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의 신’ 커리, ‘건틀렛 낀’ 르브론 당해낼까?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마블 코믹스 세계관에서는 각각의 개성과 색깔을 가진 다양한 캐릭터가 가득하다. 영화 어벤져스 3부작으로 범위를 살짝 좁혀보면 작품속에서 가장 강한 캐릭터는 단연 '타노스(Thanos)'다. 두주먹으로 맨손 최강 헐크를 때려눕히고 다수의 주인공급 히어로가 합공을 해도 어렵지않게 이겨낼 정도다. 단연 영화에서도 주인공들이 극복해야할 끝판왕으로 등장한다.
그냥 타노스도 말도 안되게 강하지만 '인피니티 건틀렛'을 끼게되면 그야말로 대적불가의 존재가 된다. 초월적인 힘을 가진 인피니티 스톤을 자신의 건틀렛에 박아두고 쓰는 것인데 착용하는 순간 전투력은 무한대로 상승한다. NBA에서 타노스에 비교할만한 선수로는 '킹' 르브론 제임스(38‧206cm)가 있다.
근육질의 탄탄하고 육중한 몸으로 들소처럼 달려나가 림이 부서져라 덩크슛을 꽂아넣는가하면 큰 체격이 무색할만큼 유연하고 섬세한 동작으로 다양한 기술을 펼쳐보인다. 영점이 잡혔다싶으면 미드레인지와 3점슛만으로도 경기를 지배하는게 가능해진다. 어디 그뿐인가. 코트 전체를 두눈에 담고 흐름을 읽어가면서 플레이를 펼치는 것은 물론 그 과정에서 날카롭고 예리한 어시스트를 쉼없이 뿌려댄다.
파워포워드의 몸으로 스윙맨과 가드의 장점까지 갖췄다는 평가가 과장으로 들리지않을 정도다. 타노스가 그렇듯 어지간한 상위클래스 선수들과 맞붙어도 그들의 특기로 맞상대를 해서 제압해버린다. 2003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NBA무대를 밟은뒤 매시즌 꾸준하게 못해도 상위권(잘하면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신체조건과 재능에 더해 노력과 내구성까지…, 모든 면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온 그야말로 ‘괴수의 왕’이다.
최근들어 르브론은 잘하기는 하지만 정상권에서는 조금씩 내려오고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무리 다른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신체능력과 재능을 갖추고있다고는 하지만 사람인 이상 나이에 따른 육체적 쇠퇴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속팀 레이커스는 올시즌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과거의 르브론은 인피니티 건틀렛이 필요없는 존재였다. 어차피 혼자 두세 몫을 해내는 선수인지라 준수한 롤플레이어들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력적인 이유가 컸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건틀렛에 인피니트 스톤을 하나씩 박아가면서 힘의 분배를 통한 경기력 상승을 끌어내고 있는 모습이다.
올시즌 레이커스는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이름 값보다는 실속있는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고 그로인해 전체적인 선수층이 탄탄해진 상태다. 원투펀치로 함께 활약중인 ‘슈퍼갈매기’ 앤서니 데이비스(30‧208cm)가 부활 모드로 소환된 가운데 나머지 선수들이 힘을 보태주면서 경기가 거듭될수록 건틀렛의 힘이 진화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예전에 르브론이 북치고 장구치고하던 시절보다 더 까다로워졌다는 분석이다. 컨퍼런스 파이널, 파이널에서는 더욱 위력적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점에서 디펜딩챔피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는 레이커스가 정상으로 가는데 최대 난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골든스테이트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최강은 아니지만 특유의 노련미에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지라 플레이오프에서는 어떤 강호를 만나도 밀리지않는 경기력을 발산한다.
르브론이 레이커스를 대표한다면 골든스테이트에는 '매운맛 커리' 스테판 커리(35‧188cm)가 있다. 커리는 르브론급으로 모든 부분에서 두루두루 상위클래스를 뽐내지는 않지만 자신을 대표하는 3점슛이라는 필살기가 있다. 농구선수치고 3점슛을 못던지는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커리의 그것은 좀 더 특별하다. NBA의 트랜드를 바꿔버렸을 정도다.
NBA 파이널 우승 4회, 정규시즌 MVP 2회, 파이널 MVP 1회, 통산 3점슛 역대 1위, 8회 올스타 선정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커리의 3점슛은 리그를 지배하는 최고의 무기중 하나다. 무엇이든 깨버리는 '천둥의 신' 토르(Thor)가 쓰는 최강의 망치 '묠니르(Mjolnir)'를 연상케한다. 르브론의 건틀렛이 다양한 힘을 고르게 발산한다면 커리의 묠니르는 고대 노르드어로 '박살내는 것'이라는 뜻처럼 단순하지만 알면서도 막을 수 없는 최강병기다.
토르의 묠니르는 던지기만하면 원하는 곳에 가서 적중하는 고도의 정확성을 자랑한다. 거기에 막아도 방어가 힘든 수준의 파괴력을 자랑하는지라 숙적인 트림, 흐룽그니르, 요르문간드 등 수많은 숙적들이 무릎을 꿇었다. 커리 또한 그렇다. 거리, 타이밍에 상관없이 일단 손끝이 뜨거워지면 ‘저게 들어가?’라는 황당한 심정을 충격과 공포에 더해 상대의 심장 속에 각인시켜버린다.
함께 골든스테이트 왕조의 신화를 써내려간 동료들도 쟁쟁하다. 특히 마음잡고 옆에서 최선을 다하면 누구보다 든든하지만 어디로 튈지모르는 시한폭탄같은 '데이데이(Day Day)' 드레이먼드 그린(33‧198cm)은 토르를 울고 웃기는 이복동생 '로키(Loki)'를 연상시킨다. 토르의 부친은 아스가르드의 전설적인 절대자 오딘이며 커리의 아버지 또한 NBA의 한시대를 풍미한 델 커리다. ‘호부 밑에 견자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대목이다.
현재 레이커스와 골든스테이트는 1승 1패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1차전은 레이커스가 데이비스의 전방위 수비력을 앞세워 117대 112로 기선을 제압했고 2차전에서는 3점슛이 폭죽처럼 터진 골든스테이트가 127대 100으로 대승을 거뒀다. 특히 승리한 경기에서 커리는 자신에 대한 집중 수비를 역으로 이용, 패싱게임을 통해 레이커스 수비를 흔들어버리는 영리한 플레이로 호평을 받았다.
천둥의 신 커리의 벼락같은 3점슛이냐, 인피니티 건틀렛으로 중무장한 르브론이냐. 신화속 신들의 전쟁만큼이나 흥미진진한 두 슈퍼스타의 격돌에 팬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커리와 르브론 모두 이기는 방법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빅뱅의 끝은 누구도 알 수 없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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