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포커스] “나 떨고 있니”… 산은 부산행 속도에 기은·수은 ‘긴장’
총선 앞두고 유치에 속도 내는 지방자치단체
기은 한 곳에만 경남, 강원, 부산, 대전, 대구 등 유치 선언
KDB산업은행이 지방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 고시된 가운데 IBK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전선에서 반발이 심했던 산업은행이 결국 지방 이전 기관으로 지정되면서 다음 차례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각 광역자치단체는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정책금융기관 유치 운동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의 지방이전 공공기관 지정으로 기은·수은 등 다른 금융공기업의 지방 이전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안에 2차 이전 공공기관을 지정할 방침인데, 이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이전 대상 공공기관이 500여곳에 이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05년 1차 공공기관 이전 논의 당시 산은을 비롯해 기은·수은 등은 ‘동북아 경제 중심 조성에 필수적인 기관으로 수도권 안에 소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공공기관 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그러나 산은 이전을 위한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다음 차례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금융공기업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산은 사례를 본 지방자치단체들은 2차 이전 대상 지정을 앞두고 금융공기업 유치전에 시동을 걸고 있다. 산은 다음으로 지자체가 가장 많이 눈독을 들이는 곳은 기은이다. 산은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부산을 비롯해 경남, 강원, 대전, 대구 등이 기은 유치에 뛰어들었다.
부산은 산은과 기은을 비롯해 수은, 예금보험공사, 서민금융진흥원, 한국투자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7개 정책 금융기관이 이전해야 부산 금융중심지가 육성되고 국가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남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중소기업이 집중된 지역임을 내세웠고, 대전은 지역 은행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아예 한국은행 본점의 춘천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난해 12월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만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여기에 금융감독원·기은·수은 등의 기관 이전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과 전남은 NH농협은행이 있는 농협중앙회와 Sh수협은행을 보유한 수협중앙회를 점찍었다. 농·수협중앙회는 강원, 부산도 유치를 선언한 바 있다.
지자체가 앞다퉈 금융공공기관과 국책은행 유치전에 나선 것은 산은의 지방 이전 기관 지정으로 다른 기관들이 더 이상 서울에 남을 명분이 사라졌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방 표심 잡기를 위해 선심성 정책이 쏟아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서울에 있는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산은이 부산에 내려가게 되면 다른 곳도 서울에 있을 명분이 없어지게 되는 셈이라 요즘 지점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면서 “다들 서울에 있고 싶어 하다 보니 일각에선 우리도 (산은처럼) 시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금융공기업의 위기감은 지난해 6년 만에 단행됐던 금융노조 총파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집회엔 8000여명에 달하는 인원이 참석했는데, 이들 중 약 7000명이 산은·기은 등 국책은행을 포함한 금융공기업 노조원이었다. 당시 이들은 ‘무논리·무계획·무지성 국책은행 지방이전 멈춰!’, ‘산업은행은 정치 금융기관이 아닌 대한민국의 정책 금융기관입니다’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4일 일방적 산은 이전기관 지정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금융공기업이 본점을 서울로 명시하고 있어 관련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 데다가 직원들의 반발도 크기에 대거 이전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면서도 “그러나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가 심각한 지방 입장에서도 금융공기업 유치가 절실해 파급효과 등을 잘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배터리 열폭주 막을 열쇠, 부부 교수 손에 달렸다
- 中 5세대 스텔스 전투기 공개… 韓 ‘보라매’와 맞붙는다
- “교류 원한다면 수영복 준비”… 미국서 열풍인 사우나 네트워킹
- [세종풍향계] “파견 온 공무원은 점퍼 안 줘요”…부처칸막이 없애겠다면서 외부인 취급한 산
- [증시한담] 증권가가 전하는 후일담... “백종원 대표, 그래도 다르긴 합디다”
- ‘혁신 속 혁신’의 저주?… 中 폴더블폰 철수설 나오는 이유는
- [주간코인시황] 美 가상자산 패권 선점… 이더리움 기대되는 이유
- [당신의 생각은] 교통혼잡 1위 롯데월드타워 가는 길 ‘10차로→8차로’ 축소 논란
- 중국이 가져온 1.935㎏ 토양 샘플, 달의 비밀을 밝히다
- “GTX 못지 않은 효과”… 철도개통 수혜보는 구리·남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