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혜정 감독 "재경 배우가 가진 씩씩한 에너지가 좋았다" [원성윤의 人어바웃]
[아이뉴스24 원성윤 기자] 여기, 다른 사람의 쓰레기를 뒤져 타인을 알아가는 한 여자가 있다. 아파트 쓰레기장에서 건진 종량제 봉투를 자신의 화장실 욕조에 놓고 영수증 등을 모아 그 사람에 대한 알아가는 식이다. 스토커 같기도 한 이 여성은 실은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은 기억이 자신을 지배하고 있다. 더 이상 배신당하지 않기 위한 습관이다. 원작소설 '곰팡이 꽃'을 각색해 영화로 만든 '너를 줍다'는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CGV상과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을 수상하며 이번 전주영화제에서 주목 받는 작품 중 하나로 떠올랐다.
지난 1일 아이뉴스24와 만난 심혜정 감독은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고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통해 뒤지고 수집하고 만나는 게 요즘 세대라는 점에 착안해 작품을 만들게 됐다"며 "정보를 수집하고 그 이후에 이른바 '썸'타는 관계를 맺는 게 제 눈에 들어왔다"고 영화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인류가 살아있는 동안 쓰레기라는 것은 계속 발생하게 되는데, 우리가 SNS에 올리는 사진들이 실은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쓰레기와 같다는 것이다.
"버려지는 것들이 그 사람에 대해 더 솔직하게 말해 준다"는 주인공 지수(재경)의 대사는 그래서 관객들에게 흡입력 있게 다가온다. 김종원 CGV 영업지원담당은 "독특한 설정과 일상적인 소재로 비일상적인 캐릭터를 구현해낸 참신하고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고 작품을 평가했다.
영화는 엘리베이터 안 지수가 옆집에 이사를 온 우재(현우)에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시작된다. 우재의 여자친구는 무척 예쁘지만, 그와는 취향이 맞지 않았다. 지수가 그런 우재의 취향을 알게 된 건 그의 쓰레기 봉투를 뒤지면서였다. 그가 아끼던 물고기, 좋아하는 차 등을 속속들이 알게 됐다. 지수는 사전 정보로 우재와 대화를 놔눴고, 우재는 여자친구보다 지수와 서로 잘 맞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심 감독은 자신의 지인 SNS를 보다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고 한다.
"어떤 분을 사석에서 만났는데 무척 건조하고 딱딱했다. 원칙주의자였다. 마른 나무 같은 사람이랄까. 그 분하고 우연히 SNS 친구가 됐다. 그 공간에서는 제가 아는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깨발랄'했다. 아마 그게 그 분의 본 모습일 거다. SNS를 통해 한 사람의 정체성을 알게 된다는 점에서 꽤 무섭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심 감독은 "한 사람의 축적된 SNS 게시물을 보면 그 사람의 욕망이 보이게 된다"며 "이것이 쓰레기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주인공 지수 역은 아이돌 레인보우 출신의 재경이 맡았다. 심 감독은 "쓰레기를 뒤지는 행위는 집요함이 필요한데 재경 배우가 가진 씩씩한 에너지를 보고 이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동안의 출연한 작품들의 연기를 보고 따로 오디션을 보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고 주연으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심 감독은 소외된 인간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갖고 있는 작품을 연출한다는 평을 받는다. 전작 '욕창'은 가족이기에 애써 말하지 않았던 각자의 욕망과 상처가 엄마의 죽음을 앞두고 불화가 시작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제26회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 우수상, 이날코 심사위원상으로 2관왕 수상했다. 제42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제14회 런던한국영화제,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등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 공식 초청될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심 감독의 차기작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국립대 남자 교수'의 이야기다. 소재만으로 참신하다. 우리 사회에 매우 논쟁적인 이슈가 될 사안이다. 심 각독은 "교수님을 섭외하기 위해 1년 간 계신 곳을 찾아가 나를 관찰할 수 있게 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사회적으로도 주류에서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응원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자신의 직업 안에서도 성취를 이룬 분"이라며 "한국 사회에서 귀한 분"이라고 덧붙였다. 영화는 2024~25년에 개봉할 예정이다.
/전주=원성윤 기자(better2017@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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