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연일 쇄신 외치지만… ‘성희롱 의원’ 징계는 1년 넘게 지지부진
전문가들 “도덕적 불감증 팽배…일벌백계해야”
“시간 끌어 다른 이슈로 국면 전환 의식한 것 아닌가”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불거진 ‘사법리스크’, ‘돈봉투 의혹’ 등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쇄신 의총’을 진행하는 등 쇄신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당 안팎에서 논란이 됐던 성희롱 의원에 대한 징계는 지지부진하면서 도덕적 불감증이 만연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4월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과 비공개 화상 회의 중 이른바 ‘짤짤이’ 논란을 빚어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로 중앙당 윤리심판원 재판에 넘겨졌지만 1년이 넘도록 결론이 나질 않고 있다.
최 의원은 지난해 4월 28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보좌진과 온라인 화상 회의를 하던 중 화면을 켜지 않은 동료 의원을 향해 “○○○ 치러 갔느냐”는 성희롱 발언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최 의원 측은 “해당 의원이 보이지 않자 장난치는 식으로 발언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어린 학생들이 ‘짤짤이’(’돈 따먹기 놀이’의 은어) 하는 것처럼 그러고 있는 것이냐”라고 말한 것이라며 성적 의미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윤리심판원은 발언 이후 약 두 달이 지난 지난해 6월20일 만장일치로 당원 자격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김회재 당시 윤리심판위원은 중징계 배경에 대해 “법사위 줌회의에서 여성 보좌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성희롱성 부적절한 발언을 한 점, 해명하는 과정에서 이를 부인하며 계속해 피해자들에게 심적 고통을 준 점, 이 건으로 인한 당 내외 파장이 컸고,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윤리심판원에 직권조사를 요청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최 의원은 이에 반발하며 재심을 신청했다. 이후 논란이 있은 지 1년이 넘었지만, 징계 절차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 당규에 따르면 재심은 60일 이내 결론을 내도록 돼 있지만 ‘계속심사가 필요한 경우 심사를 연장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두고 있다. 이 단서 조항을 근거로 재심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8월 18일 열린 재심에서 ‘기일 연기 계속심사 요청서’가 제출됐고 10월 10일, 11월 1일 이어진 재심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재심이 연기되는 동안 윤리심판원 구성원도 바뀌었다. 지난해 6월 최 의원 징계를 결정한 윤리심판원의 구성원은 비명(비이재명)계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재명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윤리심판원 당연직인 수석사무부총장(김병기 의원), 법률위원장(김승원 의원)이 친명계로 꼽히는 의원들로 바뀌는 등 구성원의 변화가 있었다.
일각에서는 징계 뭉개기라며 시간을 끌어 이슈를 교체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징계 여부와 관계없이 우선 결론을 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정치권에 도덕적 불감증이 팽배해 있다. 최 의원뿐 아니라 ‘돈봉투 의혹’ 등 여러 문제들에 대해 일벌백계하는 쇄신책이 필요한데 그만큼 심각하게 인식을 못 하고 있다”며 “징계를 미루다 보니 지금 다 잊히지 않았나. 이렇게 시간을 끌다가 다른 이슈가 나오면 국면이 바뀌는 것을 노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징계의 진행속도 등을 놓고 국민의힘과 안 좋은 방향으로 비교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을 징계한 사례를 언급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징계에 대한 결과물을 내놓지만 민주당은 그러질 못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위기감의 발로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최 의원에 대한 징계가 내려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당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의 피해와 억울함을 방치하는 정당은 민심을 말할 자격이 없다”며 “윤리위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니 지도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의 1심 징계는 박 전 위원장이 위원장을 역임하던 당시 이뤄졌다.
한 당 관계자는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1심은 두 달도 안 돼서 중징계가 확정됐는데 재심이 이렇게까지 길어질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민감한 사안이라 1심 결과가 빨리 나온 것 아닌가. 재심이 미뤄질수록 잊히는 게 아니라 당의 이미지만 나빠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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