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양육비·저출산 1위에도 행복하다는 대한민국
기사내용 요약
韓, 2003년부터 자살률 1~2위…OECD 평균 2배
자녀 양육비 3억6500만원…2위 中과 7배 격차
그럼에도 '행복한' 韓…행복지수 59위 2계단 ↑
[서울=뉴시스]김경문 인턴 기자 =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기록했다.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24.1명(통계청 집계)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양육비 부담 역시 압도적 1위를 놓치지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 한 명당 3억6500만원의 양육비가 들어 2위 중국 9300만원의 7배에 달했다. 양육비 1위의 영향일까? 한국의 작년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수)은 0.78명으로 OECD 국가 중 유일한 1.0명 이하 국가이다. 새 생명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죽음만이 가득한 한반도에 사는 우리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점점 더 행복해지고 있다. 세계행복지수 순위는 2년 연속 상승세다.
자살률 1위 대한민국…10-20대 자살률 큰 폭 증가
통계청은 지난달 28일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가 지정한 세계안전의 날을 맞아 OECD 회원국의 자살률을 비교한 '한국의 안전보고서 2022'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4.1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2003년 이후 1위 자리를 내준 적은 2016~2017년(리투아니아) 2개 연도 뿐이다. OECD 평균 자살률은 11.1명으로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의 자살률은 10~20대 자살이 계속해서 증가한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살률은 나이가 많을수록 높아지지만 한국 10대와 20대의 자살률은 전년대비 9.4%, 12.8% 대폭 증가했다. 최근에는 대낮 강남 한복판에서 한 여고생이 소셜미디어 라이브 방송을 켜고 고층 건물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장면이 생중계되기도 해 국민 모두에게 큰 충격을 줬다.
특히 자살률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사회적 고립도' 역시 34.1%로 3명 중 1명꼴이었다. '사회적 고립도'는 위기 상황에서 도움받을 곳이 없는 사람의 비율을 나타낸다. 가족, 친구, 이웃, 동료 등과의 관계를 유지하지 않거나 끊어진 상태일 때 발생한다. 지난해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실행한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내에만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청년은 최대 1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양육비 압도적 1위…출산율 0.78
지난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한국에서 자녀를 만 18세까지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이 1인당 GDP(국내총생산)의 7.79배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중국의 인구·공공정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위와인구연구소가 2010~2021년 14개 주요 국가에서 발표한 양육비 관련 수치를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2021년 한국 1인당 GDP(약 4700만원)로 추정해 계산하면, 아이 한 명을 기르는데 약 3억6500만원가량이 필요한 것이다. 중국 연구진이 자국 내 저출산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자 연구를 진행했지만 우리에게 주는 함의도 크다. 중국은 지난해 61년 만에 인구가 감소했고 출산율은 73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중국 연구진은 "한국과 중국에서는 높은 생활비와 교육비가 젊은 층의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게 만든다"면서 "비싼 양육비는 자녀 출산 의지에 영향을 끼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출산 비용을 줄이는 정책이 국가 차원에서 도입돼야 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전년대비 0.03명 감소한 0.78명이다. 통계청이 1970년 통계 작성한 이래 최저치다.
그럼에도 행복하다는 대한민국
자살률 1위, 사회적 고립·은둔 청년의 증가, 양육비 1위, 출산율 최하위. 아이의 웃음소리가 어른들의 비명소리에 묻혀가는 한반도는 아이러니하게도 서서히 행복해지고 있다.
지난 3월 20일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NSD)가 공개한 '2023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5.95점으로 조사대상 137개국 중에서 전년 대비(59위) 두 계단 상승한 57위를 기록했다. 재작년과 비교하면 다섯 계단 넘게 올랐다. 물론 주요 선진국 그룹인 OECD 38개 회원국 중 35위를 기록했지만 한국의 행복지수는 동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평균 행복지수 5.6점, 전 세계 평균 행복도 5.5점을 근소하게 상회했다. 특히 전 세계 행복지수는 전년 대비 0.1점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 한국은 오히려 상승했다.
주변국 중 일본은 6.12점을 받아 우리보다 10계단 앞섰지만 중국은 5.81점으로 우리보다 7계단 뒤처졌다. 미국은 6.89점으로 15위에 올랐다.
세계행복보고서는 삶의 만족도를 조사한 3개년 데이터를 토대로 국가별 행복지수 순위를 매긴다. 여기에는 1인당 GDP, 사회적 지원, 기대수명, 부정부패 지수 등도 함께 측정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moonsea9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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