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 견인했는데…대통령 ‘매우 잘함 0%’ 세대는?
“국민의 고통과 마음을 보듬지 못하고 국민의 신뢰에 보답하지 못한다면, 준엄한 목소리로 꾸짖어주십시오.”
2022년 3월10일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인사에서 이처럼 말하며 ‘국민의 꾸짖음’을 부탁했다. “국정 현안을 놓고 국민과 진솔하게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며 한 말이었다. 2023년 5월10일로 취임 1년이 되는 지금 ‘국민의 꾸짖음’이 담긴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본 윤 대통령의 말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여론조사는 표본 설정 체계가 과학적이고 대표성이 객관적인지 제대로 공개돼야 합니다. 질문 내용과 방식도 과학적이고 공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은 국민을 속이는 것입니다.”(2023년 4월18일 국무회의)
0.73% 포인트 득표차 당선 견인한 30대
이는 윤 대통령이 ‘근로시간 유연화 여론 수렴’을 얘기하면서 한 말이지만, 낮은 지지율을 보이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에둘러 비판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대통령실이 그보다 앞선 4월14일 직무수행 긍정평가 27%, 부정평가 65%의 한국갤럽 여론조사(4월11~13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 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를 놓고 “민심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보고 있다”면서도 “하루에 나온 여론조사가 오차범위가 넘게 틀리면 어떤 여론조사를 믿어야 하는지 굉장히 의구심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도 “여론조사가 뭐 다양하게 나오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크게 신뢰 안 한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의구심’과 달리, 여론조사기관들이 최근 발표한 지지율을 보면 결과치는 엇비슷한 상황이다. 리얼미터가 4월24~28일 전국 성인 남녀 2507명에게 실시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0%포인트)에서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4.5%, 부정평가는 62.6%였다. 한국갤럽이 4월25~2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성인 남녀 1001명 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도 긍정평가는 30%, 부정평가는 63%였다. 4개 여론조사기관(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이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4월24~26일 성인 남녀 1006명 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도 긍정평가는 32%, 부정평가는 57%로 나타났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30대의 변심’이다. 전국지표조사 결과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30대의 18%만이 긍정평가로 답했고, 63%는 부정평가로 답했다. 심지어 ‘매우 잘함’이라고 답변한 30대는 ‘0%’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20·30대가 캐스팅보터(결정자)로 떠올라 윤 대통령이 0.73%포인트 득표차로 대선에서 당선되는 데 기여했던 때와는 크게 다른 분위기다. 당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30대 전체에서 48.1%의 표심을 얻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46.3%)를 앞섰다. 특히 30대 남성만 보면 52.8%가 당시 윤 후보를 뽑아, 이 후보(42.6%)와의 차이를 벌렸다.
독단적이고 일방적이어서 36%
이들은 왜 윤석열 정부에 등을 돌렸을까.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의 한 2030 보좌진은 “젊은 세대는 ‘기성 정치권의 구태에 대한 대안으로서, 윤석열 대통령이 그래도 어떤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막상 까고 보니 기성 정치권의 구태를 답습했고 새로운 게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정운영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킨 ‘만 5살 입학 학제 개편’ ‘주 69시간 근로제’ 등과 관련해 확실한 해명과 인정이 없는 점이 의아했고, 외교는 ‘국민의 공감’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대일 외교를 일방적이고 극단적으로 하는 모습이 아쉬웠다”고도 말했다. 이는 한 청년 당원만의 생각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전국지표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이 국정을 잘못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로 ‘독단적이고 일방적이어서’(36%)가 가장 많이 꼽혔다.
당내 민주주의가 사라져가는 데 대한 반감도 크다. 국민의힘은 ‘윤심 후보’를 당대표로 만들기 위해 전당대회에서 당원 투표 비율을 100%로 확대하는 규칙 개정을 추진한 데 이어, 극우 성향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관련해 당 지도부를 비판한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했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이준석, 나경원, 유승민, 안철수, 이제는 홍준표 지지자까지 밀어내면 우리 당 지지율이 어떻게 남아나느냐”며 “위기 상황에서도 쓴소리하는 사람은 다 쳐내고, 아부하는 사람들과만 연대하겠다는 건가”라고 반발했다.
여기에 더해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한-일 문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을 옹호해달라고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에게 요청하면서 ‘공천을 거론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자,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여당 최고위원인 현역 국회의원에게 용산의 하수인 역할을 하도록 공천으로 협박한 것 아니냐”(유승민 전 의원)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치혐오·무관심… 무당층으로 더 몰리는 2030
20·30대는 무당층으로 더 몰리고 있다. 앞서 언급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4월25~27일 실시)를 보면 20대 무당층 비율은 48%로 절반 가까이에 이른다. 30대 무당층도 35%였다. 전체 무당층(27%)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일 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계속 상승세 그래프를 그렸다. 민주당의 ‘돈봉투 의혹’까지 불거지자 정치 혐오와 무관심이 더 짙어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뉴스가 지지율 소폭 반등에 영향을 줬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조차 20·30대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오히려 보수 성향의 2030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조차 ‘실리를 챙기지 못한 외교’라는 비판이 많았다.
정치평론가인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20·30대는 경기가 침체된 상태에서 사회로 진출한 세대이기 때문에, 경제에 민감하고 실용적인 세대”라며 “정부가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일자리 비전 등을 제시하는 게 안 보이는 상황에서 ‘워싱턴 선언이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차라리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지원법 등 (협의를) 통해 실용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걸 선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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