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찰스 3세’ 국왕 대관식 풍경…“섬김받지 않고 섬길 것” 맹세(종합)

2023. 5. 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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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찰스 3세 국왕이 대관식에 참석해 성 에드워드 왕관을 쓴 채 시민들에 인사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찰스 3세 국왕이 6일(현지시간) 마침내 영국·14개 영연방 왕국의 군주임이 세계에 공표됐다. 1948년 태어난 찰스 3세(75)는 영국 역사상 최고령의 나이에 즉위한 사례다.

이날 오전 11시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진행된 대관식에서 영국 국교회 최고위 성직자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찰스 3세에게 2.23㎏ 무게의 성 에드워드 왕관을 씌워 줬다.

대관식에서 찰스 3세는 국왕으로서 정의와 자비를 실현할 것을 맹세하면서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의 본보기로서 나는 섬김받지 않고 섬길 것”이라고 선서했다.

6일(현지시간) 찰스 3세 국왕과 카멀라 왕비가 탄 마차가 이동하고 있다. [REUTERS]

영국의 국왕 대관식은 1953년 선왕이자 찰스 3세의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 이후 70년 만이다. 지난해 9월 여왕의 서거 이후 찰스 3세가 즉시 왕위를 계승한 후로는 8개월 만이다.

이날 영국 왕실 일가를 포함해 전 세계 203개국에서 온 국가원수급 인사 100여명 등 하객 2000여명이 웨스터민스터 사원에 자리했다. 현장에서는 “신이시여, 찰스 국왕을 지켜주소서(God, Save the King)”라는 외침이 수차례 사원을 가득 채웠다.

6일(현지시간)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에 참석한 장남 윌리엄 왕자의 부인 케이트 미들턴의 모습 [AFP]

이날 대관식은 윌리엄 1세 이래 1000년 가까이 이어져온 전통의 틀을 대체로 따랐으나 선서의 내용에 일부 내용이 추가되기도 했다.

찰스 3세는 대관식에서 성경에 손을 얹은 채 “모든 종교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들은 해당 대목은 70년 전 대관식 때는 없었으나 ‘다양성 존중’이라는 시대 정신에 맞춰 추가됐다고 분석했다.

6일(현지시간)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에 참석한 영국 왕실 아이들의 모습. 왼쪽은 장남 윌리엄 왕자의 첫째 조지 왕자. [REUTERS]

불교, 힌두교, 유대교, 이슬람교, 시크교 등 다른 종교 지도자들이 대관식에 참석해 찰스 3세에게 비종교적인 대관식 물품을 전달한 것도 1000년 가까운 전통을 보유한 대관식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현장에서는 영어와 함께 웨일스어, 스코틀랜드 게일어, 아일랜드어로 찬송가가 울려 퍼졌으며 여성 사제가 처음으로 성경을 낭독하기도 했다. 흑인 여성 상원 의원, 카리브해 출신 여성 남작이 대관식에서 역할을 맡았는데 이를 통해 영국 왕실은 다양성을 포용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6일 진행된 찰스3세 국왕의 대관식에 참석한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비 부부(왼쪽에서 세번째)와 샬럿 공주(왼쪽에서 두번째)[AFP]

찰스 3세는 서약 후 700년도 넘은 대관식 의자에 앉아 웰비 대주교가 손, 가슴, 머리에 성유를 바르는 의식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식은 신과 왕의 사적인 순간으로 여겨져 비공개로 진행됐다.

앞서 찰스 3세와 아내 커밀라(75) 왕비는 이날 오전 11시 대관식이 열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가기 위해 오전 10시 20분께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을 떠나는 ‘왕의 행렬’에 나섰다.

6일 진행된 대관식에 참석한 후 마차를 타고 찰스 3세 국왕과 카멀라 왕비가 이동하는 모습. [REUTERS]

찰스 3세 부부가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향하는 2㎞ 구간은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을 흔들며 이들을 환영하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날 오전부터 비가 내렸지만 대관식 행렬을 가까이 보기 위해 트래펄가 광장에서 버킹엄궁으로 이어지눈 더몰 거리는 전날부터 줄을 선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대관식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질 바이든 여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이 국가정상급 지도자들이 자리를 빛냈다. 한국 정부 대표로는 한덕수 총리가 참석했다.

왕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대관식 때보다 참석인원을 4분의 1수준으로 축소해 약 2000여명의 인원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왕실과 갈등을 빚다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로 떠난 해리 왕자는 부인 메건 마클과 아들 아치, 딸 릴리벳 없이 홀로 참석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해리 왕자의 아들의 생일이 대관식 날짜와 같아 불참한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반면 장남인 윌리엄 왕자는 부인인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비와 자녀인 조지 왕자, 샬럿 공주와 루이 왕자와 함께 참석했다.

6일(현지시간)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에 참석한 장남 윌리엄 왕자의 부인 케이트 미들턴의 모습 [AFP]

해리 왕자는 올해 1월 영국 왕실의 내부 사정을 다룬 자서전 ‘스페어’를 출간하면서 아버지 찰스 3세와 형 윌리엄 왕세자와 갈등이 커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해리 왕자는 윌리엄 왕세자보다 두 줄 뒤에 마련된 자리에서 대관식을 지켜봤다.

1948년 태어나 9세에 왕세자로 책봉된 뒤 거의 평생을 왕을 되기 위해 준비한 찰스 3세는 마침내 국왕이 됐다.

6일(현지시간) 진행된 찰스 3세 국왕 대관식에 참석한 차남 해리 왕자의 모습 [REUTERS]

한편 이날 진행되는 대관식 비용은 1억파운드(1700억원) 이상으로 전해졌다. 대관식은 세금으로 치러지며 정부는 대관식 후에 비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영국에서는 젊은 층으로 내려갈수록 왕실 지지율이 낮아지고 물가 급등으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거부감을 가진 이들도 있다.

이날 대관식에 맞춰 반군주제 단체 ‘리퍼블릭’ 등이 웨스트민스터 사원 인근에서 반대 시위를 조직해 단체 대표가 경찰에 체포되는 일도 발생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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