은 제네시스도 쿠페 SUV를 내놓는다. 한달 전 공개한 GV80 쿠페 콘셉트를 베이스로 내년에 양산 모델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GV80 쿠페 콘셉트는 두 줄의 쿼드램프와 ‘더블 지-매트릭스(Double G-Matrix)’ 패턴의 크레스트 그릴을 적용했다.

측면에서는 후륜구동 특성을 살려 날렵하면서도 역동적인 매력을 강조했다. 우아한 쿠페 실루엣과 대비되는 근육질의 펜더도 강인한 멋을 더해준다.

후면부의 경우 제네시스만의 두 줄 시그니처 디자인이 매끄러운 후면 램프로 표현됐다. 트렁크 상단에는 공기역학을 고려한 리어 스포일러 및 스포일러 립을 적용했다.

GV80 쿠페 콘셉트 [사진출처=현대차]
외관에 적용된 마그마(Magma) 색상은 자신감 있고 열정적인 한국을 상징한다. 차분하면서도 겸손한 첫인상을 갖고 있지만 적극적인 모습도 겸비한 한국적 성향에서 영감을 받았다.

인테리어는 여백의 미로 만든 ‘우아함’과 ‘스포티함’이 독특한 조화를 추구했다. 4개의 버킷 시트는 코너링에서 신체 지지력을 높여 승객에게 안전과 편안함을 제공한다.

2열 버킷시트 뒤에는 지-매트릭스 스트럿 브레이스(G-Matrix Strut Brace)를 설치해 차체의 구조적 강성을 강화했다.

GV80 쿠페는 수입 SUV 시장에서 인기높은 BMW X6, 벤츠 GLE 쿠페 등과 경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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