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비상' 해제되고… '쓰레기 대란' 왔다

이민경 2023. 5. 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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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는 해제됐지만 감염병이 남긴 흔적은 여전하다. 생활폐기물이 5년 전과 비교해 1인당 2.2% 증가하는 등 ‘코로나의 역습’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재활용 폐비닐이 담긴 봉지를 뜯어 과일 포장재처럼 분리수거가 불가능한 쓰레기를 골라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개인이 하루에 버리는 쓰레기 5년 전보다 2.2% ↑”

6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한 국제 공중 비상사태가 해제됐다. 하지만 생활폐기물 증가 등 생활 속 변화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환경부의 ‘제6차 전국폐기물통계조사’ 결과에 의하면 한국인 1명이 하루에 버리는 생활폐기물의 양이 5년 전보다 2.2%(20.7g)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폐기물통계조사는 자원순환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실시되는 통계로 생활폐기물, 사업장폐기물 등 폐기물 발생현황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조사는 2021∼2022년 폐기물 발생 처리현황 내용을 포함한다.

생활폐기물은 종량제봉투를 직접 열어 확인하는 방식으로 폐기물 발생량과 종류를 조사한다. 조사에 따르면 종량제봉투에 혼합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은 255.4g에서 330.8g으로 29.5% 증가했다. 종량제 혼합배출의 주요 증가품목은 폐합성수지류(53.16→93.3g), 물티슈류(10.59→22.49g), 음식물류(12.3→19.73g), 마스크류(4.71g) 등의 순이었다.

이번 조사에선 처음으로 일회용품 현황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조사 결과 1인당 하루에 버리는 생활폐기물 중 일회용품은 37.32g으로 연간(2022년 기준) 70만3327t(톤)이 발생했다. 배출방식은 종량제봉투에 혼합배출되는 양(25.53g)이 재활용가능자원으로 분리배출되는 양(11.79g)의 2배 이상이었다. 배출원은 시장상가, 업무시설, 음식점 등 소규모 사업장(62.4%)이 아파트, 연립다세대 등 가정부문(37.6%)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사업장폐기물의 경우 경제규모(GDP 기준) 대비 10억원당 0.24t으로 지난 조사에 비해 9.1% 증가했다. 발생량 대비 실질적인 재활용률을 뜻하는 순환이용률은 건설폐기물 98.8%, 사업장배출시설계 85.7%, 지정폐기물 63.3%, 사업장비배출시설계 61.4%로 집계됐다.

◆비대면 소비가 야기한 쓰레기 대란

쓰레기 대란의 대표적인 원인은 비대면 소비 활성화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사적 모임이 제한되고 방역패스가 시행되자 소비자들은 비대면(언택드) 소비를 선호하게 됐다. 생필품을 비롯해 기호품 등을 온라인으로 구매했고 외출 없이도 손쉽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배달 음식을 찾게 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1년 ‘전국 개인 신용카드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1년 3월 전자상거래통신판매 카드사용액은 2019년 3월과 비교해 148.3% 상승했다. 같은 해 서울시의 ‘오프라인 소비패턴 변화에 관한 연구’에선 가구, 자동차 서비스 등의 매출이 2020년에 비해 20% 증가했다고 조사됐다. 이와 함께 음료, 식료품, 편의점 소비 등도 소폭 증가했다.

온라인 음식 서비스 매출액은 더 큰 증가 폭을 보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간 온라인 음식 서비스 매출액은 2020년 17조3342억원, 2021년 25조6783억원으로 기록됐다. 특히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급증하던 4차 유행기(2021년 7월∼2022년 1월) 중 2021년 12월의 온라인 음식 서비스 매출액은 2조4495원이었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이렇듯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함께 배달되는 포장재 등의 사용도 급증했다. 박스, 테이프, 배달 음식으로 인해 오염된 재활용품 등 생활폐기물의 배출량이 늘어난 것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의 ‘택배 물동량 추이’를 살펴보면 국민 1인당 연간 택배 이용량은 2000년 2.4박스에서 2020년 65.1박스로 증가했다. 택배 이용량 증가에는 기술 발달, 온라인 서비스 활성화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20년간 택배 이용량이 약 27배 증가한 데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2020년 1월 코로나19가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된 이후 같은 해 2월 택배 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31.7% 증가하기도 했다. 

◆쓰레기 문제에 대한 국민 관심 증가

코로나19로 달라진 건 늘어난 쓰레기 배출량뿐만이 아니다. 한국환경연구원의 ‘국민환경의식조사’에 따르면 2020년과 2021년 시민들은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환경문제‘로 ‘쓰레기 증가로 인한 문제’를 꼽았다. 2018년 3순위였던 쓰레기 문제가 3 4년 뒤 1순위로 꼽힌 것이다. 쓰레기양과 함께 이에 대한 국민 관심 역시 증가했다는 뜻이다. 전국 일반 성인(20∼69세) 102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환경연구원의 ‘팬데믹 관련 환경인자 및 현황 분석 기반 환경 정책 방향 연구(2021년)’에선 응답자의 67.3%가 쓰레기·폐기물·자연순환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환경부는 다가구주택・단독상가 등 주택 유형별로 맞춤형 재활용 동네마당 설치를 지원하고 1회용품의 경량화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등 폐기물 관리 방안을 준비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4월) 조사를 통해 확인된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을 바탕으로 폐기물 감량 및 순환이용 확대를 위한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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