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면서 빼려면 월 200?…물 건너온 비만약에 예비신부들 `술렁`

안경애 2023. 5. 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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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주간 주 1회 주사에 15% 감량되지만 멈추면 요요 가능성
전문가들 "질병 수준의 비만 아니라면 신중한 결정 필요해"
위고비로 효과를 본 일론 머스크와 킴 카다시안 AP연합
노보노디스크의 다이어트 보조제 '위고비'
위고비 효과에 대한 일론 머스크의 트윗

"가격은 비싸도 매일 주사를 맞을 필요 없이 일주일에 한번만 맞으면 되니 간편할 것 같은데, 위고비 해 보신 분 있나요? 부작용은 없는지, 병원 처방이 꼭 필요한 지 궁금해요."

최근 한 인터넷 결혼준비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일론 머스크, 킴 카다시안이 체중감량에 성공한 것으로 잘 알려진 비만치료제 '위고비' 출시를 두고 예비 신부들의 관심이 뜨겁다. 평생 가장 아름답게 보여야 할 날에 한달에 200만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들여도 확실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기꺼이 돈을 쓰겠다는 것이다.

◇머스크도, 카다시안도 효과 봤다

위고비는 원래 당뇨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부유층의 다이어트 보조제로 더 애용되며 입소문을 모았다. 기적의 다이어트 치료제로 불리며 품귀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실적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위고비의 인기를 더한 것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대표가 자신의 트위터에 "간헐적 단식과 위고비로 약 13kg을 감량했다"고 소개한 이후다. 여기에다 미국을 대표하는 셀럽인 킴 카다시안이 마릴린 먼로의 옷을 입기 위해 위고비를 처방받아 3주 만에 7.5kg을 줄였다고 밝히면서 화제를 모았다.

미국에서 한 달 치 비용이 1350달러(약 178만원)로, 한국에서는 200만원을 전후해 가격이 정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1주일에 한번, 68주간 주사를 맞으면 체중이 평균 15% 줄어든다는 효과 덕분에 예비신부나 비만 연관 질환을 겪는 이들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식약처, 위고비 품목 허가…연내 출시 예정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27일 '위고비프리필드펜(성분명 세마글루티이드)' 5개 용량(0.25/0.5/1.0/1.7/2.4mg)을 성인 환자 체중 감량 및 유지를 위한 보조제로 허가했다.

식약처는 이 제품에 대해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30kg/m2 이상인 비만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으며 초기 BMI가 27 kg/m2 이상 30 kg/m2 미만인 과체중 환자가 주요 처방 대상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1위 제품은 위고비와 같은 회사인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지만 위고비가 한 단계 개선된 제품으로 꼽힌다.

두 제품 모두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유사체인데, GLP-1은 췌장에서 인슐린 방출을 늘리고, 식욕 감소를 일으키는 뇌의 수용체를 표적으로 삼아 여러 효과를 발휘한다. 포만감이나 충만감을 느끼게 하면서, 천연 GLP-1 호르몬보다 훨씬 오래 지속돼 미 FDA(식품의약국)이 비만의 장기 치료제로 승인한 약물이다. 두 제품 모두 당초 당뇨병치료제로 개발됐지만 비만인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삭센다가 매일 1번씩 56주간 주사로 맞을 경우 체중이 평균 8% 감소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 위고비는 1주일에 1번씩 68주간 주사를 맞으면 평균 15% 감량 효과가 있다. 편의성과 효과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두 제품의 차이는 화학구조다. 같은 GLP-1 유사체이지만 화학구조의 차이로 인해 몸에서 분해되는 속도가 달라 위고비는 1주일에 한 번만 맞아도 된다.

킴 카다시안의 경우 3주 만에 7.5kg를 감량한 만큼 단기 체중감량에도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단기 다이어트를 원하는 예비신부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다.

삭센다를 써본 이들은 두드러기, 가려움증 등의 후유증을 경험한 사례가 있어 위고비도 같은 후유증이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크다. 삭센다와 위고비를 포함한 GLP-1 유사체는 다이어트뿐 아니라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신장질환 개선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 치매에도 효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다만 구토, 메스꺼움, 설사 등의 위장관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맞다 중단하면 요요 감수해야

단기적으로 쓰다가 중단하면 요요 위험도 있다. 전문가들은 요요를 방지하려면 오랜 기간 맞을 생각을 해야 한다고 밝힌다. 위고비를 68주 이상 투약한 뒤 사용을 중단한 사람들을 추적관찰한 결과, 1년 뒤 평균적으로 감량한 체중의 3분의 2 정도 다시 늘어났다. 9kg을 뺐으면 중단 후 1년만에 6kg가 다시 쪘다는 것. 몇년이 지나면 거의 원래 체중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한달에 200만원이면 6개월에 1200만원, 1년이면 2400만원을 각오해야 한다.

위고비는 아직 출시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 연내 출시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적어도 올해 결혼하는 예비신부들은 효과를 경험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한국노보노디스크 관계자는 "통상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 판정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에 6개월 정도가 필요하다. 올해 중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학계 전문가들은 비만은 질병인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비만은 치매와 함께 세계적일 골칫거리다. 세계비만재단은 2020년 전 세계 인구 중 28%였던 과체중 인구가 2035년에는 51%로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같은 기간 비만 인구도 14%에서 24%로 증가할 전망이다. WHO(세계보건기구)는 비만치료제를 필수 의약품 목록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비만이 늘어나 사회적인 문제로 꼽히고 있다.

다만 비만 치료가 아닌 다이어트 목적으로 비만치료제를 찾는 것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요한 이벤트를 두고 살을 빼고 싶어하는 심리는 이해할 수 있지만 비만이 심각하지 않다면 달리 생각해야 한다. 혹시 모를 부작용을 고려하고, 의사의 설명을 들은 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심각한 질병 수준의 비만인이 아니라면 월 200만원을 들여 비싼 비만치료제를 처방받을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다이어트는 정답이 없고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고쳐야 한다는 뻔한 답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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