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암 치료 ‘중입자치료’…원리는?
목표지점인 암세포에서만 파괴적인 방사선 에너지 발생 후 폭발
거대한 크기의 중입자가속기를 활용해 악성종양과 암세포만 정밀하게 강한 충격으로 파괴하는 중입자치료가 국내에서 시작됐다. 중입자치료는 기존의 방사선치료가 한 단계 발전된 형태로 현존하는 방사선치료 가운데 부작용은 가장 적고 효과는 강력하다고 알려졌다. ‘꿈의 암 치료’로 불리는 중입자치료와 국내 활용전망을 알아본다.
◆탄소입자를 가속해 암세포만 정밀타격
중입자치료는 기존 방사선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치료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암세포(목표지점)에서만 방사선 에너지가 최대로 방출되는 입자선의 고유한 특성인 ‘브래그 피크(Bragg Peak)’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기존 양성자치료에 사용되는 수소입자보다 12배 무거운 탄소입자를 탄소입자를 지름 20M 크기의 거대한 가속기로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킨 후 암세포에 명중시켜 파괴하는 식이다.
이때 브래그 피크 특성에 따라 입자선이 정상적인 신체조직을 지나갈 때는 에너지 방출이 극히 적어 정상세포에 손상을 거의 주지 않고, 암세포 파괴 후에도 방사선이 바로 사라진다. 이에 따라 방사선치료 시 겪는 구토‧탈모‧피로 부작용이 대부분 나타나지 않는 것.
◆기존 방사선치료 단점 극복
암 치료법은 크게 ▲외과적 수술 ▲약물 ▲방사선 3가지로 나뉜다. 수술치료는 악성종양을 직접 제거하는 것이고, 약물치료는 화학적 항암제나 표적 항암제를 사용해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중입자치료가 속한 방사선치료는 높은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장치에서 나오는 방사선이나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인체 내의 암세포를 파괴하고 성장을 멈추는 치료법이다.방사선치료는 X선‧감마선 등 전자파를 사용하는 광자선 방식과 양성자‧중입자 등 입자를 사용하는 입자선 방식으로 나뉜다. 수술을 하지 않고도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환자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된 X선은 피부에서 최대치의 방사선 에너지가 방출되고, 암세포까지 가는 경로에 있는 모든 신체조직에 손상을 줘 부작용을 피하기 어려웠다.
양성자치료도 브래그 피크 특성을 활용하지만 중입자치료보다 사용되는 입자의 질량이 훨씬 작다. 이 때문에 깃털을 정밀하게 컨트롤하기 어려운 것처럼 정확한 목표 지점으로 명중시키기 어렵고, 치료효과도 기존 X선이나 전자선치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상세포를 최대한 보호하고 암세포를 집중 조사(照射‧빛을 비춤)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어 차세대 방사선 치료로 각광받았다.
결과적으로 중입자치료는 X선 방사선치료의 부작용을 극복한 양성자치료의 장점을 모두 가지면서도 치료효과와 정확도를 훨씬 높인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비용 문제로 일본과 독일 등 전 세계 6개 선진국 14곳에서만 치료가 가능했고, 국내 환자도 해외로 원정치료를 떠나야만 했다.
◆중입자치료 첫발을 떼다
최근 연세의료원은 연세암병원에 3000억원에 달하는 중입자가속기를 설치해 국내 첫 중입차치료의센터를 열고 탄소입자를 활용한 중입자치료를 시작했다. 4월28일 치료를 받은 첫 환자는 전립선암을 앓고 있고 60대로 1.2㎝ 크기의 암 덩어리(종양)를 파괴하기 위해 중입자치료를 선택했다.
서울대학교병원 기장암센터도 오는 2027년까지 중입자가속기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이곳에서는 탄소이온과 더불어 헬륨이온도 함께 치료에 사용될 예정이다.
우홍균 서울대학교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중입자가속기사업단장)는 “생물학적, 물리학적 분포를 봤을 때 이들 이온빔을 조합해 치료하면 효과가 더 좋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도 최근 중입자가속기 도입을 결정했으며, 제주대병원도 센터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다수의 암에 사용될 수 있는 중입자치료의 범용성 때문으로 해석된다. 중입자치료는 입체적으로 암세포에 명중하는 특징 덕분에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등 기존의 치료법으로 치료가 어려웠던 크기가 작은 암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적용될 수 있는 암도 ▲뇌종양 ▲두경부암 ▲식도암 ▲췌장암 ▲간암 ▲신장암 ▲전립선암 ▲직장암 ▲폐암 등 매우 다양하다.
췌장암 등 난치암에 대한 기대도 크다.
일본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수술이 가능한 췌장암 환자에게 수술 전 중입자 치료를 시행한 결과 5년 생존율이 20% 이하에서 53%까지 향상됐다. 또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의 경우도 항암제와 중입자치료를 병행할 경우 2년 생존율이 10% 미만에서 66%까지 향상된 게 확인됐다.
금웅섭 연세대학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일본 연구 데이터에서 중입자 치료로 췌장암 생존율이 2배 이상 늘었다는 게 확인됐다”며 “앞으로 치료 대상을 점차 늘려 췌장암‧폐암‧간암 등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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